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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영원한 승자란 없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정상에 선 사람은 내려갈 일이 남았고, 그 자리는 또 다른 주인이 차지한다.
이번 2012년 가요계는 2인자에 머물렀던 가수들이 1인자들에 통쾌한 반격을 가해 왕좌에 올라서는 '기이한 현상'이 존재했다.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2위에 그쳤던 밴드 버스커버스커와 가수 이하이의 이야기다. 버스커버스커와 이하이는 각각 케이블채널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3'와 SBS 'K팝스타'를 통해 가요계에 데뷔했다. 버스커버스커는 울랄라세션에, 이하이는 박지민에 우승을 내어주며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오디션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이들의 데뷔 후 판도는 완전히 뒤집혔다.
2012년 상반기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버스커버스커를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지난 3월 29일 발매된 버스커버스커의 1집 앨범 '버스커버스커'는 발매와 동시에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꾸준히 그 기세를 유지했다. 타이틀곡을 포함한 11곡의 수록곡들은 각종 음원차트에 '줄 세우기' 신공을 발휘하며 크게 인기를 누렸다. 버스커버스커는 지난 5월부터 진행된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주, 울산, 부산, 대구 등에서 진행된 단독콘서트에서 엄청난 티켓파워를 자랑하며 매진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오디션프로그램 2등 출신의 대반격인 셈이다.
버스커버스커는 지난 6월 21일 '버스커버스커 1집 마무리' 앨범을 발표하고 앙코르 콘서트, 엠넷 시상식을 끝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길어지는 휴식기와 멤버들이 각자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수 차례 해체설 및 불화설이 제기되긴 했지만, 버스커버스커의 이름으로 활동을 계속할 전망이다.
버스커버스커는 초창기 오디션 출신 가수들이 보였던 불투명한 프로성과 스타성을 깬 첫 번째 케이스로 꼽히며, 퍼포먼스 위주의 보여주는 음악이 주도하던 가요계를 자신들만의 색깔이 녹아 있는 자작곡과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사로잡았다.
* 울랄라세션은 '슈퍼스타 K4'에서 1위를 차지한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울랄라세션은 지난 5월 10일 미니앨범 '울랄라센세이션'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아름다운 밤'으로 활동했다. 활동 당시 이 곡은 음원차트의 상위권에 랭크됐지만, 버스커버스커에 비해 오래 인기를 유지하지 못했다. 나름의 선방을 했다고 평가되지만 정점을 찍지는 못했다. 잠재력이 큰 그룹인 만큼 다시 정상을 노리고 있다.
공인음악차트 가온차트에 따른 버스커버스커의 히트곡 총 9곡: 1집앨범 타이틀곡 '벚꽃엔딩' 수록곡 '향수' ' 골목길 어귀에서' '전활 거네' '외로움 증폭장치(브래드 드럼 한판 쉬기)' '꽃송이가' '이상형' '첫사랑'과 마무리앨범 수록곡 '정말로 사랑한다면', 울랄라세션의 히트곡 총 1곡: 1집 앨범 타이틀곡 '아름다운 밤'
'K팝스타'를 통해 드러났던 두 소녀의 가능성을 기억한다. 폭발적인 성량과 안정적인 고음이 매력적이었던 박지민과 중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눈에 띄었던 이하이의 대결은 좀 더 대중적이고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다고 평가받았던 박지민의 승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전세는 곧 역전됐다. 지난 10월 29일 싱글앨범 '1,2,3,4'로 반격을 가한 이하이는 박지민의 가능성을 뛰어 넘었다. 이하이는 레트로 소울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의 노래를 선택, 자신만의 목소리에 맞는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는 적중했고 지난 11월 각종 음원차트의 정상을 유지하며 저력을 뽐냈다.이하이는 오디션 이후 대중들의 니즈와 자신의 장점을 잘 부합시켰다. 이에 지난 성과보다 오는 2013년이 기대되는 여자 솔로가수다.
* 박지민은 오랜 시간동안 JYP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있던 백예린과 듀오를 결성, '피프틴앤드(15&)'라는 그룹으로 지난 10월 5일 싱글앨범 '아이 드림(I Dream)'으로 정식 데뷔했지만, 기대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멤버들이 어리고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만큼 완전한 성패여부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2012년은 '싸이의 해'임이 분명하다. 지난 7월 15일 싸이의 정규 6집 앨범이 발표된 이후,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매일매일 현실이 되고 있다.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이 국내에서 사랑을 받고 많은 패러디물이 쏟아진다 싶더니,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인 스쿠터 브라운의 러브콜을 받아 미국에 강제진출을 했다. 계속되는 해외스타들의 '말춤 홀릭' 증상과 동반해 미국 유명 토크쇼에 출연한 싸이는 단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제가 됐다. 미대륙과 유럽, 아시아에 걸쳐 전 세계 27개국의 음원차트 정상에 오르는가 하면 꿈의 빌보드 차트에서는 연속 7주 2위를 수성했다.
이같은 신드롬의 일등 공신은 세계적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다. 이는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 한국의 가수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을 전 세계인들에게 전달해 줬고, 사람들은 독특한 뮤직비디오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 헤어나올 수 없는 말춤에 빠져 버렸다. 싸이는 유튜브 역대 조회수 1위를 달리던 저스틴 비버의 '베이비'를 제치고 최단시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 유튜브에서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9억 4000만뷰를 기록 중이다. 10억뷰도 머지 않았다.
이밖에 싸이는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말춤을 가르치고 미국 마돈나와 합동 무대를 펼치고, 태국 국왕의 생일파티에 초대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크리스마스 자선 행사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현재 싸이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프로모션과 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2012년 마지막 날에는 ABC가 주최하는 신년맞이 콘서트에 오른다.
7주 연속 빌보드 2위를 기록한 싸이의 저력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 우물만을 파온 음악에 대한 철학과 열정이다. 비록 '강남스타일'을 통해 빌보드의 정상이 오르지는 못했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세계 최고를 향해 달리고 있는 한국 최고의 가수다.
* 얄궂게도 싸이의 빌보드 1위를 가로막던 팝밴드 마룬파이브. '원 모어 나이트'로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앞서 영국 차트에서는 싸이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나타냈다. 유튜브 왕좌에 앉은 싸이의 기록은 깰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룬파이브 역시 싸이의 팬이라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1인자에 통쾌한 반격을 가한 2인자들. 버스커버스커 울랄라세션 이하이 박지민 싸이 마룬파이브(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gettyimages/멀티비츠]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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