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코치도 명품시대다.
올 시즌은 프로야구 역사가 주목하는 해다. 9구단 NC에 이어 10구단마저 KT로 결정된 상황. 신생구단의 유입이 실제로 리그 수준, 흥행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결과로 드러나는 첫 시즌이다. 야구 전문가들이 9구단 체제 속에서 극심한 투고타저, 혹은 경기력 약화를 우려한다. 뚜껑이 열려야 그 실체가 어떤지, 그리고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9구단, 10구단 체제의 핵심이자 시작은 선수단 숫자의 증가다. 보다 많은 선수들과 코치들이 프로야구라는 제도권에 들어온다는 걸 의미한다. 때문에 그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코치들도 이젠 무한경쟁시대
특히 선수 못지 않게 늘어난 코치들을 눈 여겨 봐야 한다. 예전엔 1군에 들어올 수 없었던 선수들이 점차 1군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코치들의 능력이 중요해졌다. 지난해 9개구단이 KBO에 등록한 코치 수는 총 168명. 통상 8구단 체제의 150여명에서 늘어난 수치다. 10구단 KT가 2014년 퓨처스리그에 진입할 경우 18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코치로 일자리를 구하는 야구인들에겐 고무적인 일이다. 꿈의 직장인 프로야구 코치로 일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넓어진 것이다.
기쁨도 잠시다. 프로는 냉혹하다. NC는 올해 1군에 진입해서 경쟁력을 테스트 받는다. 코치들 역시 냉정하게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에 따라 내년 거취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10구단 KT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코치라는 꿈의 직장의 문이 넓어진 만큼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살아남는다.
알고보면 프로는 선수보다 코치에게 훨씬 더 냉정한 잣대가 적용된다. 지금은 프로구단에서 활동하지 않는 모 코치는 “선수가 1년 부진하면 연봉이 깎인다. 다음해에 잘하면 또 다시 연봉을 올려 받는다. 반면 코치가 1년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곧바로 재계약 거부를 당한다”고 뼈아픈 고백을 했다. 선수 1명보다 코치 1명의 시행착오가 팀의 전력과 리그의 수준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 한국야구, 명품 코치를 기다린다
최근 각 구단 코치 인선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엔 ‘ㅇㅇㅇ사단’이라고 해서 감독이 팀을 옮길 경우 호흡이 맞는 코치들도 함께 이동하는 현상이 짙었다. 지금도 여전하다. 실제로 야구라는 단체 스포츠는 감독과 코치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나쁘게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런 현상이 일부 능력보단 인맥으로 주목 받아온 코치들이 능력 있는 지도자의 프로 진입을 막아왔다는 게 문제였다.
이젠 달라졌다. 최근 각 구단은 감독과 마음에 맞는 코치를 인선하면서도 특정 파트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혹여 감독, 기존 코치들과의 역학관계가 껄끄러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지연보다 능력에 눈을 떴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이 좋은 예다. 김응용 감독 시절 류중일 감독과 함께 코치 생활을 했던 조범현 전 KIA 감독을 포수 인스트럭터로 영입했다. 포스트 진갑용이 절실한 삼성이 파격 선택을 했다. 류 감독은 조 인스트럭터에게 ‘감독’이라 부르며 확실하게 예우를 했다. 조 인스트럭터가 선수 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2011년 삼성에서 뛰었던 카도쿠라 켄도 투수 인스트럭터로 영입했다.
지금도 프로야구엔 좋은 코치가 많다. LG 김무관 타격코치, KIA 김용달 타격코치, 삼성 양일환 2군 투수코치 등은 감독 역임을 하지 않았을뿐, 오랫동안 특정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온 장인이다. 이제 코치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경쟁 체제는 더욱 심화됐다. 코치들도 연구하고 발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명품코치가 주목 받는 시대가 됐다.
물론 구단들의 코치 대우는 여전히 박한 편이다. 일반 직장인들보단 대우를 좋게 받긴 해도 퇴직금도 없고 1년 계약이 대부분인 코치들의 스트레스는 일반 직장인들 이상이라는 평가다. 분명한 건 코치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프로야구의 질은 더욱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명품코치가 명품대우를 받는 시대가 열릴까. 고 퀄리티 산업을 꿈꾸는 프로야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명품 코치로 인정받는 LG 김무관 타격코치(위), 삼성 양일환 2군 투수코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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