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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어휴. 새벽 3시 47분에 들어왔어요.”
12일 고양체육관. LG와의 경기를 앞둔 오리온스 프런트들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김백호 사무국장은 눈이 충혈됐고 김태훈 사무차장은 몹시 피곤한 표정이었다. 오경진 국제업무담당 직원까지 이적동의서(LC, letter of credit)와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테런스 레더가 자진 퇴단한 뒤 어렵게 낙점한 새 용병 스캇 메리트가 우여곡절 끝에 이날 데뷔전을 치렀다.
메리트는 올 시즌 쿠웨이트 AI 지하라에서 뛰었다. 연봉 12000달러에 계약을 맺었으나 감독과 팀 경영진이 바뀌면서 팀을 나오게 됐다. 이때 오리온스가 손을 내밀었다. 정상적이라면 오리온스가 국제농구연맹(FIBA)을 통해 쿠웨이트 농구연맹에 이적동의서를 요구한다. 쿠웨이트 농구연맹은 AI 지하라를 통해 이적동의서를 받은 뒤 국제농구연맹을 거쳐 오리온스로 이적동의서를 보내주면 오리온스가 최종적으로 KBL에 선수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
오리온스는 원래 메리트를 지난 9일 SK전서 뛰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적동의서가 쉽게 발급되지 않았다. 오리온스 김 국장과 김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과 쿠웨이트의 시차가 나는데다 지하라가 현지 시각으로 오전에는 거의 연락이 되지 않아 한밤중, 심지어 새벽에 통화 혹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이적동의서 발급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AI 지하라가 제대로 연락을 받지 않아 이적동의서 발급이 한없이 늦어졌다. 이미 메리트는 6일 일본에서 취업비자를 발급받은 상태였는데 AI 지하라의 늦은 일 처리로 결국 오리온스는 9일 SK전을 리온 윌리엄스만으로 치렀다. 메리트는 이미 유니폼도 다 맞춰놓고 동료와 손발도 맞추고 있었는데 뛸 수 없었던 것이다.
오리온스가 혀를 내두른 이유는 또 있다. 어렵게 이적동의서 발급을 요청하자 AI 지하라가 메리트에게 연봉 12000달러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 11일 밤 8시 30분쯤에 어렵게 연락이 되자 AI 지하라는 4시간 안에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이적동의서를 발급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오리온스 확인 결과 실제 그렇게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결국 메리트는 AI 지하라로부터 직접 계좌번호를 받은 뒤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송금을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한꺼번에 최대 7000달러밖에 송금할 수 없고, AI 지하라가 돈을 요구한 시간이 미국 시간으론 은행 영업을 하지 않는 터라 메리트의 아내도 미국 현지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한국-쿠웨이트-미국의 시차가 있어 업무 시간도 다른데다, AI 지하라의 일 처리 협조 부족으로 메리트는 하마터면 이날 LG전도 뛰지 못할뻔 했다.
결국 메리트, 김태훈 사무차장, 오경진 통역담당 직원은 12일 밤을 메리트의 고양 숙소에서 꼴딱 세웠다. 메리트의 아내가 AI 지하라에 12000달러를 송금하고 최종 확인 절차를 한 뒤 최종적으로 이적동의서를 받은 시간은 한국시간 12일 새벽 3시 47분이었다는 게 김 국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메리트는 메리트대로 컨디션이 엉망이 됐고, 오리온스 프런트들도 뜬눈으로 밤을 보내느라 피곤한 표정이었다. 만약 메리트와 오리온스 프런트가 AI 지하라에 채근하지 않았다면 메리트의 한국 데뷔는 기약 없이 늦어질 판이었다.
이 과정에서 메리트는 직접 AI 지하라와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어차피 이적동의서 발급 없인 어느 리그에서도 뛸 수 없기 때문에 이적동의서 발급에 사활을 걸었다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메리트는 이날 오후에 KBL에 정식 선수등록을 했고, LG전서 1쿼터 1분 여를 남기고 투입됐다. 결과는 5득점 1블록슛 1스틸 2턴오버. 오리온스로선 만족스럽지 못했으나 간밤의 사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됐다. 오리온스는 메리트에게 적응의 시간을 충분히 제공할 계획이다. 김백호 국장은 “어휴, 쿠웨이트 대단하더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캇 메리트. 사진 = 고양 오리온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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