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데뷔 10년차 여배우다. 여자 납뜩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10대 청소년부터 중년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대 표현이 가능하다. 단번에 벼락스타가 되기보다는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가는 데 더 희열을 느낀다. 사실 개그 캐릭터가 아니다. 영화 속에서는 못난이 소리를 듣지만 실제로 보면 여성미가 물씬 느껴지는 천생 아가씨다.
배우 이미도의 얘기다. 이미도는 지난해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충녕대군(주지훈)의 세자빈 역, 영화 ‘26’년의 곽진배(진구)의 어머니 등으로 출연하며 자신 밖에 소화할 수 없는 미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미도의 연기변신은 극과 극이다. 세자빈으로 출연한 그는 영화 속 웃음을 담당했다.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기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면 자신도 모르게 빵 터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곽진배의 어머니는 달랐다. 그는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26년’에서 역사의 아픔을 보여주는 산 증인으로 출연해 가슴 먹먹한 연기를 선사한다. 각각 20대, 30대, 40대, 50대로 등장하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원 없이 펼치기도 했다. 곽진배 역의 진구보다 2세 어린 배우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더 신기한 것은 이미도의 출연작들은 줄줄 꿰기는 어렵지만 캐릭터를 얘기하면 ‘아! 그 배우!’ 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본래의 모습조차 지워버릴 정도로 자신의 역할에 완벽히 빙의되는 배우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미도는 “일반 관객들은 낯이 익은 배우인 건 아는데 잘 매치를 못한다”며 “사실 영화를 찍고 캐릭터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캐릭터로서는 살아 있기를 원하지만 영화에서는 튀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배우 이미도 보다는 캐릭터를 더 보이게 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고 밝혔다.
10년차 배우에 접어든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다른 배우들이 그렇듯 작품 때문에 고생도 했고, 연기를 위해 자기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도 지난해는 유독 그의 연기인생 중 즐거운 한 해였다. 9년 동안의 홀로서기를 끝내고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으며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26년’을 통해 캐릭터가 아닌 배우 이미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여세를 몰아 올해 CF에 출연, 코믹하지만 예쁜 몸매와 얼굴을 뽐냈다. 그동안 쌓아 놨던 내공들을 한꺼번에 인정받는 듯 싶었다.
반면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외모에 대한 시선이었다. 일반인으로 치자면 귀염성 있고 매력적인 얼굴. 배우라는 직업군이 지닌 우월한 외모, 작품 속 코믹한 느낌 등의 이유 탓에 상대적으로 못생긴 배우 축에 들게 돼 속상하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그는 속상해하며 침울해 하기 보다는 새로운 배우상을 제시하겠다는 포부에 가득차 있었다.
이미도는 “‘여자 송강호’처럼 되고 싶다. 김혜자, 김해숙 선배님처럼 그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 공효진씨처럼 트렌디한 배우가 되고 싶기도 하다”며 “남자들은 외모와 상관없이 연기만으로 승부하는 분들도 많은데 여배우는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름 혼자 뚫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외국의 롤모델로 힐러리 스웽크를 꼽았다. 힐러리 스웽크를 보면 이미도가 목표로 삼는 여배우상이 어떤 모습인지 감이 잡힌다. 비록 할리우드의 대표 미녀배우는 아니지만 다양한 작품에서 전혀 다른 역할들을 완벽히 연기하며 ‘예쁜 여성 배우’가 아닌 ‘배우’로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인물인 것.
이미도는 “롤모델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연기도 당연히 잘 해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것,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보려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아직은 답을 찾지 못하고 계속 상의 중이다. 새로운 배우의 모습을 제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그는 액션에 도전하고픈 꿈을 지니고 있다. 킥복싱도 배웠고, 제자리멀리뛰기에서 2m 20cm을 기록하는 발군의 운동실력도 갖췄다. 몸 역시 운동으로 다져져 탄탄하다. 또 어려서부터 춤을 배웠으며 춤추길 좋아하는 이미도인 만큼 ‘댄싱 위드 더 스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고 싶은 소망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이미도는 설 인사를 건넸다. 예쁘게 한복을 차려입은 그는 ‘나는 왕이로소이다’ 속 세자빈과 180도 다른 단아한 매력을 발산했다.
이미도는 “상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아프신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됐든 몸이 됐든 다 건강하셨으면 한다”며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고 심신이 건강한 사람들이 만든 좋고 건강한 사회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발휘한 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배우 이미도.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