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충무로의 명감독이 돌아왔다.
'부당거래'(2010)로 그 해 영화계를 뒤흔든 류승완 감독은 100억대 블록버스터 '베를린'으로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영화는 뚜껑이 열린 뒤, 여기저기서 '대박!'이라며 모두가 호들갑을 떨기 바쁘지만 정작 류승완 감독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29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은 시종일관 담배를 입에서 떼지 못했다. 100억대 블록버스터는 찍으면 신명이 날 법도 한데라는 기자의 말에 "기자님 통장에 108억이 꽂힌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이상의 중압감과 책임감이 느껴질 걸요"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렇게 심적으로 힘든 것이 처음이라고도 말했다. 베를린에서 영화를 찍을 당시에는 허리디스크도 왔었고, 불면에 시달리다 머리 감는 시간이 아까워 삭발까지 했다. 현재까지도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하니, 완전히 자신의 몸을 불살랐고 그래서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대중의 높은 기대치가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는 그의 걱정과는 상반됐다. 특히 류승완 감독의 최대강점인 액션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줬다. 류승완 감독을 '자기야'라고 부른다는 절친한 정두홍 무술감독과 머리를 맞대며 국내 세트장, 라트비아, 베를린을 오간 결과다.
'베를린'의 액션은 내러티브가 있다. 액션 자체가 주는 짜릿함도 있지만, 하나의 동작은 모두가 그 인물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전작에서 보여준 액션과 달리 '베를린'의 액션은 액션 그 자체가 아닌 더 큰 목표를 위한 액션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액션, 탈출하기 위한 액션, 살아남기 위한 액션이라는 뜻인데 실제 영화 속 동작들을 보면 액션 자체가 주는 쾌감에 집중하기 보다 매 동작이 다음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모양새다.
또 류승완 감독은 액션 연출의 비법으로 '공간'을 말했다. 공간이 액션에 영감을 주었다는 뜻. 실제 영화의 명장면인 하정우 탈출신은 라트비아의 영화사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구상하게 된 신이다. 돔 형태의 건물을 바라보다 표종성(하정우)과 련정희(전지현)가 이렇게 탈출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이 그대로 영화에 옮겨졌다.
"현지 사무실을 바라보다 동선을 떠올려죠. 그리고는 완전히 꽂혔어요. 그 다음부터는 완전히 개판이 됐죠. 원래 현지에서 찍을 계획이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건물 이상의 와이어 크레인이있어야 했어요. 결국은 국내에 비슷한 세트를 설치해 촬영했죠. 세트를 위와 아래로 반반 나눠서 CG로 합치고 사람과 카메라를 같이 떨어뜨리고 깊이는 좀 더 만들어주고. 결과적으로는 기술은 기술대로 아픔은 아픔대로랄까요(웃음)."
이외에도 인물의 생활패턴 역시도 액션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냉장고에서 꺼내 든 캔으로 상대의 머리를 가격하는 표종성의 액션이 바로 그 사례. 결국 이런 디테일한 노력들이 스토리텔링이 되는 액션을 만든 비법이 됐다.
'베를린'은 29일 전야개봉만으로 13만 관객을 모았다.
[류승완 감독.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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