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올시즌을 앞두고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미치 탈보트, 브라이언 고든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며 아네우리 로드리게스, 릭 반덴허크를 영입했다. 25승(탈보트 14승, 고든 11승)을 포기하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수혈한 것이다.
삼성의 과감한 베팅도 놀라움을 자아내지만 새롭게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의 국적이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반덴허크의 국적이 네덜란드이기 때문. 야구를 하는 나라인 것을 아는 팬들도 많지만 그보다는 거스 히딩크의 나라, 축구의 나라, 풍차의 나라로 더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국력이나 이름값과는 별개로 야구에서만큼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수 많은 외국인 선수가 스쳐갔다. 미국 혹은 도미니카 공화국 국적이 대부분이었으며 간혹 멕시코, 호주, 베네수엘라, 쿠바, 일본, 캐나다 국적의 선수가 국내 프로팀 유니폼을 입었다.
자연스레 네덜란드 국적의 선수가 영입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흥미를 자아냈다. 삼성의 반덴허크 영입 보도자료 제목 역시 '네덜란드 출신 릭 반덴허크 영입'이었다. 미국 혹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선수였다면 이러한 제목이 나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반덴허크는 국내 프로야구에 입성한 첫 번째 네덜란드 선수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네덜란드 본토 선수로는 첫 번째 선수이지만 네덜란드와 깊은 연관이 있는 선수로는 첫 번째가 아니다.
반덴허크는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 출신이다. 본토 출신으로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는 반덴허크와 디디 그레고리우스(애리조나), 단 두 명 뿐이다. 본토보다 더욱 뛰어난 야구선수를 많이 배출해낸 곳이 네덜란드령 앤틸리스 제도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뛴 네덜란드령 앤틸리스 제도 선수는 본토 선수보다 많은 5명이다.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이적에 이어 가정폭력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앤드류 존스 역시 네덜란드령 앤틸리스 제도 퀴라소 출신이다.
실제로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네덜란드 대표팀 구성을 봐도 네덜란드 본토 선수보다는 네덜란드령 앤틸리스 제도 선수가 주축을 이뤘다. 존스(퀴라소), 랜달 사이먼(퀴라소), 시드니 폰슨(아루바) 등이 그들이다.
반덴허크에 앞서 국내 프로야구에 입성한 네덜란드 선수 역시 네덜란드령 앤틸리스 제도 선수였다. 2000년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은 헨슬리 뮬렌이 주인공.
1989년부터 1998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기도 한 뮬렌은 2000년 SK 창단 멤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193cm 96kg의 건장한 체격을 갖춘 내야수였다. 출신지는 퀴라소. 하지만 한국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14경기에서 타율 .196(46타수 9안타)만을 기록한 뒤 쓸쓸히 짐을 쌌다.
뮬렌이 짧은 기간 스쳐간 뒤 처음 한국 무대를 밟는 선수가 바로 반덴허크다. 그는 뮬렌과 달리 한국 무대 데뷔 전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다. 그가 뮬렌이 선보이지 못한 '네덜란드 야구'의 힘을 얼마나 선보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2013년 프로야구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잘 나가던' 플로리다 시절 릭 반덴허크. 사진=gettyimagesKorea/멀티비츠]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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