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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향미 객원기자]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다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4일 밤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는 국내 커밍아웃 1호 연예인 홍석천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MC 이경규는 홍석천의 ‘힐링캠프’ 출연을 반대했었다고 고백하며 美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재선 취임 당시 동성애자 권리 연설을 했던 것을 언급했고, 김제동 또한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동성애 지지연설을 언급하며 대학민국 유일의 동성애자 연예인 홍석천을 맞이했다.
홍석천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기에 앞서 남자로서 동성인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동성애자이고,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인 여자로 살고 싶은 트랜스 섹슈얼이 트렌스젠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성애자에게 내제된 선천적 인지가 특별한 계기를 통해 후천적으로 발현 된다며, 어릴 적부터 남다름을 느꼈지만 초등학교 때 동성을 좋아하게 되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에 홍석천은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어 여자친구를 사귀어보기도 했지만 스킨십을 하지 않다보니 결국 떠나가 버렸다”며 “정말 예쁜 여자를 보면 가슴이 ‘콩콩콩콩’ 뛴다. 하지만 멋진 남자를 보면 가슴이 ‘쾅쾅쾅쾅’ 뛴다. 그래서 나는 여자보다 남자를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형은 송승헌이다”고 털어놨다.
커밍아웃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며 “성공할수록 내 정체성을 숨겨야 했는데 단 1초 만이라도 내 모습으로 살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본인이 동성애자인 줄 몰랐던 네덜란드인이 클럽에서 춤추고 있는 내 모습에 반해 동성애자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뒤늦게 그 친구가 유부남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돌아가라고 했는데 커밍아웃, 이혼을 한 후 내게 왔다”며 “그 친구의 아내가 날 만나고 싶다고 하기에 클럽에서 만났는데 ‘내 남편이 좋아하는 사람을 봤으니 이제 됐다’고 말하며 같이 춤추자고 하더라. 그래서 셋이 춤을 췄다”고 헐리우드에서 영화 제의를 받았던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공개했다.
또 “더 이상 한국에선 못 살겠어서 1999년 뉴욕으로 건너갔는데 둘 다 외국인이라 취업이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 친구는 뉴욕에서 직장을 구했는데 떨어져 있다 보니 그 친구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이에 새로 다가올 사랑을 지키기 위해 커밍아웃을 결심했다”고 커밍아웃을 결심한 진짜 이유를 밝혔다.
커밍아웃 당시 부모님의 반응에 대해서는 “누나들은 알고 있었지만 부모님께는 미리 말씀 드리지 못했다. 충격으로 돌아가실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커밍아웃 보도에 앞서 어머니께 사실은 남자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더니 ‘그건 우정이지’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엄마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남자예요’라고 했더니 단숨에 서울로 올라오셨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머니께서 기사가 나가면 창피해서 못산다며 농약까지 드시겠다고 눈물을 흘리셨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니? 후회 안 해? 그럼 해’라고 하셨다”고 아버지께 힘든 결정을 인정받았을 당시를 떠올렸다.
이에 홍석천 부모님의 깜짝 영상편지와 입양한 조카들의 편지가 공개됐다. 홍석천의 어머니는 아들의 커밍아웃 고백 당시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 결혼할 나이인데 이제 결혼을 못 하게 돼서 너무 괴로웠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고, 홍석천의 조카들은 동성애자인 친구가 홍석천의 모습에 자신감을 얻었다며 홍석천에게 용기를 북돋아 줬다.
홍석천은 커밍아웃을 후회한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후회한다. 그 사람이 나한테 못 오기 때문”이라며 “나의 커밍아웃이 도리어 상대방에게 부담을 준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조차 못하니까 ‘커밍아웃을 괜히 했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솔직히 답했다.
이어 “커밍아웃 전에는 맘껏 몰래 사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는 게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커밍아웃 후 사람들에게 위로를 못 받았다. 그래서 ‘신만은 나를 품어주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백 번 주저한 끝에 힘겹게 교회에 찾아갔는데 ‘홍석천이 여기 왜 왔지?’라는 냉담한 시선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여기 오면 안 되는 곳인가? 신에게도 버림받은 사람인가?’라고 생각했다”며 눈물을 흘렸고, 한혜진은 “신은 그 무엇보다 사랑이다. 당신도 사랑 받고 있다는 걸 믿어라”라고 진심어린 따듯한 위로를 건넸다.
성소수자들의 고민을 밤새 상담해준다는 홍석천은 “상담 받는 동성애자 학생들이 커밍아웃 후 협박, 왕따, 성폭행 등 물리적인 폭력을 당한다. 그래서 극단적인 생각이 들면 내게 오라고 한 후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게 밤새워 대화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민한 사춘기에는 사랑과 우정을 자칫 혼동하기도 한다. 때문에 성정체성을 제대로 알 때까지 기다리고 조언한다. 그리고 가족들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잘 알기에 동성애자 부모님도 상담한다”며 “성소수자를 위한 상담센터를 꾸리는 게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경규는 동성애가 정신질환이냐고 물었고 홍석천은 “1952년에는 동성애를 정신의학적 장애로 편입했으나, 1973년 장애에서 삭제됐고 1991년 동성애 남성의 뇌 구조가 이성애 여성에 가깝다는 논문이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홍석천은 또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반인들도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 등 여러 경로로 감염 된다”고 바로잡으며, 에이즈 감염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에이즈는 치료제 복용과 건강관리로 30년 이상 생존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의학기술이 날로 발전하는데 왜 삶을 포기하려 하는가. 에이즈는 이제 죽음의 병이 아닌 살 수 있는 병이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홍석천은 “내게 마음을 열어준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 커밍아웃을 한지 13년이 된 지금 내가 정말 잘 살았구나 느낀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세 다리 거치면 모두 다 가족인 우리나라에서 ‘나는 아닐 거야’라고 하지만 성소수자가 내 사촌, 내 친구, 내 아이들이 될 수도 있다”며 “‘나’를 넘어 내 주위를 돌아봐 달라.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다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홍석천의 고백에 이경규는 “아직도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은 따갑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홍석천 출연 후 ‘힐링캠프’ 섭외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 섭외가 돼있다고 하더라. 그때 내가 섣부르게 판단하고 있었구나 느꼈다”, 김제동은 “편견이 없는 척 했지만 실제로 편견이 없는 게 아니었다”, 한혜진은 “사실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홍석천을 만나고 나서 이해할 수 있었다”고 홍석천으로 인해 성소수자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털어놨다.
방송 직후 각종 SNS에는 홍석천의 용기 있는 결정과 행동을 응원하는 글들과 커밍아웃과 동성애를 비난하는 반응글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틀린’사람이 아닌 조금 ‘다른’사람인 홍석천. 커밍아웃 13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편견에 여전히 힘들지만 성소수자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꾸리고 싶고 사랑을 하고 싶다는 홍석천의 삶과, 꿈 그리고 사랑을 응원해 본다.
[홍석천. 사진 = SBS ‘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
고향미 기자 catty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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