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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100억대 블록버스터 ‘베를린’(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 배급 CJ엔터테인먼트)에서 최고가 의상은 누가 입었을까?
트렌치코트를 걸친 스틸 한 장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은, 유일한 여배우 전지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최고가 의상의 행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하정우였다.
‘베를린’의 의상을 담당한 신지영 스타일리스트는 13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하정우의 의상 중 두 벌은 명품브랜드 B사에서 협찬을 받았으며, 그 두 의상이 영화 속 최고가 의상이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최고가인 의상은 하정우가 영화 중후반부 입고 나오는 가죽 잠바다. 신지영 스타일리스트는 “북한 요원이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입는다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영화상으로는 해당 브랜드 특유의 무늬가 크게 부각된 것이 아니었다”며 “애초에 우리가 원했던 것은 가죽 트렌치 느낌의 옷이었고 여기에 부합하는 의상이었다”고 전했다.
또 그는“하정우 배우가 워낙 사이즈가 크고 팔다리가 길어서 국내 브랜드는 잘 맞지 않는다. ‘러브픽션’ 때도 함께 작업을 했었는데 국내 브랜드 협찬 옷은 팔을 걷지 않으면 댕강한 느낌이 들더라. 결국 그때도 외국 브랜드 옷을 입어야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하정우의 의상 중 관객들의 눈에 쏙 들어오는 옷이 또 있다. 바로 영화 초반 등장하는 양면 자켓. 아주 포멀한 하프코트를 뒤집으니 깔깔이(방한용 내피, 주로 군용으로 쓰인다)로 변신해 시시각각 남들의 눈을 피해다녀야하는 고스트 표종성 요원에게는 제격인 옷이었다. 이 의상은 자체제작한 것인데, 역시 제법 고가라고 한다.
신지영 스타일리스트는 “자켓이 양면으로 들어가다보니 자연히 금액이 올라갔다”며 “류승완 감독은 요원이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서 옷만 뒤집어 입어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느낌이었다. 워낙 빠르게 지나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원래는 안에 목폴라 티셔츠를 입었는데 목 뒷 부분을 똑딱이로 만들어 뜯을 수 있게 해뒀다. 나중에 안경을 벗고 목폴라를 떼내고 자켓까지 뒤집어 입으면 완전히 다른 옷이 된다”고 전했다.
이 양면 자켓의 하프코트 버전은 최대한 보통사람처럼 보이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그는 “류승완 감독은 비록 무기 밀거래를 할 때 입기는 하지만 현지사람처럼 포멀한 느낌을 주길 바랐고 이에 그레이 톤으로 컬러를 맞췄다”고 말했다.
반면 한석규의 트렌치코트는 의외로 광장시장에서 찾아낸 2~3만 원대의 저렴한 코트였다고. 신지영 스타일리스트는 “한석규 선배가 처음부터 찾았던 느낌이 있었다. 그 느낌에 부합하는 코트를 찾아야 했다”며 “비록 국정원 요원이지만 뭔가 멋있는 느낌이 아니라 타지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기러기 아빠와도 같은 외로운 느낌과 일에 빠져있는 느낌이 베어 나오는 의상을 원하셨다. 뭔가 빈티지한 감성의 트렌치를 찾아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류승범 씨의 의상을 구하러 광장시장을 가서 찾아낸 것이 바로 지금의 한석규 선배의 트렌치코트다. 길이감도 길고 옛스러운 트렌치가 있더라. 잿빛의 느낌이었다. 가격도 너무 싸고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사자해서 샀는데 한석규 선배가 입어보시더니 ‘아이고 좋다’ 하셨다. 이 의상은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나 재미있게 찾아낸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 '베를린'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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