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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광활한 바다에서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이 나라 조선업이 발전하던 시기에 태어난 그들이 부모 세대의 원한과 어둠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의 해양으로 진출하려는 이야기다. 그리하여 오늘 고단하게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한다"
23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극본 손영목 연출 백호민 이성준)의 기획의도다. 젊은이들은 과연 '메이퀸'을 보고 용기와 희망을 얻었을까. 사실 이 막장뿐인 드라마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으라는 건 억지에 가깝다.
▲ '메이퀸', 마지막까지 어이없던 한마디 "아버지!"
'메이퀸'은 성장드라마가 아닌 복수와 '출생의 비밀'에만 집착한 막장 중의 막장드라마였다.
'메이퀸' 속 주요 인물들은 늘 선 혹은 악의 극단에 서 있는 비현실적 인물들이었다. 조달순(금보라), 박창희(재희) 등의 인물들은 심지어 선과 악의 위치 변화까지도 극단적으로 이뤄졌다. 설득력 떨어지는 전개는 쉬지 않고 반복됐으며, 특히 갈등을 길게 끌어오다가 인물들 간의 짧은 대화, 혹은 눈물 섞인 대화로 갈등이 쉽게 해소되는 전개는 '메이퀸'의 단골 장면이었다.
그래도 이 모든 건 차라리 장도현(이덕화)을 향한 복수가 완벽하게 성공했다면, 장도현에게 분노했던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쾌락이라도 안겨줬을지 모른다. 그런데 '메이퀸'은 결말에 임박해서 갑자기 엉뚱한 '출생의 비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영화 '스타워즈' 속 다스 베이더의 대사가 떠오르는 황당한 설정이었다.
바로 천해주의 친부가 사실은 원수 장도현이란 설정을 느닷없이 꺼낸 것이다. 게다가 천해주는 장도현이 이금희(양미경)를 성폭행해서 생긴 아이라는 경악스러운 설정이었다. 그렇다면 이금희는 자신을 성폭행한 장도현과 재혼을 했다는 얘기였다. 이 사실을 들은 천해주도 놀랐겠지만,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놀랍고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메이퀸'은 마지막회에 이르러 막장드라마의 종지부를 찍었다. 천해주는 장도현이 남긴 유서를 봤고, 자실 직전의 장도현을 찾아가 힘겹게 입을 떼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비겁하게 그렇게 가지 마요. 그 시대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방법이 잘못돼서 그런 거지 그 열정과 야망이 잘못된 건 아니에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신 것처럼 멈추지 말고 제 옆에서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어요? 여기서 포기하실 분 아니잖아요. 아버지"
아버지라니, 헛웃음이 나는 장면이었다. 장도현은 천해주가 평생 자신의 친부라 믿고 있던 윤학수(선우재덕)를 죽였고, 자신의 어머니 이금희를 성폭행한 인물이다. 그런 절대악을 향해 복수만 꿈꾸던 천해주가 돌연 장도현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은 그동안 '메이퀸'을 꾸준히 지켜본 시청자들을 배신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대체 '메이퀸'에 조금이라도 주제의식이 있긴 했던 건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 '메이퀸'은 왜 제2의 '국희'가 되지 못했나?MBC는 지난 1999년 배우 김혜수, 정선경, 손창민, 정웅인 주연의 드라마 '국희'를 선보인 바 있다. 한 여성 기업인의 성공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로 여주인공 민국희(김혜수)가 갖은 역경을 딛고 일어나 제과 사업의 중심에 오르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국희' 역시 '메이퀸'처럼 백마 탄 왕자가 등장해 여주인공이 캔디 캐릭터가 되는 전형적인 설정의 드라마였으나 '메이퀸'과 달리 큰 인기와 더불어 시청자들에게 감동까지 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국희'는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주인공의 성공 스토리. 빤해 보이지만 시청자들은 애당초 '국희'나 '메이퀸'이 성장드라마란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시청하는 것이다. 현실에선 극복하기 힘든 상황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극복하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일말의 용기와 희망이라도 얻는 것, 그게 성장드라마를 시청하는 이유인 것이다.
하지만 '메이퀸'은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렸다. 성장은 없고 복수와 '출생의 비밀'을 내세운 막장만 있었다. 시청률은 20%를 넘어 제작진은 만족했을지 모르겠으나, 그 시청자들이 모두 장도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나 보려고, 또는 장도현이 천해주의 친부란 사실에 놀라기 위해서 보려고 했던 건 아닐 것이다. '메이퀸'이 천해주의 성공 스토리에 충실했다면 제2의 '국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이퀸'은 허무하게 끝나버렸고, 막장드라마란 불명예만 남게 됐다.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의 배우 이덕화(위)와 한지혜-포스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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