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배우 정려원은 올 한해 '배우'로 불렸다. '안녕, 프란체스카', '내 이름은 김삼순' 등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던 이 청순 배우는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드라마의 제왕'을 만나며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정려원은 최근 '드라마의 제왕'(극본 장항준 이지효 연출 홍성창)에서 보조작가 이고은 역으로 열연했다. '드라마의 제왕'은 신선했다. 시청률에 목 매는 제작현실, 쪽대본,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촬영 일정, PPL 등 제작기 이면에 감춰진 예민한 사안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 과정에서 정려원은 현실적이고 털털한 연기로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했다.
"2012 SBS 연기대상요? 장염에 서 있기도 힘들었어요."
최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정려원은 밝고 털털했다. 솔직한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정려원 연기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었다. '까다로운' 시청자들의 칭찬은 2012 SBS 연기대상에서 특별기획 여자 최우수 연기상, 10대 스타상으로 귀결됐다. 뒤늦은 수상 축하에 정려원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상을 받았을 때 '이런 기적이' 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상을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더 기뻤어요."
정려원은 수상 외에도 SBS 연기대상 MC로 나섰다. 배우 이동욱과 호흡을 과시한 그녀는 편안한 진행으로 시상식을 빛냈다.
"시상식 MC는 저에게 아픈 기억이었어요. 2005년도 MBC 연기대상 MC 후 욕을 많이 먹었거든요. '샐러리맨 초한지'의 여치 역할도 극복 했는데 '이 정도도 못할까' 라는 생각에 도전했어요. 사실 그 전날 새벽 장염으로 병원에서 링겔을 맞았어요. 물도 못 먹고 서 있기도 힘들었지만 경험 많은 동욱 씨 도움으로 잘 해낼 수 있었어요."
'드라마의 제왕'이 방송되던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샐러리맨 초한지' 촬영할 때 1, 2월이었는데 정말 추웠어요. 그래서 '드라마의 제왕' 끝날 때쯤 추위가 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제 날씨가 풀렸어요. 분노가 살짝 끓어오르긴 했지만 생각보다 잘 버틸 수 있었어요. 제가 더위는 잘 못 버티는데 추위는 잘 버티거든요. 한번은 인천 앞바다에서 해 뜨기 전부터 촬영이 있었는데 영하 19도였어요. 저보다 스태프분들이 더 고생했죠."
'드라마의 제왕'은 '미남이시네요', '웃어요 엄마'를 연출한 홍성창 감독의 작품이다. 정려원은 홍성창 감독을 회상하며 혀를 내둘렀다.
"홍성창 감독님 촬영 스피드가 LTE에요. 정말 빨리 찍으시는 분이에요.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 기회가 단 한번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또 김명민 선배님이 워낙 NG를 안 내시는 분이라 더 긴장했었죠. 그러다 보니 밤샘 촬영이 딱 하루 있었어요. 하루 종일 촬영해도 3~4시간은 잘 수 있었어요."
마지막회 죽음을 눈 앞에 둔 김명민을 바라보며 보여준 정려원의 폭풍 눈물 연기는 극에 몰입한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고, 정려원의 연기 내공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이 장면 역시 NG는 없었다.
"병원신이요? 그것도 NG 안 났어요. '드라마의 제왕'을 하면서 즉석에서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감정을) 어느 정도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법을 배웠어요. 촬영 전에 장난은 물론 덜 쳐야 하죠(웃음)."
"전 한번도 청순했던 적이 없어요."
정려원은 상대 배우 복이 많다. 잘 생긴 배우가 아닌 연기파 배우가 함께 한다. 배우 본인에게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샐러리맨 초한지'의 이범수, '드라마의 제왕'의 김명민. 두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이범수 선배님은 어떤 것을 제시하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스타일인 반면, 김명민 씨는 스스로 제어하지 제의는 하지 않아요. 김명민 선배님은 이 사람과 일을 하려면 내가 더 나아지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분이에요. 각 잡고 엄할 것 같은데 전혀 무섭지 않아요.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싸움에 나가도 다 이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무한 신뢰였죠."
"저는 한 번도 청순했던 적이 없었어요. 차가운 도시 여자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많았는데 한 번도 차가웠던 적이 없었죠. 그 것은 모두 이미지였어요. 그렇다고 이미지를 애써 바꾸려 하지도 않았어요. 고은이 캐릭터는 정말 편했어요. 쉬웠다기 보다는 편했어요. 여치, 이고은 이런 캐릭터들이 훨씬 재밌어요."
'드라마의 제왕'의 제작 현실 꼬집기는 '팀킬'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적나라했다. 배우로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촬영할 때는 주위 분들이 PPL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우리 드라마야 말로 대놓고 PPL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연이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정려원. 작품 선택에 노하우는 없었다. 감정에 충실했다.
"시나리오를 보며 영화를 해야지, 드라마를 해야지 라는 생각은 안 해요. 작품 선택은 전략적으로 해서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 끌리는 것을 선택해요.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혼자 결정하는 편이예요. 남에게 이야기도 잘 하는 편이지만 정말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으면 모든 사람이 반대해도 해야 돼요. '김씨 표류기' 때가 그랬어요."
정려원은 올해 만 32살이다. 연애와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 하지만 배우 정려원에게 연애와 결혼을 고려하기에는 연기가 너무 좋다.
"2005년도에 '내 이름은 김삼순' 찍을 때만 해도 노처녀의 기준이 29~30살이었어요. 지금 8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그 사이에 평균 나이가 바뀌었어요. 요즘 인식에 30살 노처녀라는 것은 없잖아요. 아직 결혼을 생각할 때는 아니에요. 전 연애를 하면 결혼을 바로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새해를 맞이한 정려원에게 올 한 해도 욕심이 많이 생기는 한 해다. 연기는 물론 그림 그리는 것에 재미와 보람도 느꼈다.
"올해 계획이요? 지금 그림 그리는 것이 참 재밌어요. 좀 더 보완해서 전시회를 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싶어요."
[배우 정려원.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