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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이도 있는 만큼 즐겁고 재미있게 하고 싶다.”
시카고 컵스 임창용이 미국 무대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28일 미국 LA로 출국했다. 곧바로 재활센터가 마련된 애리조나에 합류한다. 컵스는 계약 당시 임창용에게 약속한대로 재활에 큰 도움을 줄 예정이다. 본인도 올해보다는 내년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출국장에 들어서는 그의 얼굴엔 여유와 미소가 넘쳐났다.
▲ 하늘과 땅, 류현진과의 차이
임창용은 1+1년, 최대 500만달러(54억원)짜리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컵스 홈페이지는 10만달러짜리 사이닝보너스 마이너계약이라고 간략하게 소개했다. 최대 500만달러는 임창용측이 밝힌 내용이고, 현지에선 헐값계약으로 분류했다. 현지에서 검증되지 않은 유망주 혹은 베테랑들을 익히 그런 식으로 계약하고 활용해왔기 때문에 당장 빅리그 40인 엔트리에도 들지 못할 선수의 상세 계약 조건을 일일이 밝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 류현진은 어떤가. 최근 들어 현지에서 냉정한 시선으로 돌아섰으나 입단식 때만 하더라도 모든 언론이 그의 계약에 이목을 집중했고, 스캇 보라스도 류현진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결국 6년 계약금 500만달러 포함 보장연봉총액 3600만달러에 투구이닝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최대 4200만달러를 거머쥘 수 있다. 마이너리그 옵션 거부권도 있다. 임창용 계약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컵스는 최선을 다해 임창용의 재활을 돕게 된다. 그러나 언제든 임창용을 놓아버릴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임창용의 재활이 지지부진 하다면 내년에 메이저리그에 올리더라도 다른 선수보다 기회를 덜 주면 그만이다. 그만큼 임창용은 절박하다. 급한 쪽은 컵스가 아닌 임창용이다. 그는 이미 선수생명을 건 모험의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 즐기는 마인드로 중무장
임창용은 "우선은 재활이 목적이기 때문에 딱히 긴장감은 없다. 올해 1차 목표는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것이고, 길게 보면 내년에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7월까지 재활에만 전념해서 후반기에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급하지 않다. 돈보다는 꿈을 쫓아간 메이저리그. 컵스는 그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구단이다.
그는 문득 "새출발이라기 보단 나이도 있는 만큼 즐길 수 있고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지루하고 피나는 재활을 즐기자는 마인드다. 지난 7월 생애 두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임창용은 어쨌든 당분간 피칭이 불가능하다. 무리해서 메이저리그 진입을 시도했을 때 돌아오는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안다. 만 37세 베테랑 투수의 직감이다.
정글 같은 메이저리그 무대서 이런 여유있는 마인드를 갖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박찬호와 김병현 등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던 선수들도 훗날 “스트레스, 편견과 싸워야 했다”라고 할 정도였다. 그 역시 긴장감과 부담감이 왜 없으랴. 그래도 대범하게, 즐기는 모습이다. 사진기자가 찍어온 컷 속의 미소, 대단한 마인드 컨트롤이다.
▲ 150km, 그리고 밝은미소
임창용은 다시 한번 스피드를 들고 나왔다. “150km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웃었다. 2005년 첫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뒤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2007시즌. 5승 7패 3홀드 평균자책점 4.90이란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으로 기록됐으나 당시 구속이 오르지 않아 꽤나 고생했었다. 오히려 뚝 떨어졌었다.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뒤엔 구속이 올라간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구속이 올라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개인별로 다른 모양이다. 임창용은 공교롭게도 야쿠르트 입단이 확정된 뒤 첫 시즌이었던 2008년 거짓말같이 구속이 올랐고, 기어코 160km를 찍었다.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던 대다수 선수에 비해 구속 회복 시기가 늦었다.
임창용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직구는 바깥쪽으로 휘는 역회전 방향 구사도 가능하고, 슬라이더는 오른손타자 바깥쪽으로 약간 꺾이는 것과 좀 더 많이 꺾이는 구질 구사가 가능하다. 건강한 임창용은 팔 높이를 달리 해서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궤적을 가진 공들도 힘 있는 미국 타자들 앞에선 구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그가 150km를 외친 건 여유와 미소 속에서도 목표는 분명하단 걸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임창용에게 분명 쉽지 않은 여정이 열려있다. 그래도 꿈을 향한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어 보인다. 밝은 미소 속에 긍정적인 마인드가 숨어 있다. 대책 없는 즐거움이 아닌 구체적인 목표 속의 웃음이라 안심하고 지켜봐도 될 것 같다.
[미국으로 출국한 임창용.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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