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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이지훈. 불과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일반인이었다. 팬들이 집 앞에 찾아오고, 식당에서 사인 요청을 받는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던 24살의 복학생.
그랬던 이지훈이 KBS 2TV 드라마 '학교 2013'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남색 교복바지에 한 손을 늘 넣고 다니며 불량하지만 여린 눈빛을 갖고 있던 18살, 자신의 이름을 가진 이지훈을 통해 지훈은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학교 2013'이 종영한 며칠 뒤 "아직 얼떨떨해요"라며 환한 웃음을 짓는 이지훈을 만났다.
"'학교 2013'은 평행이론"
'학교 2013'은 두 가지 평행이론을 가지고 있다. 정인재(장나라) 선생님은 과거 강세찬(최다니엘)의 모습을 닮았고, 오정호(곽정욱)와 이지훈(지훈)은 고남순(이종석)과 박흥수(김우빈)의 과거 모습을 표현했다.
정인재의 강세찬 평행이론은 시놉시스에서도 언급됐던 연출이었지만 이지훈, 오정호는 극이 흘러가면서 새롭게 투입된 내용이었다. 오롯이 이지훈의 숨은 노력으로 인해.
"감독님이 처음부터 '넌 대사 한 마디 없을거야'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좋았죠. 그저 '나만의 길을 가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극중 이지훈을 정 많고 마음 여린 일진 친구를 표현했어요. 대사에 "같이 먹자"라던가 정호를 보는 안타까운 눈빛, 이렇게 사소한 것들요."
지훈의 의도는 작가의 생각과 일치하면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작가 선생님이 '지훈아, 네가 일진을 나오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한 번 대변해봐라' 하시면서 대사를 주셨는데 그 대사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 분량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지훈의 분량이 늘어나게 된 거에요."
지훈의 말처럼 '학교 2013' 초반 시놉시스에는 이지훈의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훈이 아닌 베를린에 초청된 단편 영화 '백야'의 주연배우 이이경이 훨씬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지훈에 대한 호평은 자연스럽게 이경의 이야기의 축소로 이어졌다. 늘 붙어다니던 두 사람의 관계에 미묘한 어색함이 흘렀다.
"이경이에게 고마운 점이 많아요. 이경이도 사람인데 어떻게 화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특히 이경이는 독립영화 주연을 맡았던 배테랑인데. 제 분량이 늘어난 것에 대해 화가 나는 게 당연하죠. 그래서 하루는 제가 이경이한테 전화를 걸어서 '이경아, 우리 같이 잘 해보자. 넌 베를린에 가고, 영화로 더 큰 꿈을 꾸고 이번엔 나 한 번 도와주라'고 말했는데 이경이가 흔쾌히 OK 한거죠. 멋진 녀석이죠?"
"'학교 2013' 이민홍 감독님과 히딩크의 공통점"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던 축구 꿈나무 이지훈은 자신의 은인인 이민홍 감독을 2002 한일 월드컵의 주역 히딩크 감독에 비유했다.
"히딩크 감독님과 이민홍 감독님은 공통점이 있어요. '학교 2013'은 시작하기 전 기대감보다 우려가 더 많았어요. 월드컵 전 '히딩크 호' 축구팀도 그랬죠. 두 감독님은 선수, 배우 다루는 능력도 비슷하세요. 팀 내 나이, 선후배를 없앴잖아요. 우리도 연기할 때 만큼은 나이, 연차 다 없애고 연기자 대 연기자로 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어요. 안 그러면 저 같은 신인이 어떻게 (이)종석, (박)세영이랑 친할 수 있었겠어요? 그게 촬영장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훈은 이민홍 감독과 함께 함께 연기했던 곽정욱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신인 지훈에게 15년차 배우 곽정욱의 연기 열정은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지훈의 성격이 변하면서 오정호와 멀어지는데 실제 (곽)정욱이와 관계도 어색해졌어요. 정욱이가 저를 멀리하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멀어졌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게 정욱이가 연기에 몰입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저도 극에 빠져들게 됐고 그러다 (길)은혜에게 도둑으로 몰리는 신에서 정욱이가 저를 도와주는데 순간 눈물이 났어요. 참 많이 울었는데 그 장면이 편집되면서 나중에 제 눈만 부어있었죠. 정욱이의 연기가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훈은 무서운 첫사랑의 후폭풍을 앓고 군대를 갔다. 우연한 계기로 군대에서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그때부터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 오지 말아라"라는 아버지의 충고에도 지훈은 꿈을 접지 않았다.
"반대 심했죠. 군대에 있는 동안 가족들이 이사를 갔는데 집주소를 알려주지도 않았어요. 아버지가 일부러 그러셨대요. 그래도 꿋꿋이 버텼어요. 지금은 오히려 아버지가 더 좋아하세요. 얼마 전에는 집 앞에 찾아온 팬들에게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라고 물어보셨다니까요.(웃음)"
가슴 아픈 첫사랑의 기억은 지훈에게 연기의 꿈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고 '학교 2013'에 출연하는 기회까지 제공했다. 절절한 지훈의 첫사랑 이야기가 지훈을 캐스팅한 이유였다.
[배우 이지훈.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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