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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옛 제자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와 재회한다. 4년 사이 더 훌쩍 자란 호날두를, 퍼거슨 감독은 어떻게 봉쇄할까?
[레알 마드리드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14일 오전 4시 45분 스페인 마드리드
첫 대결 장소는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다. 2차전을 올드 트래포드서 치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장에선 최소한 무승부만 거둬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때문에 경기는 레알이 주도권을 쥔 가운데 맨유가 역습을 통해 반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으로 1차전이 원정인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은 무리한 경기 운영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럴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맨유의 가장 큰 과제는 호날두를 멈추는 일이다. 레알 득점의 7할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선수가 바로 호날두다. 그에게 제동을 걸 수 있다면 수비적으로 절반 이상은 성공한 셈이다. 실제로 레알은 호날두가 침묵한 경기에선 자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에서도 가장 역습이 뛰어난 팀 중 하나다.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정말 환상적이다” - 알렉스 퍼거슨 감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대결은 전 세계 팬들이 기대하는 최고의 빅매치다” - 주제 무리뉴 감독
[WITH 필 존스] 맨유의 기본은 4-2-3-1 포메이션이다. 하지만 상대가 볼을 소유했을 때, 즉 수비시에는 4-4-1-1 형태가 될 수 있다. 또한 카가와 신지(혹은 톰 클레버리)가 왼쪽 미드필더로 포진할 경우 좌우가 비대칭을 이룬 모양을 띠게 된다. 로빈 판 페르시와 웨인 루니의 선발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앙의 마이클 캐릭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올 시즌 맨유의 숨은 영웅이다. 4백은 큰 이변이 없는 한 파트리스 에브라를 시작으로 네마냐 비디치, 리오 퍼디난드, 하파엘이 유력하다. 골키퍼는 데 헤아다. 이제 옵션은 좌우 측면과 캐릭의 짝이다. 특히 캐릭의 옆이 중요하다. 이는 호날두를 봉쇄할 중요한 키(Key) 포인트다. 그동안 캐릭의 짝은 클레버리였다. 활동량이 좋은 클레버리는 박지성이 빠진 이후 맨유의 에너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파트너는 필 존스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존스는 올 시즌 퍼거슨 감독에게 전술적으로 중요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 치른 토트넘(1-1무), 에버튼(2-0)과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그 두 경기를 통해 존스는 호날두 봉쇄법에 대한 힌트를 제시해줬다.
퍼거슨 감독의 존스 카드는 지난 달 치른 토트넘 원정서 베일을 멈추게 했다. 존스는 중앙에서도 다소 오른쪽에 포진했다. 토트넘과의 시즌 첫 대결서 베일의 중앙 침투(*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 체제서 베일은 사실상 프리롤 역할을 맡고 있다. 과거 해리 레드냅 시절 사이드라인을 질주했다면, 최근에는 중앙으로 이동해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중앙 수비수를 공략하고 있다)를 견제하지 못했던 퍼거슨 감독은 존스를 통해 하파엘과 함께 베일의 이동 경로를 사전에 차단했다. 그로인해 이날 베일은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전술에도 약점은 있다. 존스의 잦은 포지션 이탈로 인해 캐릭이 중앙에 혼자 남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퍼거슨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토트넘전서 중앙 미드필더인 클레버리를 좌측 미드필더로 출전시켜 균형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클린트 뎀프시의 이선침투와 레넌의 우측돌파로 다른 곳에서 자주 공간을 허용했다.(특히 이날 레넌의 컨디션이 무척 좋았다) 결국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겼던 맨유는 경기 종료를 앞두고 뎀프시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레알전도 비슷한 약점을 노출할 가능성이 있다. 존스가 한 쪽으로 쏠리면 중앙의 메수트 외질에게 더 많은 공간이 생기게 된다. 또 캐릭이 이를 막기 위해 내려오면 사미 케디라가 손쉽게 전진할 수 있다.
[WITHOUT 필 존스] 지난 에버튼전서 부상이 의심됐던 존스는 다행히도 마드리드 원정에 동행했다. 정확한 몸 상태를 알 수 없지만 상황에 따라 퍼거슨 감독이 존스 카드를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기존의 캐릭-클레버리 조합을 가동하는 것이다. 하파엘이 호날두를 일대일로 막고, 오른쪽 중앙 수비수인 퍼디난드가 커버할 때 캐릭이 퍼디난드가 빠진 공간을 메우는 방식이다. 이때 오른쪽 미드필더에 수비력이 좋은 발렌시아 또는 웰백을 투입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둘째는,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것이다. 역삼각형 형태에서 캐릭이 홀딩 역할을 맡고 그 위에 클레버리와 안데르손이 포진한다. 이를 통해 4백 앞에 공간을 줄일 수 있다. 또 루니는 좌측에서 윙포워드로 서면 된다.(우연인지 몰라도 에버튼전서 루니는 라이언 긱스, 클레버리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왼쪽 공간을 자주 메우는 모습을 보였다)
8강 진출을 위한 첫 주사위는 던져졌다. 퍼거슨은 호날두를 멈출 수 있을까?
레알 마드리드(4-2-3-1) : 디에고 로페스 - 아르벨로아, 페페, 라모스, 코엔트랑 - 알론소, 케디라 - 외질, 디 마리아(또는 카예혼), 호날두 - 벤제마(또는 이과인) / 감독 : 무리뉴
* 팀 뉴스 :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바란의 출전이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대신 페페가 라모스와 함께 짝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디 마리아 역시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어 카예혼이 투입되거나 모드리치가 중앙에 서고 외질이 측면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4-2-3-1) : 데 헤아 - 하파엘, 퍼디난드, 비디치, 에브라 - 존스, 캐릭 - 카가와(또는 클레버리), 루니, 웰백(또는 발렌시아) - 판 페르시 / 감독 : 퍼거슨
* 팀 뉴스 : 존스의 출전 여부가 관건이다. 좌우 측면 미드필더도 누가 선택될지 관심을 모은다. 퍼거슨 감독은 카가와에 대해 “일본서 A매치를 치러 에버튼전에 제외했다. 마드리드 원정에는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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