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0구단 체제, 이젠 스토리텔링이다.
프로야구 10구단 사업자로 KT가 사실상 확정됐다. 기쁨도 잠시다. KT는 다음주 구단주 총회에서 승인을 얻으면 본격적으로 창단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기존 구단들과의 관계설정, 나아가서 KT 야구단의 이미지 메이킹이다. 단순히 창단 준비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KT가 야구판에 발을 담근 궁극적인 이유도 결국 야구단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기업의 이미지를 더 좋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 KT, 약체 이미지 최대한 빨리 벗어야 한다
KT는 2014년 퓨처스리그에 진입하고, 2015년 1군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9구단 NC가 밟아온 길이다. KT도 NC처럼 진통을 빚겠지만, 선수 지명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야구가 고도의 테크닉을 수반하는 스포츠라 KT가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오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쉽게 말해서 당장 KT가 우승권에 도전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는 곧 당분간 KT가 성적으로 기업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을 줄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KT는 꾸준히 전력보강과 리빌딩에만 신경쓰고 있어야 할까. 아니다. 약체 이미지를 벗어내고자 하는 구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2000년에 KBO 회원사가 된 SK도 200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제외하곤 2000년대 중반까지 중, 하위권을 전전했다.
SK는 2007년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수석코치를 영입하면서 ‘스포테인먼트’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야구단 마케팅과 야구 소비자 획득 판도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꾸준히 재계순위 상위권에 올라 있었던 SK는 성적이 썩 좋지 않아 고심이었는데, 스포테인먼트가 단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좀 더 세련되고 역동적인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 마침 김 감독 부임과 동시에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야구단의 위상이 치솟았다.
KT도 SK와 통신사 라이벌답게 이미지 메이킹에서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KT는 과거 KTF 시절 “쇼를 하라 쇼”로 메가톤급 히트를 쳤고, 지금은 “올레”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공기업 성격이 강하지만, 계열사 임직원들의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으로 소비자들을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KT는 야구판에 히트를 칠만한 아이디어 상품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혹시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이미지에 손해를 덜 본다.
▲ 10개 구단,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자
올해부터 1군에서 뛰는 NC는 롯데와 지역 라이벌을 형성하고자 한다. 롯데는 탐탁지 않아하고 있지만, NC는 라이벌십이 약한 국내야구시장의 허점을 파고들 심산이다. 이미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고, 올 시즌 실제 16차례 맞대결에서 결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KT도 마찬가지다. NC처럼 다른 구단과의 관계정립에서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꼭 라이벌 구도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단순히 SK와 통신사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KT는 수원구장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인근에 ‘KT 수원야구장’이라는 지하철역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 4호선, 혹은 신분당선과 연계할 경우 서울과 경기도 내 타 도시 팬들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이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게 바로 지하철 시리즈다.
현재 수원야구장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1호선 화서역인데, 2016년엔 강남역과 분당, 수원을 연결하는 광역전철 신분당선이 연장 개통된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수원야구장까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을 전망이다. 나아가 2019년엔 지하철 4호선이 수원야구장을 통과할 계획이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지하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KT가 두산, LG, 넥센과 지하철 시리즈 개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통신사라이벌 SK의 연고지인 인천과도 가까워질 전망이다.
그 자체로 이야기거리 양산이 가능하다. 성적 측면에선 당분간 고전할 가능성이 큰 KT는 1군 진입 후 상위 클래스 팀들에 향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오려면 이런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구단간의 관계정립 과정에서 얽혀 있는 사연을 최대한 발굴하고, 활용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이 이뤄지면 소비자들의 관심도와 충성도가 높아지게 된다.
KT뿐 아니라 나머지 9개 구단도 이젠 스토리텔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구단들이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활용해왔던 마케팅 전략은 이제 소비자들에게 식상해졌다. 역사가 30년인 국내프로야구는 그동안 구단들간의 스토리 라인이 약했다. 사람은 누구나 감성과 추억에 취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구단들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춰주려면 구단들간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마케팅에 녹여내야 한다. KT의 등장으로 구단들의 소비자 유치 전쟁이 한층 가열될 조짐이다. 힌트는 스토리텔링이다.
[수원야구장(위), 인천문학구장(아래). 사진 = 수원시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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