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정기훈 감독의 영화 속에는 늘 여배우가 빛난다.
전작 '애자'도 그랬지만, 그의 신작 '반창꼬'는 더더욱 그랬다. 배우에게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발굴해주는 연출자는 축복이다. 한효주에게 정기훈 감독은 그런 존재일 터다.
"'애자' 끝나고 난 다음, 어떤 작품을 할까 구상 중이었는데 당시 광고에서 짧은 옷을 입고 카메라를 들고 춤을 추는 (한)효주 씨를 봤어요. 어색하고 뻣뻣한데 뭐랄까요. 굉장히 열심히 하는 티가 나더라고요. 곧바로 손석우 대표에 전화를 했죠. '효주 씨를 두고 시나리오를 쓰겠다. 어떤 이야기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했죠. 처음엔 다들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라고 예상했었어요. 그런데 효주 씨는 '오직 그대만'도 했었고, 한효주의 자기복제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배우를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기존 모습을 반복하는 것은 탈피해야겠다 했죠."
기분 좋은 변신을 예상하지 못했던 한효주는 정기훈 감독의 러브콜에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단다. "제가 이걸 할 수 있을까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짜 이런 모습이 저한테 보이세요?"가 한효주의 첫 반응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만족도는 있어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영화계는 여배우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배우 원톱 영화는 마케팅이 아닌 영화 자체의 힘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요. 한효주만 봐도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인데, 남자 배우에 가려지는 역할로 소비했죠. '반창꼬'의 경우에는 여자 중심적인 영화라기보다는 여주인공이 나름의 매력이 있는 영화라고 봐야겠지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또 표현해낸 감독과 배우의 뿌듯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수 캐릭터는 논란의 소지가 많은 캐릭터인 것도 사실. 자신의 한 순간 실수 때문에 목숨을 잃을 처지가 된 환자나 그의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 전혀 없다.
강일(고수)과의 로맨스 분량에서 보이는 미수의 모습이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밝힌 정기훈 감독 역시도 "손가락질 받고 지탄 받아야 하는 여자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미수 캐릭터를 소시오패스로 설정해보았으나(이 설정의 잔재가 바로 뇌종양 에피소드라고),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가 치료가 불가능한 차원의 것임을 알고 나서는 지금의 미수 캐릭터로 톤다운 됐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힐링을 말하고 싶었어요. '애자'를 힐링 시네마라고 했는데 당시만 해도 힐링이 지금처럼 열풍이 불지 않았음에도 그런 부분에 대한 수요를 봤었어요. 제 영화에는 늘 이런 부분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반창꼬'의 경우, 홍보 단계에서 '힐링'을 뺀 것은 마치 요즘 유행하는 열풍을 좇아서 만드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들 스스로가 '힐링' 됨을 느꼈다면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봐요."
정기훈 감독은 '애자','반창꼬'를 이어 그의 힐링 3부작을 완성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동시에 아직 완성되지 못한 여배우와 작업해 피지 못한 꽃봉오리를 피워주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정기훈 감독.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