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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라 스스로의 도덕적 기준을 높여버린 것이 문제
얼마 전 '왕따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여성 아이돌 그룹 티아라가 이번에는 '파친코'라는 일본의 사행성 게임의 광고에 출연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티아라의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가 지난 18일, 모 주류 업체로부터 제의받은 수억 단위의 광고를 거절했다고 밝혔는데, 정작 한국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사행성 게임의 광고에 출연한 점이 누리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는 것.
코어 콘텐츠미디어 측은 이에 대해, 파친코 게임을 위해 사진을 별도로 촬영하거나 하지 않았으며, 이미 다른 한류 스타들의 사진들이 이미 일본 파친코 게임에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파친코'라는 사행성 게임이 합법화되어 있어, 전국에만 1만 1천여 곳이 존재한다. 동네 곳곳에 어김없이 파친코 가게가 자리잡고 있으며, 파친코 전략을 알려주는 파친코 전문 잡지도 여러 종이 나올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도박이지만, 일본인 감각으로는 오락에 가깝다.
파친코는 게임 룰은 모두 같지만, 컨셉이 기계마다 다르다. 한국에서 한때 지하경제를 활성화(?)시켰던 '바다 이야기'와 같이 각각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번에 티아라가 나온 파친코 기계의 이름은 '우미 모노가타리(바다이야기) with 티아라'다. 잭팟이 터지면, 티아라가 티아라의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식이다. 그래서 '우미모노가타리 with 티아라'를 하고 있으면, 오매불망 티아라가 나오길 기다리게 된다.
이전에는 겨울연가의 파친코 버전이 나와 큰 인기를 끌었다. 한류팬 아주머니들이 "욘사마 보러 간다"고 말하며 파친코하러 몰려갔다는 후문이다. 당시 겨울연가 기계에서는 잭팟이 터지면 겨울연가 주제가와 함께 배용준과 최지우가 나와서 서로 맺어지는 이벤트가 나왔다. 잭팟이 터지기 직전 단계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배용준이나 최지우 둘 중 하나가 등장하고 나머지 한 명이 나올듯 말듯하며 애를 태운다.
이 같이 재미있고 다양한 컨셉 때문에, 새로운 파친코 기계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파친코 애호가들은 귀를 기울이곤 한다.
그 컨셉은 실로 다양하다. 에반게리온 파친코, 국민아이돌 AKB48 파친코, 스타워즈 파친코 등 가지각색이다. 일본 파친코 기계에 어떤 작품이나 인물이 도입되면, 그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증거다. 또한, 일본 내의 인식상, 어떤 인물이나 그룹이 파친코의 컨셉이나 광고에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xx 파친코가 등장했다"며 세간의 화제가 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이런 현지 분위기상, 티아라가 파친코의 컨셉이나 광고로 사용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에 한국에서 티아라의 파친코 광고 출연이 논란이 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일본 포탈사이트 '야후 재팬'의 메인페이지에 올라왔다. 그만큼 새롭고도 놀라운 소식인 것.
일본에서는 파친코 업체 상당수가 재일교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도리어 "재일한국인들이 한국에서 금지하는 걸, 여기서는 대놓고 한다"며 비난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물론, 파친코가 일본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는 적지 않다. 파친코에 중독된 젊은 부부가 자동차에 아기를 내버려 둔 채 파친코를 하러 갔다가 아기가 질식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일본에 유학 온 한국 대학생이 부모에게 받은 학비를 파친코로 날려 밤새도록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는 일화도 심심치 않게 전해듣는다.
그러나 이런 사행성 게임인 파친코를 하나의 오락으로 인정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일본이며, 이것이 바로 일본의 문화이다. 경마와 파친코가 대중화되어 있고, TV에서도 심야에 연예인이 나와 파친코 중계를 하는 나라다. 이 나라에서 파친코 광고에 출연한 행위가 그토록 비난받아야 하는 문제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겨울연가, 봄의 왈츠, 천국의 계단, 대장금 등 다양한 한류 드라마가 파친코로 출시됐지만, 이제껏 한국과 일본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다만, 티아라는 자신들의 도덕적 기준을 스스로 높여 문제를 자초했다. 왕따 사건 이후 땅에 떨어진 이미지의 만회를 위해, 주류 광고 출연 거부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 아래 말이다.
높은 도덕적 기준에는 책임이 따른다. 평소 바른 언행으로 칭찬받는 연예인들이 이미지 때문에 행동 반경에 제약이 따른다고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티아라의 파친코 논란도, 그 전까지 아무런 논란도 없다가 정확히 주류 광고 출연 거부 선언 이후에 터졌다.
왕따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티아라와 그 소속사가 이 논란을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코어 콘텐츠미디어는 왕따 논란 당시의 미흡한 대처부터 이번 파친코까지 악수에 악수를 거듭하고 있다. 역시 티아라의 기사회생은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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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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