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인스트럭터 풍년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도 일부 팀들의 인스트럭터 고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이 조범현 전 KIA 감독을 포수 인스트럭터로, 2년 전 삼성에서 선수로 뛰었던 카도쿠라 켄을 투수 인스트럭터로 영입한 데 이어 14일엔 한화도 KIA에서 투수코치로 활동했던 칸베 토시오 씨를 인스트럭터로 영입했다. 롯데도 지바롯데와 라쿠텐에서 수비 및 주루 코치로 활동했던 모토니시 아츠히로 씨를 인스트럭터로 영입했다.
▲ 능력지상주의, 지도자들 기득권 버린다
인스트럭터의 영입 및 활동은 새로울 게 없다. 다만, 최근 들어 무게감 있는 인스트럭터들의 영입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볼거리다. 9~10구단의 연이은 리그 데뷔로 일시적인 리그 수준 하락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도자의 몫이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각 구단이 실력 있는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는 건 환영할 만하다. 지위, 입지를 떠나서 야구의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사실 조범현 인스트럭터의 경우 당장 프로팀 감독으로 가도 될 정도의 경력과 능력이 있다. 더구나 조 인스트럭터는 김응용 전 감독 시절 류중일 감독과 함께 코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사실 팀 내에서 감독급 지도자가 버티고 있다면, 감독이 리더십을 옳게 발휘하기가 쉽지는 않다. 감독급 인스트럭터의 영향력을 존중해줘야 서로 면이 서기 때문이고, 팀이 파열음 없이 돌아갈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조 인스트럭터에게 파격적으로 ‘감독’ 호칭을 쓰기로 했다. 먼저 고개를 숙인 것이고, 그만큼 조 인스트럭터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조 인스트럭터도 류 감독에게 지켜야 할 선을 지키면서 자신의 분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렇듯 기존 코칭스태프가 인스트럭터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기득권과 혹시 모를 권위의식을 버린다면 인스트럭터 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훌륭한 인스트럭터의 지도를 받아 리그 정상급 스타로 성장한 선수는 한, 둘이 아니다.
또한, 능력이 있는 인스트럭터는 자연스럽게 기존 코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기 마련이다. 선수가 인스트럭터의 가르침을 잘 흡수한다면, 코치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도 방식을 돌아보고, 발전을 꾀하게 된다. 전문 인스트럭터와의 대화를 통해 느끼고 배우고 정보를 교류할 수도 있다. 서로 지도자로서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한 야구관계자는 “인스트럭터가 잘만 자리잡는다면 코치, 선수들 모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라고 했다.
▲ 인스트럭터 효과, 선수 모두에게 적용될까
인스트럭터는 일종의 스페셜리스트다. 특정 파트만을 맡다 보니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지는 않는다. 당연히 이는 코치의 몫이다. 코치가 기본적으로 파트별 훈련을 지도하되, 인스트럭터가 부족한 부분에서 전문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혹은 감독이나 코치가 특별히 부탁한 선수 몇명을 집중 지도한다. 결국 선수 입장에선 같은 파트이더라도 코치와 인스트럭터의 지도를 동시에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선수 입장에선 사고의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코치든 인스트럭터든 모든 지도자의 철학과 선수 지도 방식이 같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오히려 선수의 기량 발전이 늦어질 수도 있다. 핑계 같지만, 수년간 유망주에 머물러 있는 선수들을 보면 그를 지도하는 사람이 자주 바뀐 케이스를 찾을 수 있다.
어차피 인스트럭터는 짧게는 스프링캠프 기간, 길게는 한 시즌 정도만 팀에 머무른다. 코치에 비해 큰 그림을 갖고 선수를 대하기가 힘들어 기존 코치들과 지도 방식이 일원화되기가 힘들다. 인스트럭터 효과로 스타로 성장한 선수도 많았지만, 만년 유망주들 역시 많았다. 물론 선수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내야구에서 여전히 선수 성장에 지도자의 영향력이 큰 걸 감안하면 인스트럭터의 명암은 쉽게 간과하긴 어렵다.
인스트럭터를 잘 활용하면 선수의 기량 성장, 나아가 9~10구단 체제 속에서 리그 자체의 질적 향상과 지도자들의 건전한 발전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우려 역시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야구관계자들 역시 “인스트럭터 고용의 장, 단점은 명확하다”라고 했다. 올 시즌엔 어느 팀이 인스트럭터의 장점만을 쏙쏙 뽑아낼까.
[문학야구장(위), 목동야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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