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세호 기자] 9구단 체제로 맞이하는 2013년 프로야구의 화두는 휴식기로 인해 더욱 심화될 투고타저 현상이다. 휴식기를 전후로 에이스급 투수들의 연속 등판이 가능하고, 휴식기를 앞둔 마운드 총력전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상대해야 하는 타자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따라서 잦은 투수전으로 인해 출루율은 낮아지고, 화끈한 타격전보다는 한두 점 차이의 피 말리는 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때 상대팀과의 근소한 차이를 좁히거나 더욱 벌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주루플레이다. 같은 출루라도 도루에 성공해 홈과 더 가까워진다면 당연히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지난해 팀 도루 1위(179개)였던 넥센은 리그 최하위의 타율(.243)과 두 번째로 낮은 출루율(.325)에도 불구하고 4번째로 많은 549득점을 올렸다. 반면 한화는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출루율(.338)에도 두 번째로 적은 107도루와 함께 가장 적은 509득점에 그쳤다. 도루가 득점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많은 점수를 얻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경기가 한두 점 싸움이라면 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각 팀 감독들이 올시즌을 준비하면서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주루플레이다. 롯데는 최근 모토니시 전 라쿠텐 코치를 외야수비·주루 인스트럭터로 초빙했고, 김시진 감독도 구단 시무식에서 "주루와 수비의 강화"를 스프링캠프 우선 과제로 꼽았다. 넥센 역시 지난해 작전·주루 코치를 맡아 리그 최다 팀 도루를 이끈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선수단을 향해 "한 베이스 안 주는 수비"와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를 주문했다.
2000년대 중후반 '육상부'로 불렸던 두산의 등장 이후 한국프로야구의 '발야구'는 이대형(LG)이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한 마지막 해인 2010년(전체 1113도루)을 기점으로 주춤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1년 리그 전체 933개였던 도루는 지난해 1022개로 다시 증가했다. '대도' 이대형처럼 독보적인 선수는 없었지만 이제는 팀의 중심타자도 틈이 보이면 너나 없이 뛰는 시대가 됐다. 그만큼 주루플레이의 중요성을 스스로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시즌 타구단보다 뛰어난 주루플레이로 '육상부'의 모습을 보여줄 팀은 어디가 될까. 지난해 최다 팀 도루를 기록한 넥센과 함께 FA(자유계약선수) 김주찬을 영입한 KIA를 기대해볼 만하다. KIA는 김주찬의 가세로 이용규와 김선빈까지 지난해 도루 부문 1, 3, 5위의 선수들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물론 기본적인 전력 차이는 주루플레이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하지만 선발-중간-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강력한 투수진을 구축하고 탄탄한 수비와 함께 뛰어난 타격까지 갖춘 완벽한 팀이 아닌 이상, 경기 상황과 서로의 상대성에 따라 때로는 한 베이스의 작은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큰 차이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도루왕을 차지한 KIA 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세호 기자 fam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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