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자랜드가 감을 잡았다.
인천 전자랜드. 그들의 2013년은 줄곧 위기였다. 시즌 초반에 비해 경기력이 너무 떨어졌다. 4라운드 3승 6패. 홈에선 7연패. 유도훈 감독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유 감독은 “태종이가 예전보다 뜀박질을 힘겨워하는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사실 베테랑이 많은 팀 사정상 예견된 사태였다.
2위 모비스와의 승차가 4.5경기 차로 크게 벌어졌고, 4위 KGC인삼공사는 1경기 차로 전자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유 감독은 “시즌 초반 이런 경기력이었다면 6강 플레이오프도 장담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으론 “5라운드까진 2위 모비스 추격을 노리겠다”라고 했다.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 희망도 피어오르고 있다.
▲ 문태종과 포웰, 양날의 검
전자랜드 팀 구조의 특성. 승부처가 되면 문태종과 포웰에게 극도로 의존한다. 양날의 검이다. 두 사람은 에이스다. 어떤 팀엔 1명도 없는 해결사를 전자랜드는 2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이타적인 플레이어다.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를 할 줄 안다. 그러나 문태종은 만 38세의 베테랑이라 최근 체력 난조에 시달리고 있다. 승부처에서 슛 적중률이 많이 떨어졌다. 포웰은 상대 집중견제 속 최근 승부처에서 무리한 플레이가 보였다. 이로 인해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많이 내줬다.
문태종과 포웰의 뚝 떨어진 파괴력은 곧 전자랜드 경기력의 약화로 이어졌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부담이 지워졌다. 이현호의 부상 이후 리바운드와 수비에 능했던 주태수도 최근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게 유 감독의 진단. 또한, 전자랜드는 높이가 좋은 팀이 아니다. 집중력과 경기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승부처에서의 리바운드 열세가 더욱 도드라지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 정영삼의 성공적 복귀와 나비효과
3일 오리온스전. 정영삼이 상무에서 전역했다. 선발 출전해 26분 43초간 14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하며 만점 신고식을 치렀다. 특유의 날렵한 돌파에 이은 공격 찬스 파생, 루즈볼에 몸을 날리는 투지 등은 동료들의 혼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4쿼터 중반 전태풍과 충돌해 더 이상 출전하지 못했으나 큰 부상은 아니었다. 허리 부상에서 완벽하게 나은 상태가 아닌 정영삼. 몸 상태를 더 끌어올릴 경우 복귀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정영삼의 복귀. 전자랜드에 두 가지 효과가 있다. 하나는 문태종과 포웰에 치우친 상대 수비의 분산이다. 정영삼은 기본적으로 수비진을 헤집는 돌파능력이 탁월하다. 여기서 문태종과 포웰에게 가해지는 공격 부담이 줄어든다. 좀 더 간결한 움직임만으로도 득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체력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또 정영삼의 득점력이 올라갈수록 팀 공격 밸런스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베테랑 가드 강혁과 이현민, 정병국에게도 호재다. 정영삼의 복귀로 체력을 안배할 수 있는 강혁에겐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또 유 감독은 “이현민은 그동안 2~30분 이상 꾸준히 뛴 선수가 아니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다”라며 반가워했다. 정병국에게도 호재다. 수비를 헤집는 능력보단 오픈 찬스에서 슛을 쏘는 데 능한 그는 팀 사정상 리딩에 신경 써야 했다. 정영삼의 복귀로 그런 부담을 벗어 던질 수 있게 됐다. 정영삼의 복귀가 무수한 효과를 파생시키는 것이다.
▲ 5라운드 총력전, 2위 포기하지 않았다
정영삼은 애당초 허리 부상으로 긴 시간 출전이 힘들지 않느냐는 추측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유 감독은 “상무에서 매일 뛴 것도 아니고 경기 감각을 올릴 필요가 있다. 재활을 하면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뛸 수 있는 상황에선 최대한 오래 뛰게 할 것이다”라고 했다. 정영삼 역시 “주위에서 재활을 돕고 있기 때문에 경기 출전엔 부담이 없다”라고 했다. 정영삼 효과가 반감될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전자랜드는 3일 오리온스와의 원정경기서 연장 접전 끝 승리했다. 상대를 압도한 건 아니었으나 정영삼 효과가 충분히 발휘됐다. 유 감독이 생각한대로 경기가 풀렸다는 게 중요하다. “정영삼이 초반엔 활약을 해주면서 힘을 비축한 문태종과 포웰이 경기 후반에 해결사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유 감독의 생각. 실제 전자랜드는 정영삼으로 인해 힘을 비축한 문태종과 포웰이 4쿼터와 연장전서 해결사로 나서면서 승리를 따냈다.
전자랜드로선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2위 도전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자체 판단이다. 유 감독이 5라운드 총력전을 선언한 건 이유가 있다. 4위 KGC를 좀 더 밀어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베테랑들이 많은 팀 특성상 체력을 아낄 수 있는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이 간절한 전자랜드다. 재활 중인 이현호만 성공적으로 복귀하면 전자랜드가 좀 더 무서워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자랜드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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