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폼과의 전쟁이다.
9개 구단의 해외 스프링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선수들에겐 지금부터 스프링캠프가 끝나는 3월 초까지가 전쟁이다. 여기서 감독의 눈 도장을 받지 못하면 2013년이 힘들다. 지난해 주전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백업들 및 신인들, 만년 유망주 및 재기를 노리는 선수 모두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릴 것이다.
선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건 역시 ‘폼’이다. 타자는 타격 폼, 투수는 피칭 폼 수정의 유혹에 빠져든다. 현 시점에선 대부분 선수가 ‘변화 혹은 유지'로 결론을 낸 상황이다. 12월 개인훈련을 하면서 올 시즌 구상을 했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스프링캠프는 선수가 폼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실전 경기가 쉼 돌릴 틈 없이 진행되는 시즌 중엔 폼 변화를 시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 폼 변화, 성공 키워드는 절실함
SBS ESPN 양준혁 해설위원은 수차례 “이승엽이 홈런 40개 넘게 치고도 이듬해 폼을 바꾸더라. 그리고 홈런 56개를 쳤다”고 혀를 내둘렀다. 양준혁은 이승엽이 끊임없이 변화를 갈망했기에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그런 양준혁 역시 슈퍼스타였다. 2002년 3할에 실패한 뒤 충격을 받고 ‘만세타법’을 만들었다. 이승엽은 양준혁에게 좋은 자극제였다.
아무나 시도할 수 있는 타격 폼이 아니었다. 쉽게 말해서 팔로우 스로우를 확실하게 해서 타구를 멀리, 강하게 때리는 폼인데, 강한 하체의 힘과 선구안 등이 받쳐주지 않는 타자는 따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양준혁 역시 한해 한해 나이가 먹으면서 신체의 공 반응이 느려졌으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2005년 3할에 실패한 뒤 2007년 2000안타를 달성했고, 화려하게 은퇴했다.
전문가들은 폼 변화는 ‘절실함’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절실함이 없다면 폼 변화가 성공할 수 없다는 냉정한 지적이다. 사실 스프링캠프에서 2월 중순까진 연습경기보단 체력, 기술훈련 위주다. 스스로 폼을 연구할 수 있는 시간도 많고, 해당 파트 코치와도 긴밀한 스킨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니라면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 변화가 진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
한 야구인은 “폼 변화는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다.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했다. 폼이 주는 매커니즘 자체가 그렇다. 공을 잘 때리고, 잘 던질 수 있는 폼은 팔 위치, 각도와 발의 모양이 조금만 변해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정답이 없다. 때문에 폼을 바꿔서 성공하려면 바꾼 폼에 완벽하게 적응해야 한다. 폼을 바꾸다 예전의 폼으로 회귀하는 선수가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이 야구인은 “변화가 진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폼 변화를 시도하는 선수들은 획기적으로 무언가를 크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을 미세한 변화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큰 변화가 성공을 담보하는 것도 아닌데다 완전히 폼을 뜯어고치지 않아도 충분히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매년 완벽하게 똑 같은 폼으로 던지고 치는 선수는 없다. 몸 상태와 컨디션이 시시각각 다르기 때문. 예전의 폼을 지키거나 회귀하려는 시도 역시 변화의 일환이다.
모든 선수는 매년 폼 변화 혹은 연구에 매진하면서 ‘진화’와 ‘실패’의 경계선에서 움직인다. 지금쯤 폼 변화를 결심한 선수들은, 혹은 지도자에 의해 변화를 시작한 선수들 모두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반대로 변화를 시도하지 않거나 작은 부분의 변화만을 시도하는 선수들 역시 예전의 폼을 지키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 1달 반의 전쟁이 시작됐다
9개구단 모두 2월 중순부터 연습경기를 갖는다. 그 전까진 지루한 파트별 훈련과 체력 훈련의 연속이다. 폼 변화를 선택한 선수, 예전의 폼을 지키거나 돌아가려는 선수 모두 정신적, 체력적으로 극심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코치들과의 스킨십은 물론이고 매일 밤 비디오와의 싸움이 이어진다.
전력분석 시스템이 발전한 현대야구에서 각 팀 전력분석요원이나 프런트들이 선수들의 폼을 촬영하곤 하는데 열의를 보이는 선수들은 훈련 후 휴식시간에 자신의 폼을 보며 동료 선수들, 코치들, 전력분석원들과도 연구를 할 수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폼을 찾아간다. 2월 중순 이후 연습경기가 본격화되면 실전에서 실험을 하면서 추가로 연구에 나선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누구의 절실함이 빛을 볼까. 그들의 폼 변화 혹은 유지가 올 시즌을 버티는 동력이 될 수 있을까. 9개 구단 모든 선수에게 폼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MVP 박병호(위), 폼 변화로 성공한 이승엽(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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