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조성민의 사망. 무엇을 의미할까.
두산 조성민 전 2군 재활코치의 사인은 자살로 추정된다.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건 조 전 코치도 선수생활 당시, 그리고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도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는 점이다. 현대 의학에서 모든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다. 야구 선수들과 지도자들도 스트레스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산다.
스트레스. 사람이 심리적으로 어떤 마인드를 갖느냐에 따라 더 생길 수도 있고, 덜 생길 수도 있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매일이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프로야구는 곧 경쟁사회. 자신의 자리 보전과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와 지도자는 없다. 겉은 똑같이 멀쩡해 보여도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선수와 지도자는 그만큼 건강에 위협을 받으니 손해다.
▲ 국내야구, 심리치료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꾸자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대부분 심리치료사를 고용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멘탈 코치’라는 이름으로 등록하기도 한다. 주로 심리학자 혹은 해당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인데, 선수와 심리 상담을 통해 정신적인 안정을 주고, 스트레스를 최소화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심리치료사와의 면담 이후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거나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한 선수들이 확 달라진 케이스가 빈번히 나온다. 과거 박찬호도 메이저리거 시절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선 매우 일상적인 일이다.
국내는 어떤가. 심리치료사를 정식으로 고용한 팀은 없다. 멘탈 코치라는 말도 생소하기 그지 없다. 여전히 심리, 정신 상담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일부 선수들도 심리치료 혹은 상담을 받다가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서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으면 어떡하지?”라는 쓸데 없는 걱정을 한다. 쉽게 말해서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주위에 정신과 치료 받고 왔다는 말을 하는 걸 꺼려하는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고 보면 된다.
잘못된 사고다.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 야구선수와 지도자들도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는다. 위에서 예를 들었듯이 심리, 정신 상담 및 치료는 외국 스포츠 선수들에겐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에 너무 무감각하다. 그 자체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니 이름이 알려진 야구선수들도 애써 심리치료 및 상담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젠 국내야구도 심리치료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 심리치료,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전문가와 심리치료 및 상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 선수가 종종 있다. KIA 윤석민은 2010년 사구 파동을 겪은 뒤 심리치료사의 면담을 통해 안정을 찾기도 했다. 또 다른 선수들도 심리치료 및 상담을 통해 슬럼프 탈출에 효과를 보면서 조금씩 심리치료에 대한 보이지 않는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야구선수들도 심리치료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있다. 다만, 여전히 주위에 알려지는 걸 꺼려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이뤄지는 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야구계는 구단 차원에서의 심리치료사 고용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심리치료를 받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구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경우 1군 선수뿐 아니라 2군 선수, 지도자들도 심리치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더 이상 심리치료 및 상담을 부끄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선수 개개인의 심리적인 안정은 곧 경기력의 상승과 직결된다. 팬들은 항상 좀 더 질 높은 경기를 보고 싶어 한다.
고인이 된 조성민 전 두산 코치는 현역 시절 부상, 부진 및 재활과 개인사로 유독 굴곡이 심한 삶을 살았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 2년간 두산 선수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가 부상과 재활에 시름하던 현역 시절, 혹은 개인사로 힘겨워하던 지난 몇 년간 전문가에게 심리치료 및 상담을 받았더라면 이렇게 빨리 세상과 등을 졌을까. 야구인들이 심리치료 및 상담을 더 이상 부끄러워 말고, 멀리해서도 안 된다.
[목동구장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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