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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심금을 울린 유미의 간절함.
[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가수 유미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됐을까. '단 하나의 그 하나로 사랑하고 싶었던 그 아픈 약속과 눈물들이 가슴 속 멍으로 남겠지만...' 지난 2002년 발표된 '사랑은 언제나 목 마르다'의 가사이다. 당시 정우성, 전지현의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화제가 된 유미의 데뷔곡이다.
'바람결이 창을 흔들고 내 키만한 작은 나의 방 위로 아름답게 별빛들을 가득 채워주네요.'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배우 김아중이 불렀던 '별'이란 노래다. 이 역시 유미의 노래다. 노래를 듣는다면 누구나 '아! 그 노래'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유미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녀가 KBS 2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나오기 전까지.
유미는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엄정화 편에 출연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소름끼치는 고음, 마른 체구에서 뿜어내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에 오르고 싶었던 그녀의 진심은 절묘하게 어울려 숙연함까지 안겨줬다.
유미는 소위 '얼굴 없는 가수'였다. 목소리가 아닌 외모를 중시하는 가요계가 양산한 불운의 가수였다. 유미는 노래를 부른다기보다 토해내는 듯한 모습으로 10여 년의 한(恨)을 뱉어내고 있었다. 흡사 '나는 가수다'(MBC)의 무대를 보는 듯한 모습, 이 실력파 가수는 얼마나 무대가 그리웠을까.
그녀는 무대에 오르기 전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면 (섭외)전화 받았을 때 정말 울컥하는데... 로또에 당첨되면 연락 두절되고 숨는다고 한다. 아무한테도 얘기를 못했다. 부모님도 정말 좋아하실텐데..."라며 북받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이 무대는) 노래하는 친구들에게는 매일같이 주말마다 방송 보면서 늘 소망하는 무대였다. 그 친구들 중에서도 나는 더욱 더 간절했던 것 같다. 내가 1승을 하던 못하던 KBS홀은 6년만에 서는 무대이다. 그냥 스스로가 행복하게 내려올 수 있었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배반의 장미'. 유미가 이날 부른 노래였다. 매혹적이고 화려한 춤이 인상적이었던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였지만 유미의 무대는 달랐다. 유미의 간절함은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그녀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하게 만들었다.
유미의 호소력은 그간 무대에 서지 못했던 현실과 무대에 서고 싶었던 간절함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노래 정말 잘 한다'는 생각보다 '얼마나 간절했으면'이란 생각이 앞섰다.
유미와 같이 무대에 서지 못하는 가수들은 많다. 지상파 방송 3사 음악 방송은 아이돌이 장악했다. 인지도 없는 발라드 가수와 록 밴드도 간간이 출연하지만 방송 초반 무관심 속에 노래를 부른다.
아이돌이 가요계를 대변하는 상황에 대한 쓴소리도 적지 않다. 유미의 진심은 이 쓴소리에 정당성을 불어 넣었다. "아, 저게 가수지" 라는 감탄을 저절로 자아냈다. 그 감탄은 저런 가수를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가온다.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아이돌의 환상적인 군무를 보며 감탄하는 것과 또 다른 행복이다.
유미의 노래는 TV를 보며 꿈을 꾸고 있는 가수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래하고 있는 가수들의 희망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미녀는 괴로워'의 제니처럼 정우성과 전지현에 가려져, 김아중에 가려져 대중 앞에 서지 못 했던 가수 유미. 진심어린 노래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그녀는 누구보다 훌륭한 가수로 대중에게 인식됐다.
[가수 유미. 사진출처 = KBS 2TV 방송화면 캡처]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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