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해 다승왕과 함께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삼성 장원삼은 시즌 말미 “작년 후반기부터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효과적이었다. 오른손타자 상대가 수월해졌다”라고 했다. 장원삼은 우연히 숙소에서 공을 갖고 놀다가 체인지업 비슷한 그립이 잡혔고, 작년 비 시즌 때 집중 연구를 통해 올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장원삼은 더 이상 직구+슬라이더 투 피쳐가 아니다. 체인지업의 효과적인 활용으로 리그 정상급 좌완투수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비활동기간이 끝나간다. 1월 초엔 팀 훈련이 재개되고 스프링캠프를 위해 따뜻한 일본과 미국으로 날아간다. 투수들은 고민에 휩싸인다. 정글 같은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구종을 늘릴 것인지, 아니면 갖고 있는 구질의 구위와 제구를 더욱 가다듬을지 말이다. 보통 공을 만지지 않는 12월 비활동기간에 스스로 몸을 만들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 마운드 중요성 강화, 투수들 업그레이드 돼야 산다
내년부터 최소 2년간 9구단 홀수체제가 열린다. 필연적으로 3연전 통째로 휴식을 취하는 팀이 나온다. 이 불규칙적인 휴식을 틈타 마운드 총공세를 펴는 상황이 나올 전망이다. 모든 팀이 마운드 운영에 더욱 신경을 곧추세울 것이다. 내부경쟁의 심화로 이어진다. 1~2선발을 대부분 외국인선수로 채우면서 국내 투수들의 선발진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 불펜 역시 기둥 셋업맨 자리 혹은 필승조 요원이 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변화의 유혹에 휩싸인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몇몇 투수가 변화구 구종을 추가로 장착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들렸다. 투수 전문가들은 “투수가 진화하기 위해서 새로운 구질을 장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모두 성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수들은 분명 현 상태에서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에 직면하는데,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구종 다양화의 어두운 단면, 투구 밸런스 붕괴와 부상 위험
전문가들은 “한 가지 구종을 100%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2~3년의 시간이 걸린다”라고 했다. 위에서 언급한 장원삼도 체인지업을 “아직 70% 정도의 힘으로 던진다”라고 했었다. 완벽하게 습득을 한 게 아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실투를 하지 않으려면 자연스럽게 글러브 안에서 그립이 잡혀야 하고, 그게 다른 구질들과 폼과 같으면서도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타자들에게 공략을 당하지 않고,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이 걸려도 새로운 구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투수는 행복한 케이스다. 새 구종 장착을 시도했다가 자신이 갖고 있는 다른 구질의 위력마저 감소되고 나아가서 투구 밸런스 자체가 무너지거나 부상을 일으키는 투수도 있다. 사실 새로운 구질을 집중 시험하다 투구 밸런스가 일시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공을 쥐고 세게 던지는 데 집중하면 투구 폼에는 상대적으로 덜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잘 던지는 공의 좋은 폼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부상의 위험도 있다. 투구밸런스가 흔들린다는 건 신체 특정 부위에는 부하가 더 걸리고, 또 다른 특정 부위에는 부하가 덜 걸리는 걸 의미한다. 공을 힘 있게 던지는 과정에서 중심이동이 옳게 이뤄지지 못해 불필요한 힘이 가해지는 그 부위가 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투수 입장에선 매년 겨울 업그레이드를 꿈꾸지만, 이런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2년 내로 새로운 구종을 완벽하게 장착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더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 제구안정, 구위 강화의 딜레마
구종 장착을 시도하다가도 포기하는 투수가 적지 않다. 이들은 결국 자신이 갖고 있는 구질을 더욱 완벽하게 가다듬는 데 전력을 다한다. 제구력을 더 완벽하게 하고, 구속을 더 끌어올리거나 완급조절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한 투수전문가는 “무리하게 새 구종을 장착했다가 부상을 당하면 결국 자기만 손해다. 새 구종 장착은 시간을 갖고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 갖고 있는 구위를 더 완벽하게 가다듬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조언했다.
장원삼도 직구와 슬라이더에 비해 체인지업은 완벽하지 않다. 스스로 인정한 바다. 국내 대부분 투수가 자신이 갖고 있는 구질을 모두 잘 던지는 건 아니다. 던질 줄 아는 것과 잘 던지는 건 분명 다르다. 장원삼은 구종 다변화에 성공적으로 다가가는 과정에 놓여있다. 결국 대부분 투수는 비 시즌 자신의 공을 더욱 완벽하게 가다듬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그게 또 능사는 아니다. 타자들 역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한다. 투수들의 작은 버릇까지 포착해 분석 자료로 활용한다. 투수는 그걸 역이용한다고 하지만, 어느 단계에선 한계에 직면하고 만다. 결국 또 다시 구종 장착의 유혹에 휩싸이는 것이다. 사실 여전히 국내 투수들은 컷 패스트볼, 싱커 등 직구처럼 날아가다 홈플레이트에서 급격하게 변화는 구종의 구사 능력이 부족하다.
또 다른 야구인은 “프로라면 결국 변화를 갈망하는 게 당연하다. 변하지 않고 업그레이드가 안 되는 것 자체가 도태다. 투수가 투구 밸런스 실종과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도 변화를 시도하는 건 모험이 아니라 도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겨울이면 딜레마에 휩싸이는 투수들, 그건 바로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다.
[구종 다변화를 시도한 장원삼(위), 목동구장 경기장면(중간,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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