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2001년 대통령배와 청룡기를 나눠 가진 두 특급 에이스가 12년을 돌아 프로야구에서 만난다.
류제국은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 지난달 LG와 총액 6억 5000만원(계약금 5억 5000만원, 연봉 1억원)에 계약했다. 고교 시절 김진우(KIA 타이거즈)와 최고 투수 자리를 다투던 에이스는 12년이 지나서야 김진우와 같은 마운드에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진흥고의 김진우는 '제 2의 선동열'로 불릴 만큼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묵직한 강속구가 인상적인 투수였다. 김진우는 고3이던 2001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4경기에 등판해 3승을 챙겼고, 29⅔이닝 동안 탈삼진을 49개나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학교에 대통령배 우승을 안겼다.
류제국은 같은 해 청룡기에서 김진우 만큼이나 독보적인 피칭을 보였다. 4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된 류제국은 29⅓이닝을 던지며 53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우승도 당연히 류제국의 덕수정보고가 차지했다.
진흥고와의 청룡기 결승전은 류제국이 고3 시절 김진우와 맞붙은 유일한 경기였다. 류제국은 경기고와의 준결승에서 9이닝 20탈삼진 1실점 완투승을 거뒀고, 김진우도 성남고를 상대로 완투승을 거두고 둘은 각자 학교를 대표해 결승에서 만났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체력을 소진한 탓에 결승전에서의 활약은 강렬하지 못했다. 류제국은 8⅔이닝 12탈삼진을 기록했지만, 실점도 5점이나 있었다. 김진우는 거의 혼자 힘으로 팀을 이끌고 결승까지 올라오느라 선발로 등판하지 못했다. 류제국은 이겼지만, 김진우가 진 것은 아니었다.
류제국과 김진우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류제국이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미국 무대로 진출했고, 김진우는 KIA와 계약을 맺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이후는 잘 알려진 대로다. 사연은 다르지만 둘은 긴 시간을 돌아 지금 있는 곳에 있게 됐다.
무대가 한국이든, 아니면 미국이든 많은 이들은 프로 유니폼을 입은 두 투수의 맞대결을 상상했다. 2001년으로부터 12년이 흐른 지금, 모두가 바랐던 그림은 아니지만 두 초고교급 우완투수는 이제 프로에서 만난다. 누구 하나 탄탄대로를 달리지는 못했고, 두 명 모두 가시덤불을 헤쳐 오는 사이 이야깃거리는 어쩌면 더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류제국이 미국을 돌아 한국으로 다시 왔고, 공익근무를 마치는 사이 김진우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긴 방황 끝에 다시 KIA로 돌아온 김진우는 빠르게 예전 기량에 가까워져 가며 급기야 지난 시즌에는 무려 6년 만에 10승(5패)에 재진입했다. 규정이닝을 넘겼고, 평균자책점도 2.90으로 준수해 고교 시절 기대치만큼은 아니지만 완벽한 부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류제국은 이제 첫 걸음을 떼는 것과 마찬가지다. LG는 앞으로 류제국에게 거는 기대를 5억 5000만원이라는 계약금으로 보여줬지만, 당장 이번 시즌의 기대치에 해당하는 연봉은 1억원만 지급한다. 류제국의 첫 시즌 연봉은 다른 해외파 특별지명 선수들에 비해 낮은 금액으로,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송승준(롯데), 이승학(당시 두산)과 같다. 복귀 첫 해에 류제국보다 낮은 연봉을 받은 선수는 삼성의 채태인(5000만원)뿐이었다.
하지만 류제국 입장에서도 실망할 것은 없다. 메이저리그 출신임에도 연봉이 1억에 불과한 것은 부족한 실전감각과 더불어 국내에서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이지만, 대신 잠재력의 크기가 아직은 남아있기에 계약금은 거액이 될 수 있었다. 지금의 아쉬움도 마운드 위에서의 활약으로 보상 받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고교 시절 성사되지 못한 김진우와의 선발 맞대결도 이제는 볼 수 있다. 단, 두 가지 전제가 붙는다. 김진우가 KIA의 마무리로 가지 않아야 하고, 류제국이 LG의 선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실전 등판 기록이 2008년에 멈춘 류제국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것이 시즌 초가 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김진우와 류제국 모두 그때의 모습이 아닌 만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구원투수로 만나는 것도 당시를 추억하는 이들에게 다른 의미의 볼거리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류제국(위)-김진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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