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가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난 해는 바로 2004년이다. 당시 수석코치로 부임한 선동열 현 KIA 감독과 만나 '3000구' 훈련을 거치고 하체를 쓸 줄 아는 투수로 거듭나면서 150km대 강속구와 현란한 슬라이더를 무기로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이승엽, 마해영 등 주포가 빠져 나간 상황에서 10연패에 빠지는 등 최대 위기에 몰렸던 팀을 구해내는 한편 그해 17승을 거두면서 단 2패만 당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10이닝 비공인 퍼펙트라는 명장면을 선사하며 배영수라는 이름을 전국에 각인시켰다. 정규시즌 MVP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그리고 삼성은 그야말로 '최강 삼성'이 됐다. 2005년 신인으로 입단한 오승환이 독특한 투구폼에서 뿜어 나오는 150km대 강속구로 리그를 휘어 잡은 것이다.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로 고정되면서 그 위력이 배가됐다. 포커페이스로 일관하는 그에게 흔들림은 없었다. 배영수와 오승환이 건재한 삼성 마운드는 2006년까지 한국시리즈 2연패란 걸작을 이뤄냈다.
에이스로서 활약을 이어 가던 배영수는 2006년을 마지막으로 잠시 자취를 감춰야 했다. 팔꿈치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기나긴 재활을 마치고 2008년에 돌아왔지만 예전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2009년에는 1승 12패 평균자책점 7.29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아 들여야 했다.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강속구를 뿌리기 시작하며 일본프로야구 진출설도 있었지만 2011년에도 평균자책점 5점대(5.42)에 그쳐 '에이스 배영수'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해 배영수는 140km 중반대 빠른 공을 회복하면서 한 편의 '재기 드라마'를 써냈다. 지난 해 8월 27일 잠실 LG전에서 7년 만에 10승 투수가 되는 한편 통산 100승, 10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하며 그 결실을 맺었다.
오승환도 좌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기를 하느라 2010년에는 4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히든카드로 내세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 2011년에 자신이 2006년에 기록했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에 도달하고 올해는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 치웠다.
오승환은 올해 연봉 5억 5천만원에 계약했으며 배영수도 4억 5천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마침내 두 선수가 10억원을 합작하게 된 것이다.
삼성 팬들에게 이들이 이제는 나란히 마운드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는 자체 만으로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스타 선수지만 시련과 좌절을 겪고 이를 이겨낸 선수들이기에 팬들에게 주는 감동이 배가된다.
한때 150km 이상 강속구로 리그를 지배하며 삼성 특유의 '지키는 야구'를 이끌었던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부상이라는 좌절을 만났고 이를 이겨내는 동안 그들의 이름은 잊혀져 갔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이다.
부상에서 돌아와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은 이들은 끝내 연봉 10억원을 합작할 수 있었다. 아직 그들이 역대 최고 연봉에 도달한 것도 아니며 앞으로 활약 여부에 따라 연봉이 달라질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이들의 합작은 뭔가 특별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배영수(왼쪽)와 오승환.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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