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농구대잔치 타령, 이제 안 지겹나?”
프로-아마 최강전 기간에 만난 한 농구팬이 한 말이다. 경기장에 울려 퍼진 드라마 마지막 승부 주제가에도 “20년전(실제 18년 전)에 끝난 드라마다. 언제까지 옛날 타령인가”라고 혀를 끌끌 찼다. 옛날 타령을 해도 팬이 잘 모이지 않는 게 작금의 한국농구 현실이다. 옛 추억의 향수를 꺼내기보다 미래 청사진을 내놓는 게 중요하지 않냐는 말. 농구팬과 농구인 모두가 하는 말이다.
▲ 대학생들, 심각한 기본기 부족
상무의 우승으로 지난 6일 끝난 프로-아마 최강전.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흥행-내용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농구대잔치 향수를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가 무색하게 알맹이가 없었다. 대학 팀들이 일찌감치 탈락하면서 용병 없는 프로농구가 됐다. 국내 선수들이 전면에 나선 대회. 현장에서 만난 농구인 대부분은 “대학 선수들의 기본기가 너무 떨어진다”라고 입을 모았다.
농구인 A씨는 “가능성 있는 선수는 많은데 냉정히 말하면 가능성만 있는 정도다. 체격은 좋아졌는데 기술이 예전보다 너무 떨어진다”라고 했다. 이런 대학 선수들이 결국 프로에 올라온다. 농구인 B씨는 “학생 레벨에서 기술 수준이 떨어지니까 결국 프로농구 수준도 떨어진다”라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이어 “프로 선수들도 패스와 드리블 능력이 예전에 비해서 차이가 많이 난다”라고 했다.
대학 선수들의 기본기량이 떨어지는 현실. 그 안엔 성적지상주의가 있다. 대학교 지도자들도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명이라도 좋은 선수를 더 많이 받아서 우승을 시켜야 하고, 한 명이라도 프로팀에 더 보내야 지도자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기본기술을 다듬어줘야 하는데 지역방어 연습과 체력훈련을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지도자 역시 마찬가지다.
농구인 C씨는 “그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요즘 어린 학생들이 농구를 잘 안 하려고 한다. 어렵게 시켜놓으면 그만둘까봐 힘든 훈련을 시키지도 못한다. 그만큼 학생 선수 개개인의 의지가 부족하다”라고 했다. 예전 스타들이 새벽에 체육관에서 촛불을 켜놓고 레이업슛과 3점슛 연습을 했다는 얘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가 됐다.
▲ 프로농구 밑천 드러났다
프로농구 트렌드가 수비자 3초룰 폐지로 확실히 바뀌었다. 프로농구 초창기만 해도 소위 말하는 ‘몸빵 용병’이 대세였다. 체격에서 우위를 점하는 빅맨이 승부처에서 확실히 한 골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이젠 다르다. 골밑에서 장시간 겹수비가 가능하다. 동료를 활용할 줄 알고 공간을 창출할 줄 아는 용병이 살아남는다. 쉽게 말해서 테크니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용병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용병들이 동료를 활용하게 됐다는 건 그 팀의 조직력에 녹아야 한다는 뜻. 기본적으로 국내 선수들이 조직적인 플레이를 잘 해야 하고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국내 선수들 역시 기술자가 살아남는 시대다. 그러나 프로팀 A감독은 고개를 내저었다. “요즘 선수들은 기본기가 잘 갖춰지지 않다. 코트에서 여유가 없다. 그 다음의 플레이를 내다보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흐름을 잘 읽는 선수들이 기본기도 좋다”라고 했다.
농구대잔치 시절, 프로농구 초창기 시절 스타들. 기본기가 달리는 선수는 없었다. 롱런한 스타 대부분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었다. 프로팀 B감독은 “기본적인 걸 갖추고 있어야 그 다음 단계를 빨리 넘어갈 수 있다. 농구는 막힘이 있으면 안 된다.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한데 기본이 안 돼 있으면 넘어갈 수가 없다”라고 했다. 기본기가 달리면 응용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뜻과도 같다. 변화무쌍한 수비에 대처하는 능력, 용병과의 호흡 모두 기본기에서 출발한다.
대부분 프로 감독은 프로농구 초창기 시절과 비교해서 프로 선수들의 기본적인 드리블, 패스, 슛 능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양손 드리블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적고, 패스의 날카로움 역시 떨어졌다. 와일드 오픈 찬스에서 3점슛 적중률도 떨어진다. 자유투 성공률이 70%가 채 되지 않는 선수도 있다. 워낙 세부적인 수비기술이 발달한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기본기가 떨어지는 선수들이 많아진 것 역시 저득점 추세와 연관이 있다.
▲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기본기 착실히 다지자
프로팀 C 감독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은 늦다. 초등학교, 중학교 지도자들이 제일 중요하다. 이 레벨에서 기본기가 확실히 잡혀있지 않으면 고등학교 이후엔 더 이상 다잡기가 어렵다”라고 했다. C 감독은 지금도 코치와 함께 선수들의 기본기를 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했다. “슛폼이 엉망인 선수가 많다. 고쳐주긴 하지만, 매끄럽게 나아지진 않는다”라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엔 선수들의 몸이 조금씩 굳어지기 때문에 옳게 가르쳐도 습득 속도도 늦고, 효과도 적다는 설명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기본기를 착실히 다져야 양질의 선수가 발굴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지도자와 유망주 관리 시스템 재점검이 시급하다.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국내 농구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농구대잔치를 기억하고 있는데다 NBA 중계를 접하면서 일부 국내 선수들의 질 낮은 플레이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한다. 멋있는 플로터 연습 이전에 레이업슛 자세부터 바로잡고, 페이크 이전에 양손 드리블과 풋워크부터 갖춰야 한다. 떨어진 프로농구 인기 회복을 위해선 기본기만이 정답이다. 농구대잔치 향수를 떠올리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보다 한국농구의 밝은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질 지도 모른다.
[프로농구 시절 안정적인 기본기를 바탕으로 화려한 기술을 보여줬던 허재-이상민(위), 강동희(중간). 문경은(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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