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두가 걱정의 눈빛이다. 하지만 지금이 기회다.
사상 첫 정규시즌-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리는 삼성. 그들의 2013년이 심상찮다. 예년과는 달리 구단-선수의 연봉협상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오승환, 윤성환, 박석민 등 간판 선수 대부분이 여전히 도장을 찍지 않았다. 오는 20일 괌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가운데 팀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삼성은 미계약자를 일단 해외로 데려가지 않을 방침이지만, 오승환은 개인훈련을 이유로 해외로 떠났고, 다른 일부 선수 역시 6일과 11일에 몸 만들기를 위해 조기 출국한다.
류중일 감독도 2월 11일이면 WBC 사령탑으로 자리를 비운다. 김한수 타격코치도 동행한다. 1차 괌 훈련을 볼 수 있지만, 실전경기와 최종 시즌 구상이 현실화되는 2차 오키나와 캠프는 챙기지 못한다. 김성래 수석코치가 총괄하면서 류 감독에게 보고서를 올리겠지만, 태극마크를 달게 된 류 감독이 소속팀에 신경을 쓸 시간은 적다. 게다가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도 팀을 떠난 상황. 이래저래 훈련이 밀도 있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
▲ 의욕적인 개인훈련, 내 몸은 내가 챙긴다
삼성 선수들은 이기는 맛, 우승의 맛을 안다. 어떻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선수가 없다. 간단한 이치다. 협상은 협상, 훈련은 훈련이다. 오승환이 이미 해외로 떠났고, 배영수 등 일부 선수도 이미 작년 12월에 따뜻한 곳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돌아왔다. 또 공식 괌 스프링캠프는 20일에 차려지지만, 12월 말 대구 새 야구장 기공식에서 만난 삼성 선수들에 따르면, 일부 선수들은 6일과 10~11일경에 먼저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수선함 속에서도 풀어질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개인이 잘 돼야 팀도 잘 된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개개인이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선수들도 그 뜻을 잘 알고 있다. 감독이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또는 연봉 협상이 시원스럽게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훈련을 등한시 하는 선수는 없다. 오히려 누구도 이루지 못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에 대한 의욕이 대단하다.
▲ 파트별 지도자 리더십을 믿는다
류 감독이 떠난 뒤 오키나와 실전캠프는 김성래 수석이 지휘한다. 그 아래 파트별 참모가 꼼꼼하게 훈련을 이끌 전망이다. 삼성은 최근 조범현, 카도쿠라 켄과 포수, 투수 파트 인스트럭터 계약을 체결했다. 두 사람 모두 해당 분야에서 명망이 높다. 조 인스트럭터는 과거 삼성에서 류 감독과 함께 코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삼성의 분위기를 잘 안다. 국내 최고 포수 전문가다. 이지영의 경쟁자, 혹은 그 뒤를 이을 포수 유망주 육성에 기대를 건다.
카도쿠라도 어수선한 삼성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부상 여파로 2011시즌 중도 퇴출됐지만, 삼성 투수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선배였다. 특유의 철저한 자기관리 및 투구 밸런스 유지 훈련 등이 삼성 젊은 투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은 카도쿠라 인스트럭터가 젊은 투수들의 멘토가 돼주길 바란다. 또 삼성은 오치아이 전 코치의 자리에 김태한 불펜 코치를 메인 코치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 코치 역시 수년간 불펜 코치 경력으로 삼성 마운드를 이끄는 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그럴 경우 공석인 불펜 코치는 다른 코치로 메울 전망이다.
삼성은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코치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2군 코치만 무려 23명이었다. 3군에도 파트별 코치를 뒀다. 이들이 해당 파트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새롭게 합류한 두 인스트럭터가 힘을 보태면서 김성래 수석코치가 중심을 잡는다면 류 감독의 공백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 위기관리능력 시험대
삼성은 이승엽, 진갑용, 김상수, 장원삼, 차우찬, 오승환 등 무려 6명의 선수가 WBC 대표팀에 차출된다. 코칭스텝 2명까지 총 8명의 차출. 위기는 곧 기회다. 스프링캠프에서 9개구단 중 가장 풍부한 유망주들이 이들이 없는 사이 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합할 경우 실질적인 경쟁구도는 강화될 수 있다.
한편으로 이번 스프링캠프는 삼성의 자체적인 위기관리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어느 팀이든 시즌을 치르면서 결정적인 위기는 찾아온다. 삼성은 누구나 겪어야 할 위기를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시즌을 치르기도 전에 9개 구단 중 가장 먼저 맞이하게 됐다. 이 위기를 넘기면 시즌 중엔 찬스가 찾아온다. 남들이 위기를 맞이할 때 탄탄대로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이미 지난해에도 숱한 어려움을 딛고 해피엔딩에 성공한 삼성이다. 진정한 강자는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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