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유있는 변신이다.
여자프로농구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통합 7연패를 노리는 안산 신한은행. 특유의 카리스마로 유명한 지장 임달식 감독이 올 시즌 달라진 건 농구 팬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신한은행 선수들은 그동안 “감독님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버럭 화를 냈는데 요즘엔 부드럽게 대해주셔서 오히려 당황스러워요”라고 수 차례 말했으나 정작 임 감독에게 정확한 이유를 들을 순 없었다.
20일 안산와동체육관. 임 감독에게 스타일이 달라진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신한은행은 삼성생명전을 앞두고 2연패에 빠지며 우리은행에 2.5경기 차로 뒤지고 있었다. 자칫 이날 경기를 패배했다면 3경기차로 벌어져 선두 탈환이 어려워질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럼에도 임 감독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저 담담히 자신의 스타일 변화를 풀어냈다.
▲ 신한은행, 예전보다 전력 약하다
임 감독은 대전제를 깔았다. “지금 신한은행 전력은 예전보다 약하다.” 전주원, 정선민, 진미정이 은퇴하면서 최윤아, 김단비, 이연화, 김연주, 강영숙, 하은주 위주의 팀으로 거듭난 상황. 이들은 이미 지난 2011-2012시즌 통합 우승을 한 차례 차지했다. 언니들 없이 대권을 거머쥐었지만, 임 감독은 아직 위기 대처능력, 세밀한 움직임 등에서 못 미친다고 판단한다.
“작년까지는 내가 선수들을 끌고 갔다. 올해는 뒤에서 밀어준다. 선수들도 인식을 하고 있다”라고 한 임 감독은 “예전에는 우리팀이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 수치가 80이라고 치면 6~70을 하고도 이긴 경기가 많았다. 그럴 땐 이겨도 혼을 냈었다”라고 했다. 임 감독은 정규시즌서는 단순히 눈 앞의 1승 1패에 일희일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전력의 100%를 쏟아부었다면 패배해도 칭찬하고 감싼다. 반대로 100%를 하지 않고도 이기면 가차 없이 불호령을 내리고 반복훈련을 시킨다.
임 감독이 최근 선수들에게 화를 내기 보다 감싸 안는 건 이런 이유에서 출발한다. 임 감독은 “선수들이 할 만큼 했는데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땐 선수들의 기를 살려준다”라고 했다. 실제 임 감독은 17일 선두 우리은행전서 완패했으나 “용병 싸움에서 졌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라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20일 경기서는 다시 경기 중 버럭 화를 많이 냈다. “15일 KDB생명전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놓쳤다. 집중을 못했다. 오늘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집중을 하지 못한 게 쌓이면서 경기가 넘어갈 수가 있다”라고 했다. 부드러워진 건 맞지만, 여전히 선수들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것은 넘어가지 않았다. 철저한 원칙이다.
▲ 임달식 감독의 속 깊은 뜻
임 감독은 “6번 우승을 했다. 선수들이 언제 승부처이고, 가장 중요할 때인지 피부로 느낀다”라고 했다. 완벽하게 세대교체가 됐고, 전력이 약해졌지만, 우승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일 줄 안다는 것이다. 이 역시 큰 관점으로 보면 예전처럼 역정을 내지 않는 이유로 봐도 된다.
하지만, 임 감독은 여전히 불만투성이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가져가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 나태해지면, 액션을 준다”는 임 감독은 “김단비는 아직 악착 같은 맛이 부족하다. 이연화도 가끔 자신이 맡은 공격수를 놓친다”라며 끊임없는 발전을 주문했다. 임 감독은 자신이 부드러워진 만큼 선수들이 자신의 뜻을 알고 좀 더 성장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선두 우리은행에 2경기 뒤진 2위다. 15경기 남은 상황. 뒤집기가 녹록하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은행이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임 감독의 목표는 정규시즌 역전 우승이다. “우리은행에 지고 자존심이 상했다.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큰 팀이 이긴다. 정신적인 무장이 중요하다”라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임 감독이 부드러운 카리스마 속에서 짜릿한 뒤집기를 노린다. 이 남자의 이유 있는 변신, 결말이 궁금하다.
[임달식 감독.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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