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가 하위권으로 밀려난 하나외환을 욕하나.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외환. 6일 현재 8승 16패 승률 0.333으로 5위다. 16승 24패로 승률 4할을 기록했던 지난 시즌보다 승수 쌓기 속도는 더디다. 하지만, 꼴찌 후보라는 평가에 비하면 선전하고 있다. 5일 KDB생명을 최하위로 밀어냈고,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4위 도약 가능성도 충분하다. KB에도 2경기 차로 접근한 상황에서 이날 맞대결을 치른다. 승리할 경우 1경기 차로 좁히는 가운데 마지막 6~7라운드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올 시즌 여자농구. 선두 우리은행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2007년 겨울리그 이후 5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고 있다. 하나외환도 크게 뒤처지지 않고 2010-2011시즌 이후 두 시즌만의 포스트시즌 복귀를 꿈꾸고 있는 것은 분명 박수를 받을 만하다.
▲ 시즌 준비, 나머지 5팀에 비교할 수 없었다
하나외환은 올 시즌 준비 자체가 부실했다. 신세계가 지난 4월 무책임하게 해체를 선언한 뒤 8월 말 하나외환의 인수가 결정되기 전까지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에 임할 수 없었다. 숙소 짐을 빼고 다시 넣는 해프닝을 겪으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다. 가뜩이나 주변 환경에 민감한 여자 선수들. 그녀들은 극도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휩싸였다. 해체될 뻔 했던 팀이 가까스로 존속 결정이 됐다. 전력보강에 나설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 흔한 해외전지훈련도 시즌 직전 부랴부랴 짧게 다녀왔다.
그럼에도 성적은 국내, 해외에서 꼼꼼하게 훈련한 다른 중위권 팀들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올 시즌 하나외환이 꼴찌를 하더라도 뭐라고 해선 안 된다. 성적을 낼 만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라고 했다.
▲ 샌포드 선택한 조동기 감독의 혜안
조동기 감독은 요즘 볼 살이 쪽 빠졌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난 여름부터 선수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을 뺐고, 본인도 불안한 신분 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렸다. 하나외환은 1~2라운드서 극도의 부진에 시달린 뒤 3라운드 이후 승률을 끌어올리기 시작해 5라운드 막판인 현재 4강권에 바짝 접근했다.
외국인선수 나키아 샌포드 영입이 성공적이었다. 올 시즌 최고 외국인선수는 단연 우리은행 티나 톰슨이다. 하지만, 샌포드는 WKBL이 산정하는 공헌도에서 526.20으로 전체 12위이자 외국인선수 중 1위다. 국내 선수보다 경기수가 훨씬 적은 불리함을 감안하면 순위는 매우 높다. 그만큼 샌포드가 알짜배기 활약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WKBL 경험이 풍부한 백전노장. 그녀는 올 시즌 18점 11.6리바운드 1.9어시스트 1.5스틸을 기록 중이다.
샌포드는 부상 여파로 풀타임 출전이 어려운 강지우 대신 궂은 일에 능한 허윤자와 함께 하나외환의 골밑을 책임지고 있다. 절대 무리하는 법 없이 팀이 필요할 때 득점을 해결하는 그녀의 스타일은 에이스 김정은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도 살려주고 있다는 평가다. 주전가드 김지윤이 부상 여파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해 자신에게 볼을 넣어주는 가드가 부족한 상황에서 스스로 경기를 풀어간다.
조동기 감독은 “샌포드가 성격이 정말 좋다. 한국사람 다 됐다. 간단한 한국말을 잘 알아듣는다. 국내 선수들보다 앞서서 팀 분위기를 이끈다”라며 “처음에 샌포드를 뽑을 때 욕을 많이 먹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잘 뽑았다. 솔직히 내년에도 재계약을 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런 샌포드를 뽑은 센터 출신 조 감독의 혜안이 빛났다고 볼 수 있다.
▲ 아름다운 분투
하나외환의 객관적인 전력은 중, 하위권이다. 그에 걸맞게 4~6위 다툼 중이다. 하지만, 또 다른 농구인은 ”탈꼴찌 다툼이라고 정의하기보다 아름다운 분투라고 표현하고 싶다. 조 감독이 오랜 코치 경험을 살려 팀을 잘 이끌고 있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그런 조 감독은 “구단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프런트 분들은 바빠졌지만, 내겐 전혀 아무런 말씀이 없다”라며 감사함을 표시한 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올라가 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하나외환은 컵대회 휴식기를 치른 뒤 김지윤이 본격적으로 출장 시간을 늘린다. 그녀는 5일 경기서 12분 18초간 2점을 올리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노련한 경기운영과 수 많은 득점루트를 파생할 수 있는 김지윤은 샌포드, 김정은과도 좋은 궁합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선두 우리은행의 행보만 놀라운 게 아니다. 비록 하위권이긴 하지만, 하나외환의 아름다운 분투가 계속되고 있다.
[하나외환 선수들(위), 샌포드(중간), 조동기 감독(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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