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올 여름을 휩쓴 흥행작 '도둑들'에 이어 겨울 극장가에는 '타워'가 개봉됐다. 두 작품은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멀티캐스팅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으며, 동시에 처음부터 흥행을 염두에 둔 기획력으로 승부를 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맥을 같이 한다.
'타워'는 극장가 대목인 크리스마스 연휴 개봉해 ‘도둑들’(43만 6628명)에 이어 2번째 오프닝 스코어(43만1759명)를 기록했다. 그러나 '타워'의 천만 흥행은 불가능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왜? '타워'에는 '도둑들'에 있는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올 여름 대박을 터뜨린 '도둑들'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되는 캐릭터들이 있었다. 전지현으로 하여금 10년 만에 대표작을 찾았다는 평가를 듣게 해준 예니콜 캐릭터는 물론, 김윤석의 무게감 있는 마카오박, 김혜수의 팹시, 김해숙의 씹던껌, 이정재의 뽀빠이, 분량은 작았으나 속편의 주인공을 점치게 한 김수현의 잠파노도 있었다.
B급 오락무비가 천만흥행작이 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은 바로 이런 캐릭터의 어마어마한 매력이었다.
불과 물의 무시무시한 재앙이 펼쳐지는 재난영화라지만, 결국 관객을 감동시키는 것은 사람들의 절절한 이야기다. 재난 영화라는 장르적 특징에 갇히는 뻔한 캐릭터라 해도, 그 캐릭터들의 스토리텔링과 거기서 전해지는 캐릭터의 매력에 따라 관객을 웃고 울릴 수 있는데 '타워'는 선과 악의 도식적인 인간상, 그 안에 억지 유머코드 등 너무도 뻔한 공식에 대입하는 것 이상 욕심부리지 않은 듯 보인다. 결국 각각의 캐릭터가 지니는 사연이 재난 속에 재대로 녹아나지 못하고 공기 중에 떠도는 '이상기류'의 느낌을 전하게 됐다. 너무 많은 캐릭터의 이야기를 하려다 단 하나도 제대로 들려주지 못했다는 변명은 '도둑들'같은 영화가 있어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사연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더라도 '타워'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또 있었다. 책임질 줄은 모르고 하늘 끝까지 닿기만 하려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그들의 욕망 속에 희생당하고 만 약자들을 강하게 대비시켰어도 됐었는데, 이 역시도 차인표가 연기한 조사장 캐릭터가 희석되고 말아 아쉬움만 남는다.
['타워' 스틸. 사진 = 영화인 제공]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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