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녀도 알고보면 24세 아가씨다.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시리즈 6차대회 여자 500m에서 36.80초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이상화(24, 서울시청). 2010년 벤쿠버 올림픽 깜짝 우승 이후 피나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며 얼음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여자로 거듭났다. 월드컵 시리즈 8연속 우승 포함 국제대회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내년 소치 올림픽 500m 2연패 전망도 밝혔다. 이상화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로 우뚝 섰다.
이런 그녀도 선수이기 전에 24살 아가씨다. 머리에 노랗게 물을 들이고 화사하게 메이크업을 한 그녀가 5일 세계신기록 포상금을 받기 위해 올림픽파크텔에 나타났다. 기자는 빙상연맹의 이사회 장소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살펴보다 바로 뒤에서 걸어오는 이상화를 봤는데, 주위의 남자들이 일제히 그녀를 쳐다볼 정도로 눈에 띄는 예쁜 모습이었다. 옷도 수수하게 입고 온 듯했으나 기자들로부터 “잘 꾸민 것 같다”는 찬사를 들었다.
이상화는 포상금을 받은 뒤 어디에 쓸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익히 나오는 예상 질문. 이상화는 곧바로 “적금”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본인에겐 생각지도 못한 돈. 그 조차 착실히 모으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더 놀라운 부분은 포상금과 함께 받은 선물 보따리. 넓적한 모양새라 햄이나 갈비 혹은 주방용품 세트로 예상됐으나 놀랍게도 그녀의 입에선 “레고 장난감세트”라는 말이 나왔다.
주위에서 순간적으로 웃음이 터졌다. 또래의 아가씨들과는 사뭇 다른 취향이었으나 장난감세트는 본인이 원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상화는 “회장님과 종종 카카오톡을 주고 받는다.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밥을 사주겠다고 하셔서 그것보다 레고 장난감세트가 갖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라고 했다. 김재열 회장은 흔쾌히 이상화에게 장난감 선물을 했고, 선물을 받은 이상화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신세대다웠다.
그게 다가 아니다. 이상화는 이날 손톱에 예쁘게 네일아트를 하고 나왔다. 알고 보니 대회에 출전할 때도 네일 아트를 꼭 한다고 한다. “경기 전에 직접 한다”라고 했다. 여자라서, 24세 아가씨라면 누구나 꿈꾸는 수수한 모습이었다. “나도 선수이기 이전에 여자다. 네일 아트를 평소에 좋아한다. 기분이 좋다. 대회에 나가보면 다른 선수들도 네일아트를 하더라”고 웃었다.
운동선수의 삶. 또래의 친구들처럼 마음대로 먹지도, 놀지도 못한다. “시즌이 겨울이라 설날은 잊은지 오래”라고 웃었다. 그 정도로 운동 속에 파묻혀 산다고 보면 된다. 피나는 훈련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상화가 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선수이기 이전에 24세 젊은 아가씨다.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으나 반대급부로 그 나이 때 평범한 여자로서 해보고 싶은 걸 많이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레고 장난감세트, 네일 아트, 노랗게 물들인 머리 등은 이상화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녀는 프로이기 때문이다. “여름 내내 훈련한 성과가 이제야 나오는 것 같다”라며 “아직 끝이 아니다. 목표는 소치올림픽”이라고 말하는 표정에선 독기가 느껴졌다.
이런 이상화의 개성, 톡톡 튀는 언변에서 전형적인 신세대 스타기질이 엿보였다. 예상치 못한 기자들과의 대화를 화기애애하게 풀어갔고, 또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도 전해준 24세 아가씨 이상화. 한국 빙상의 보물임이 분명하다.
[네일아트를 한 이상화.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