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웃지 못할 사태다.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프로농구 순위표를 보자. 14일 현재 5위 오리온스부터 9위 동부까지 3.5경기 차로 매우 촘촘하다. 정상적이라면 5라운드 중반을 지나는 현 시점에서 6강 싸움에 불꽃이 튀어야 한다. 애석하게도 엉뚱한 방향으로 불꽃이 튄다. 올 가을 신인드래프트에 나오는 경희대 대어 3인방(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을 얻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포스트시즌 탈락을 노리는 팀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물증은 없는데 경기만 보면 묘하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의심이 되는 팀이 있다.
▲ 느슨한 경기들, 단순한 소문 아니다?
하루 아침에 떠도는 소문이 아니다. 일부 농구인들과 농구 팬들의 지속적인 주장이다. 현재 6강 다툼에서 확실히 최선을 다한다고 평가를 받는 팀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고양 오리온스와 서울 삼성이다. 일부 농구 관계자들은 결국 두 팀이 5~6위로 6강 플레이오프 막차를 탈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실제 두 팀이 이날로 결국 5~6위로 올라섰다.
결국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의심을 받는 팀이 나머지 2~3팀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선수 기용 및 경기 운영 방식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니 함부러 감 놔라 배놔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로드 벤슨을 울산 모비스에 트레이드하고 기량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커티스 위더스와 향후 3시즌간 신인지명권 1장을 받아온 창원 LG는 요즘 팬들에게 가장 욕을 많이 먹는 팀이다.
LG는 벤슨 트레이드 직후 전자랜드를 잡아냈으나 이후 5연패를 맛봤다. 전반전에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갑자기 후반전에 빼거나,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공수 집중력 등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단순히 한, 두 명의 의견이 아니다. 현장에서 만난 농구인들, 팬들, 네티즌들의 시선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주관적인 의견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최근 KBL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기운영’에 대한 보도자료를 낼 이유가 없었다. LG 김진 감독도 13일 삼성전 이후 “로드 벤슨이 빠져나가서 높이에 대한 아쉬움도 있겠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있는 자원으로 최선을 다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직접 부인을 했다. 경기 전 라커룸 분위기도 괜히 먹먹했다고 한다.
▲ 구단들, 프로페셔널 의미 되살리자
최근 현장에서 만난 한 원로 농구인은 “선수 기용과 작전 지시는 감독 고유권한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연이 있을 수 있다. 함부러 말할 수 없다”라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최근 몇몇 팀을 보면 도저히 프로답지 못한 경기를 한다”라고 비판했다. 프로농구다. 프로팀은 프로다운 경기를 하는 게 기본이다. 관중은 프로가 프로다운 경기를 하는 걸 보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수준 높은 플레이로 감동과 재미를 느끼고 싶기 때문에 경기장에 찾아온다.
그렇게 따지자면, 최근 일련의 사태는 ‘관중 모독’이다. 프로가 프로다운 경기는 커녕 수준 이하의 경기를 양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최근 몇 년간 프로농구의 경기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사태가 이런 흐름에 완전히 기름을 끼얹었다. 프로팀들은 잘 생각해봐야 한다. KGC인삼공사의 리빌딩 성공은 결코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었다.
‘비난은 한 순간이요, 성적은 영원하다’는 프로스포츠계의 웃지 못할 말도 어폐가 있다. 한 순간이라도 비난을 받는다면 이미 프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이다. 최근 의심을 받는 팀들은 “왜 우리를 의심하나”라고 날을 세우면 안 된다. 방귀 낀 놈이 성질 내는 꼴이다. 먼저 자신들의 플레이를 돌아볼 때다. 요즘 농구 팬들. 예전보다 확 줄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팬들 가슴에 더 이상 상처를 안겨주면 안 된다. 그건 프로 존립 기반과도 연관된다.
▲ KBL, 뒷짐지고 구경만 할 때가 아니다
KBL은 뒤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KBL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배경엔 KBL의 어설픈 행정이 있다. 현재 프로농구 샐러리캡은 21억원. 이를 넘어서도 안 되지만, 70%를 채우지 못해도 안 된다. 선수 보강을 게을리 해서 의도적으로 전력을 낮추는 모양새를 취하는 팀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올 시즌 LG와 KCC의 샐러리캡 소진율은 53.7%와 59.9%다. KBL은 흐지부지 넘어갔다. 현실적인 제재 방안도 없다. NBA의 경우 샐러리캡 하한선이 85%이며, 어기는 구단엔 벌금을 문다. KBL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2008-2009시즌 모비스가 샐러리캡 하한선을 채우지 못했으나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면서 구단들이 빠져나갈 구실을 마련해주고 말았다.
KBL은 향후 대책 수립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샐러리캡 문제와 함께 정규시즌 7~10위에 23.5%의 확률이 돌아가는 신인드래프트 로터리픽 확률 추첨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떤 제도이든 장, 단점은 있는데, KBL은 최대한 논란과 부작용을 줄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게 아니면 프로농구를 관장하는 단체로서 존재의 이유가 없다.
확실히 문제가 많다. 모든 구단이 어느 시즌이든 비상식적인 순위 싸움에 뛰어들 수 있는 구조다. 올 시즌엔 더 하다.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의 프로 데뷔 시즌이 부담스럽겠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구단들, KBL 모두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 이미 위신이 추락한 프로농구 관계자들은 관중과 팬 모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KBL 로고(위), 올 시즌 개막선언을 하는 한선교 총재(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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