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보이지 않는 소금은 누구일까.
류중일 WBC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15일 출정식에서 “한국 특유의 팀워크가 발휘되면 1회 4강, 2회 준우승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고 했다. 6일 삼성의 1차 전지훈련 결산 인터뷰에서도 “처음에 뽑은 멤버가 많이 빠졌지만, 모두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니 자부심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우승을 노린다. 철저한 준비와 할 수 있다는 긍정론이 그 배경이다.
류중일호의 3회 WBC 여정. 순탄치 않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자칫 잘못하다 1라운드서도 고전할지 모른다”라고 했고 “2라운드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연 한국이 순항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주전들이 잘해야 함은 물론이요, 예상치 못한 선수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줘야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흔히 말하는 단기전서의 미치는 선수. 빡빡한 국제경기 스케줄 속 쉬운 건 아니다. 기본적으론 야구에서 팀 승리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요소에서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을 의미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없으면 허전한, 그래서 꼭 필요한 소금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2회 대회서도 그런 선수들이 든든하게 뒷받침을 해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1회 대회. 대체로 타격이 부진했다. 그러나 수비가 철벽이었다. 유격수 박진만과 우익수 이진영의 환상수비는 미국 언론이 따로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서 내보낼 정도였다. 마운드에서 메이저리거들이 환상 투구를 보여줄 때 조용히 뒷받침을 했던 이들이다. 2회 대회도 큰 경기일수록 다득점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다리에 부상을 안고 주전포수로 나섰던 박경완이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봉중근과 정현욱의 일본전 호투와 윤석민의 베네수엘라전 쾌투도 박경완 특유의 차분한 투수리드가 뒷받침된 결과였다. 박경완은 당시 타격에는 거의 기여를 하지 못했었다.
이번엔 그런 소금 같은 역할을 해줄 선수가 있을까. 몇몇 후보가 보인다. 내야수 중에선 김상수가 유틸리티 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주로 유격수를 맡았으나 2루와 3루도 볼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의 김상수 선발 의도였다. 김상수는 경기 후반 박빙 승부서 내야 대수비, 대주자로 안성맞춤이다. 1회 대회 당시 김재걸이 그 역할을 100% 수행했다.
손시헌이 유격수 주전으로 나설 경우 타격이 좋은 강정호는 대타와 백업으로 대기한다. 손시헌과 강정호는 공수 비밀 병기다. 외야엔 김현수-이용규-이진영이 주전으로 나설 경우 백업으론 전준우와 손아섭이 있다. 두 사람은 빠른 발이 있어 활용도가 높다. 투수 중에서도 13명 모두 박빙승부에 투입될 수 없으니 몇몇 투수는 주전투수들의 체력을 비축해주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원포인트 릴리프 및 롱릴리프도 필요하다. 2회 대회선 정현욱이 단연 소금 같은 역할을 잘 해냈었다.
야구에서 1경기 승리를 1이라 할 때, 개인의 몫은 절대 28분의 1이 아니다. 분명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도, 좀 더 적은 역할만 해도 되는 선수가 있다. 팀 승리에 뼈대가 되는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 등이 전자라면, 대수비, 대주자와 원포인트 릴리프 등은 후자에 해당된다. 전자의 중요성은 두말할 게 없다. 이젠 후자의 중요성에도 눈을 뜰 때다. 음식도 간을 잘 맞춰야 하듯, 경기 중에도 보이지 않는 소금이 적절히 양념을 쳐야 이길 수 있다. 우승을 목표로 내건 류중일호엔 그런 선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1회 WBC 당시 박진만과 김종국의 수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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