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이런 말하면 핑계 같지만 말이 나와서 하는 거에요.”
구리 KDB생명. 올 시즌 예상을 뒤엎고 부진하다. 7일 용인 삼성생명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7승 17패 최하위에 처졌다. 시즌 초반부터 꼬였다. 주전들은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고, 이경은이 왼쪽 발 피로골절로 옳게 뛰지 못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신정자도 한동안 코뼈 부상에 시달렸고, 조은주, 한채진 등에게 심한 부하가 걸렸다. 정인교 SBS ESPN 해설위원은 “초반부터 어긋났다”라고 진단했다.
경기 전 만난 이옥자 감독은 “우리 스스로 부진했다”라면서도 “운이 없는 것도 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감독의 말은 단순히 성적 부진에 대한 핑계를 대는 게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KDB생명이 홈으로 사용하는 구리체육관을 두고 하는 얘기다. KDB생명은 WKBL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연습 구장이 없다. 선수들은 경기가 없는 날 구리체육관에서 모든 훈련을 해야 한다.
물론 구리체육관 바로 앞 걸어서 5분 거리에 선수단 숙소가 있기 때문에 이동이 편한 장점은 있다. 하지만, 구리체육관은 엄연히 구리시의 소유이고, KDB생명은 대관을 해서 사용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시즌 스케줄에 맞춰 아무 때나 연습을 할 수 없다. 연습을 하려고 하면 배드민턴 등 다른 생활 스포츠 혹은 지역 스포츠 대회 일정과 맞물려 제대로 된 연습 시간을 잡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물론 연습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런데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운동 기간엔 1주일 정도 아예 구리체육관에서 연습을 하지도 못했다. 또 구리체육관이 대선 개표 장소로 사용되면서 KDB생명은 이 기간에 남양주 체육관, 대진고등학교 체육관 등을 전전하며 연습을 해야 했다. 연습을 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연습을 할 수도 없고 눈치를 봐가며 떠돌이 연습을 했던 셈이다.
이 감독은 “남양주 체육관은 한번 가보니까 추워서 죽겠더라. 직접 몸을 풀기 전에 난방을 켰다”라고 회상했고, “대진고 체육관에선 그나마 따뜻해서 살만 했다”라고 했다. 이어 “어떨 때는 연습 장소가 없어 웨이트트레이닝 장에서 가볍게 공을 만지고 경기에 들어가곤 했다”라고 했다.
문제는 이렇게 구리체육관을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홈 코트에 익숙해질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홈 경기에선 익숙한 골대와 환경 등으로 심리적 안정을 갖고 가야 하는 게 그러지 못했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올 시즌 구리체육관은 유독 전광판 고장이 많이 났다. 이 감독은 “샷 클락과 게임 클락을 봐가면서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리듬과 흐름을 타질 못하기도 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한 마디로 전용 연습 체육관이 없고, 그나마 체육관 사정도 좋지 않아 편안하게 시즌을 치를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이런 말씀을 드리면 핑계라고 할까봐 안 하고 있었지만, 말이 나와서 하는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전용연습체육관이 있어야 남들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연습을 할수 있다. 구리체육관 자체적인 보수도 시급한 상황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사실 몇 시즌 전부터 구단에서 연습 경기장을 지어준다고 했는데 부지 문제로 잘 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어떻게 보면 이 감독의 말은 핑계다. KDB생명은 예전에도 이런 상황에서 호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또 실제 구리체육관에서 전혀 연습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감독의 말처럼 KDB생명 선수들이 다른 팀에 비해 고생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어떻게든 연습체육관 문제는 해결돼야 할 것 같다.
[구리체육관.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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