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과 LG가 사상 첫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삼성은 14일 포수 현재윤과 투수 김효남, 내야수 손주인을 LG에 내줬다. LG는 내야수 김태완, 정병곤, 투수 노진용을 삼성에 넘겼다. 한화와 롯데의 장성호-송창현 트레이드에 이어 스토브리그 2호 트레이드. 사실 롯데가 장성호를 데려간 것만큼 파격적인 교환은 아니었다. 오히려 두 팀이 트레이드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 삼성과 LG의 노 맞트레이드는 불문율이었다
삼성과 LG는 1990년 LG 창단 이후 23시즌만에 처음으로 선수를 교환했다. FA, 웨이버 공시로도 이동이 많지 않았다. 1999시즌 이후엔 LG 김동수가 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건너갔고, 2001시즌 이후엔 LG 양준혁이 FA 자격을 얻어 친정팀 삼성으로 컴백했다. 또 2000년 삼성 스미스가 LG로, 2003년 LG 심성보가 삼성으로 건너간 뒤엔 두 팀의 선수 교환 역사는 더 이상 없었다. 때문에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LG로 건너간 정현욱 케이스가 야구계에선 사실 충격적이었다.
묘한 모기업 라이벌 의식 때문이었다. 삼성과 LG는 2012년 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순위 1위와 6위였다. LG 그룹이 GS그룹과 분리되면서 최근 재계순위가 좀 떨어졌지만, LG는 꾸준히 톱5내에 들었고, 특히 삼성과 전자 라이벌 의식이 뚜렷했다. TV, DMB등 신기술 개발 때마다 신경전을 펼쳤다. 두 팀은 맞대결서 모기업 직원들을 데려와 공개적으로 응원 대결을 펼치며 심기를 건드렸다. 맞트레이드를 할 경우 부메랑 역효과를 받는 게 부담스러웠다.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삼성과 LG는 지금도 미묘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 과거 LG가 삼성과의 홈 경기서 의도적으로 전자제품 광고에 열을 올렸다. 삼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1년 7월 29일 삼성의 잠실 원정 경기를 시청하다 역전승을 챙기자 갑작스럽게 현장에 찾아와서 선수단을 격려하고 갤럭시 탭을 쐈던 전례가 있다. 이날 맞대결 상대는 다름 아닌 LG였다.
▲ 현장에선 실리를 생각한다, 류중일과 김기태는 쿨했다
사실 2002년 삼성이 LG를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두 팀은 극과 극 행보다. LG는 이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삼성은 이후 4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서 한국야구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전력만 놓고 보면 두 팀은 라이벌이라 보긴 어렵다. 그래서인지 현장에선 라이벌 의식이 예전보다 많이 희석된 게 사실이다.
류중일 감독과 김기태 감독도 모기업의 라이벌 의식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철저히 실리를 생각한다.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은 현재윤이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현재윤을 탐내는 팀은 LG 외에도 몇몇 팀이 있었다. 포수 기근인 팀이 한 두 팀이 아니기 때문. 결과적으로 LG는 원하는 바를 이뤘다. 그는 이지영과 이정식에게 밀려 올 시즌 1군에서 단 1경기도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포수 치고 발이 빠르고 견실한 수비력이 있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였다. 삼성은 잉여전력이 된 현재윤을 과감하게 보내는 대신 내야수와 투수를 보강했다.
삼성과 LG가 이번 맞트레이드를 통해 23년 성역을 깼다. 두 팀의 트레이드 득실 결과는 내년 혹은 내후년에 나올 것이다. 모기업이 결과에 쿨한 반응을 보일 것인지가 궁금하다. 어차피 희비는 엇갈릴 것이다. 그럼에도 두 팀이 앞으로도 트레이드를 한다면 두 팀의 모기업 수뇌부들도 전향적인 마인드로 바뀌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사실 재계 라이벌이라고 해서 트레이드 논의 자체를 전혀 하지 않았던 과거는 선수단 운영 및 투자가 곧 능력인 프로스포츠에서 아이러니하다.
▲ 경직된 한국 트레이드 문화 바뀔까
선수 교환 역사가 없었던 삼성과 LG의 트레이드. 야구계는 놀랐으면서도 반가울 수밖에 없다. 선수 교환 문화 자체가 지극히 경직된 한국야구 현실에서 삼성과 LG가 트레이드 물꼬를 튼 건 분명 사건이다. 이 트레이드를 계기로 더 많은 트레이드가 나올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NC의 기존 8개 구단 20인 보호선수 외 1명 지명으로 이해득실이 엇갈린 팀들끼리 추가 트레이드가 단행될 것이라 내다보는 시각이 있었다. 트레이드 시장이 더욱 달아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어쨌든 단일리그에서 9팀 중 4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실정. 부메랑 효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도 프로 선수들은 팀의 역학 관계에 따라 자신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팀에서 뛸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모두가 고등학교-대학교 시절엔 가능성 있는 유망주였지만, 구단들은 성적 이해득실에 따라서 조심스럽게 교환을 하다 보니 트레이드 문화자체가 폐쇄적으로 바뀌었고, 미쳐 빛을 보지 못한 채 야구판을 떠나는 선수도 많았다.
일전에 한화 김응용 감독은 “트레이드를 하고 나서 그 선수가 상대팀에서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안 된다. 다른 팀에서 탐나는 선수를 데려오고 싶은 데 내 팀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얻는 게 있으면 손해를 보는 것도 당연하다는 뜻. 팀 이해득실 관계를 따지지 않을 순 없다. 다만, 좀 더 쿨 한 자세, 좀 더 선수들 개인적인 장래를 생각하는 자세는 분명히 필요하다. 야구계는 삼성과 LG가 노 트레이드 불문율을 깬 것이 그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김기태 감독(왼쪽)과 류중일 감독(오른쪽), 가운데 사진은 류중일 감독(왼쪽), 김기태 감독(오른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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