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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최지예 기자] 2012 임진년 가요계는 상반기 버스커버스커, 하반기 싸이로 나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해였다. 온라인 시장의 강자가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이에 방송 노출이 거의 없이도 버스커버스커를 비롯해 나얼과 이승기 등이 음원시장에서 롱런했으며 유튜브를 잘 탄 싸이가 지구촌을 말춤으로 물들였다.
아이돌 그룹 중에는 빅뱅이 국내 최정상 아이돌로서 제 역할을 다했고, 걸그룹 중에는 씨스타가 레벨업됐다. 티아라와 아이유는 SNS로 지난해 최고의 이슈메이커 아이돌로 추억됐다. 이밖에 기억나지 않는 무수히 많은 아이돌들이 나타났다 사라진 가운데 오디션 스타들은 이름값 정도는 해냈다. 콘서트 공연업계는 불황을 체감했다.
2013 계사년 가요계는 지난해보다 더 장밋빛이 될 수 있을까? 가수, 작곡가 겸 프로듀서, 매니저, 엔터테인먼트 언론 홍보 관계자 등에게 내년도 전망과 바람을 들어봤다.
먼저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가수이자 작곡가 및 후배 가수들을 키우는 프로듀서로, 또 KBS 2TV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현진영은 올해 더욱 프로듀서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며 지난해 아이돌이 한계점을 극명하게 노출했지만 K팝의 해외진출 및 발전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현진영은 “10년 가까이 지금의 아이돌들은 30, 40초에 승부를 보는 쉬운 멜로디에 후크송들, 걸그룹들은 섹시함 아니면 귀여운 콘셉트만 가지고 너무 똑같은 색깔, 너무 똑같은 음악들을 해왔다. 또 누구 하나 뜨면 너무 똑같은 스타일의 아류들이 난무했다. 이에 음악 자체보다 외모나 춤, 패션 등 어느 한 부분이 튀는 아이돌이 살아 남았던 것 같다. 사실 후크송은 뜬 곡이나 안 뜬 곡이나 음악적 기준에서는 비슷하다. 여기에 예능을 겸하는 특이한 성향의 아이돌이 하나의 캐릭터로 성장, 이를 자신의 팀에 접목해 인기를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팀 빼고는 아이돌 음악이 발전을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지난해는 아이돌의 끝물이라고 할 만큼 최고의 한계를 보인 해가 아니었나 싶다”고 꼬집었다.
특히 소위 ‘한 방’을 가진 아이돌이 없었다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음반시장의 성격상 최소의 제작비로 한 두 곡 씩 바꿔가며 싱글을 출시해 이 아이돌이 될지 안 될지를 가늠하다 보니 성공하기까지 시기가 길어지고 정작 정말 오랫동안 준비해서 한 방을 치는 아이돌이 없고, 아니 있을 수가 없는 시대가 됐다. 이는 반대로 준비 없이 나오는 아이돌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현진영은 내년에는 연령대가 높은 아이돌들의 등장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전망했다. 아이돌하면 10대 중후반의 어린 세대만을 떠올렸다면 이제 평균 나이가 높아지는 대신 진정성 있고 실력을 겸비한 이들로 기존 아이돌과 차이점을 뒀다.
“나도 지금 실패한 아이돌들이 나오는 오디션 프로를 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실력을 봤을 때 확실히 10대들이 20, 30대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연습량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삶에서 묻어나오는 연륜과 깊이, 진정성을 따라올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어릴수록 조금 더 가벼운 음악을 하게 되고 이제 그런 음악에 지친 대중들이 이제는 깊이가 있는 아이돌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예전에 비해 현저히 위상이 높아진 프로듀서의 역할이 향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작사도 가수도 중요하지만 프로듀서가 주도권을 잡는 시대가 올 것이고 지금도 오고 있다. 이제는 프로듀서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시대가 왔고 대우 역시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제작자가 프로듀서도 하고 전반적인 것을 다 손 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주먹구구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보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면서 각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고 이에 프로듀서의 권한도 세졌다.”
그는 싸이로 인해 더욱 촉발된 K팝의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잘하면 이제 세계시장에 자동진출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더욱 자연스러워졌다”며 홍보 마케팅 전략부터 유튜브 및 SNS를 가장 먼저 신경 쓰는 등 전반적인 제작 패턴 또한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K팝의 수준이 높아지다보니 외국에서 역으로 우리나라에 아이돌 제작을 의뢰하고 현지 시장에 데뷔시키는 등 K팝과 한국의 시스템을 신뢰하고 있으며 이런 작업들이 올해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BC ‘나는 가수다’에서 김범수, 김연우 등의 경연곡에 참여하며 최고의 편곡자임을 입증했던 작곡자이자 프로듀서 돈스파이크는 “올해도 대부분 지난해랑 비슷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아이돌 걸그룹도 내년까지는 대세이지 않을까 싶다. 아직 다 그대로 존재는 할 것 같은데 예전보다 음악이 더 다양해질 것 같기는 하다. 뭔가 여태까지는 획일화된 부분이 많았고 다른 장르, 다양한 음악이 나오는 것 같아보여도 실상은 음악적인 것보다는 방송 프로그램 등의 영향을 받아서 이슈화되고 유행을 탄 거지 자리매김해서 좋아한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조금은 독특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지금보다 더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가수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도 견해를 덧붙였다. “끝이 어딜까 싶은 오디션 프로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오디션을 안 봐도 되는 사람들도 보니까 ‘과연 잘하는 사람 뽑기 위한 것이 맞는지 그냥 어떤 문화현상이 돼버린 건 아닌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다른 쪽에도 이제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예전처럼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와서 듣기보다 TV에서 나오는 음악을 좋아해 주는 한계를 봤다. 잘 만들어지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진정성보다 미숙한 음악들이 마치 더 깊은 감동이 있는 것처럼 포장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올해 오디션 프로들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
끝으로 돈스파이크는 “올해는 뭔가 딱 정해진 대로 이렇게 안 하면 망할 것 같은 분위기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예전엔 같은 댄스그룹이라고 해도 색깔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룹 블랙아이드피스같이 혼성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너무 극과극으로 갈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이에 새해에는 여러 장르를 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강남스타일’의 글로벌한 신드롬으로 누구보다도 뜨거운 한 해를 보낸 싸이의 12년지기 매니저 황규완 실장은 이제는 세계를 겨냥하며 더욱 치열해진 가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홍보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프로듀서가 뛰어나고 노래가 좋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홍보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어떤 시스템으로 무슨 전략을 짜고 어떻게 데뷔하느냐가 관건이다. 스타급 프로듀서라고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네임밸류가 있는 가수 역시 마찬가지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전략을 갖고 있거나 체계적인 시스템이 받쳐줘야 특히 아이돌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하게 아이돌이 많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주목은 받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신인의 성공은 더욱 그렇다.”
이어 “색다른 조합, 서로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콜라보레이션 형태의 공연 및 프로젝트 앨범 제작 등이 올해에도 쭉 이어질 것 같다. 아이돌 그룹의 유닛 활동도 마찬가지다. 또 아이돌 과잉에 지친 대중들이 이제 인디신에 눈을 돌려 그 쪽에서 더 주목받는 이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십대 위주로 돌아가던 가요 시장이 이제 20, 30대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도 이들의 구매율이 높은 가수들이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을 다수 차지했다. 과거 H.O.T, 젝스키스 등을 좋아했던 세대가 어느덧 자라 다시 현재의 주 소비층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아날로그 복고 열풍이 불었던 것도 그렇고 올해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지난해 다수의 페스티벌과 지난 연말 B1A4에서 신승훈, 김범수와 박정현, 박진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서트를 함께해왔던 CJ E&M 음악사업 부문 이재향 차장은 올해 공연계를 전망했다.
그는 “재작년에는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이 새롭게 선보이며 공연형 가수들이 발굴된 시기였고 똑같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공연업계가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불황이 더 세졌고 소위 프로그램의 약발이 약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었다. 매년 늘 공연을 했던 보장된 ‘공연신(神)’들도 작년엔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 와중에 인피니트, B1A4 등의 아이돌들이 선전해줬고 김범수와 박정현 등 콜라보 형태의 공연이 매진을 기록하며 간신히 재작년과 비슷한 수준은 유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불황에도 올해 역시 많은 공연들이 기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으로도 공연이 새로운 수익 루트로 인지되면서 올해에는 내한공연도 더 많아지고 전반적으로 콘서트 공급은 늘어날 전망이다. 눈이 높아진 대중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욱 센 라인업과 퀄리티 높은 공연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페스티벌 형태의 공연도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관객층은 넓어졌지만 국내 수요는 여전히 한정돼 있기 때문에 수요의 니즈보다 오히려 공급의 니즈가 더 많고 대신 관객의 눈높이는 높아지는 형국이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공연계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공연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여전할 듯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아이돌이 속해 있는 모 엔터테인먼트사의 언론 홍보 이사는 “올해에는 인피니트를 기준으로 그 밑에 틴탑, B1A4, 블락비, B.A.P 등 중에 치고 나오는 보이그룹이 있을 것 같다. 지금껏 빅뱅, 2PM 등을 제외하고는 보이그룹의 노래가 대중적으로 히트되기가 힘들었는데 이들은 데뷔 후 밑바닥부터 다져왔고 어느 정도 팬덤을 구축해 놓은 상태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 걸그룹 특히 신인 중에는 올해에도 메인 스트림으로 오르긴 쉽지 않을 듯 싶다”고 전망했다.
이어 인디신의 발전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에는 인디에서 메이저 차트의 지분을 어느 정도 가져온 해였다. 음원차트 10위권 안에 접근하는 팀들이 하반기부터 생겼고 인디밴드들의 음반 판매량이 메이저 가수보다 더 높은 이들이 있었다. 이들도 남자 아이돌처럼 팬덤을 갖고 있다보니 아마 올해에도 음원차트에서 10~15% 정도는 지분이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독도 분쟁 등으로 혐한류 분위기를 탔던 일본 시장에 대해서는 “초반 일본에서 한류가 팽창했던 시기는 이제 지났고 어느 정도 정점을 찍고 멈춘 것 같긴 하다. 혐한 분위기 때문에 더욱 한계에 부딪혔고 이제는 더 넓어지길 기대하긴 힘들 듯 싶다. 지금의 상태에서 유지를 하면서 그 안에서 누가 더 가져가느냐의 싸움이다. 일본에서 얼마만큼 활동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제 2의 싸이 나올 수 있을까?
현진영 : 제 2의 싸이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싸이의 뜻밖의 선전을 지켜보면서 자랑스럽고 기뻤다. 세계 공통어인 재미와 웃음이 통한 것이기도 하지만 싸이의 캐릭터는 반짝이 아닌, 그 친구가 꾸준히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 또한 넘을 수 있었다. 싸이가 물꼬를 터줘서 이제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더 정확히 알게 됐고 K팝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제는 정말 K팝이 음악적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길 바란다. 우리가 어릴 적 팝송을 한글로 소리나는 대로 쓰며 달달 외웠듯 요즘은 반대로 외국인들이 한국어 노래를 외워서 부르고 하더라. 이에 음악성만 받쳐준다면 언어의 한계 또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돈스파이크 : 워낙 전문가들이 잘 준비를 했고 시기 또한 잘 맞아 떨어지면서 싸이씨가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렇기에 앞으로가 더 조심스럽다. 싸이든 제 2의 인물이 됐든 ‘강남스타일’보다 더 강력한 것을 들고 나오던가 아예 다른 스타일로 반전 쇼크가 있지 않은 이상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음악도 정말 좋아졌고 실제 외국에서도 되게 놀라워할 정도로 괜찮은 음악들이 많다. 빨리 진출했으면 좋겠고 예전처럼 국내에서만 될 것이란 생각은 안했으면 한다.
엔터테인먼트 홍보 이사 : 제 2의 싸이? 아직은 아니다. 올해 당장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싸이 본인이 신곡을 내서 적어도 빌보드 상위권 진입을 한 번 더 할 수 있느냐를 먼저 눈여겨 봐야될 것 같다.
황규완 실장 : 소셜네트워크 시대니까 제 2의 싸이가 또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싸이의 경우는 이제 슬슬 제3국에서도 ‘강남스타일’이 알려지기 시작해 내년 초까지는 ‘강남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좀 더 이어질 것 같다.
[빅뱅 샤이니 슈퍼주니어 2AM(위), 미쓰에이 티아라 애프터스쿨(중간), 싸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gettyimages/멀티비츠]
고경민 기자 , 최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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