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90년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그룹 핑클의 멤버 성유리. 배우로 전향한 뒤 성유리에게는 핑클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 붙었다. 지난 2002년 드라마 '나쁜 여자들', '막상막하'로 연기자의 길을 걸은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배우로서 그를 떠올릴 때는 '눈의 여왕'의 안하무인 부잣집 외동딸 김보라, '쾌도 홍길동'의 천진난만한 허당 허이녹, '로맨스 타운'의 캔디 노순금 역을 연상시키는 사람이 많다.
이에 성유리가 영화 '누나'(감독 이원식)에서 윤희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걱정의 시선도 있었다. 걸그룹 이미지를 아직 벗어내지 못한 성유리가 죄책감에 짓눌린 채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윤희를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우려됐던 것.
하지만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누나'는 자칫 뻔할 수 있는 스토리에 성유리와 이주승이라는 배우가 숨을 불어넣은 작품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영화에서 성유리는 어깨에 힘을 뺐다. 청순가련 혹은 상큼 발랄했던 이미지로 대변됐던 성유리를 놓고 상상도 할 수 없는 땅거지, (급)식순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더운 날씨 탓에 화장이 지워져 거의 맨얼굴로 촬영하다시피 했고, 예쁘고 화려한 의상 대신 후줄근한 티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거의 대부분의 신을 소화해 냈다. 여기에 얼굴엔 멍이 가실 날이 없고 피딱지가 앉기까지 했다.
하지만 의상과 액세서리가 아닌 연기력으로 자신을 치장한 성유리의 모습은 그 어느 작품보다 더 아름답고, 지난 2010년 촬영된 작품임에도 최근 작품 속 그 어떤 모습보다 더 배우스럽다.
성유리의 연기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이주승의 연기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성유리의 지갑을 뺏어가지만 종국엔 성유리의 상처를 치유시키는 불량청소년 진호 역으로 출연한다. 독립영화계 차세대 이제훈으로 불리는 이주승은 상처받은 채 잔뜩 날이 서 있는 천방지축 10대를 실제보다 더 실감나게 표현해 냈다.
성유리는 이번 작품에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그는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개런티를 받지 않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좋은 영화"라며 "부끄럽지만 연기를 한 지 10년 정도 됐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열정을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돼 나에겐 참 뜻 깊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누나'는 2년 전의 성유리가 100%는 아닐지라도 이미 배우로서 준비돼 있던 연기자였음, 연기의 폭이 더 넓은 배우임을 알려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누나'는 어린 시절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빠진 자신을 구하다 죽은 동생을 잊지 못하는 윤희가 동생의 하나뿐인 사진이 담긴 자신의 지갑을 훔쳐간 불량학생 진호와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영화다. 러닝타임 103분. 15세이상 관람가. 내달 3일 개봉.
[영화 '누나'의 성유리와 이주승. 사진 = 어뮤즈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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