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2,3루 백업은 괜찮을까.
대만 도류구장에서 WBC 대비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류중일호. 지난 15일 아찔한 사고가 터졌다. 주전 3루수 최정이 훈련 도중 불규칙바운드가 되는 공에 왼쪽 눈두덩이가 찢어진 것. 최정은 긴급하게 7바늘을 꿰맨 뒤 대표팀에 정상 복귀했다. 대회 참가엔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전망. 이 사건으로 최정은 물론이고 대표팀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 최정-정근우, 주전은 내 운명
류중일호 전문 3루수 요원은 최정 외엔 없다. 극단적인 가정으로 최정이 도저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을 경우 대표팀 3루는 3루 전문요원이 아니라 백업 요원이 지켜야 한다. 이대호가 롯데 시절 3루를 봤으나 과거의 일이고 이번 대회서는 1루 혹은 지명타자 요원으로 분류됐다. 과거 3루수비 경험이 있으나 실전감각은 다소 떨어지는 손시헌, 강정호, 김상수 등 유격수 요원 중 1인이 맡아야 한다. 무게감에서 최정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2루도 마찬가지다. 대표팀 전문 2루수 요원도 정근우 외엔 없다. 정근우가 극심한 부상을 입는다면 손시헌, 강정호, 김상수 중 1인이 주전 2루수를 맡아야 한다. 류중일호 내야수 8명 중 전문 3루수와 전문 2루수는 최정과 정근우뿐이다. 류 감독이 두 사람을 주전으로 못을 박은 건 이런 현실적인 이유를 외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기량 자체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둘은 공수를 갖춘 국내 최고의 3루수와 2루수다.
▲ 전문 2,3루 요원 부족한 현실적 이유
왜 대표팀 기술위원회는 선수선발 당시 2,3루 전문요원을 충분히 선발하지 않았을까. 실제 추가로 경쟁력 있는 3루수와 2루수를 선발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내야에서 중심이 되는 유격수 요원을 충분히 뽑지 않는다는 건 매우 불안한 일이었다. 또한, 타격을 고려해 이승엽, 김태균, 이대호를 모두 선발한 상황. 전체 엔트리 규모를 감안할 때 전문 3루수 혹은 2루수를 충분히 뽑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국내최고 수비전문가 류 감독의 지론과 확신에 따라 내야수 엔트리가 확정됐다. 류 감독은 “유격수는 2,3루 백업을 맡을 수 있지만 2,3루 요원은 유격수 백업을 맡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삼성 덕아웃을 취재했을 때 몇 차례 들은 설명이다. “2루수는 상대적으로 어깨가 약한 선수가 맡는다. 3루수는 상대적으로 좌우 풋워크가 떨어지는 선수가 맡는다. 그러나 유격수는 어깨도 강하고 좌우 풋워크도 빨라야 한다.”
2루수와 3루수가 지닐 수 있는 약점을 유격수는 모두 강점으로 지녀야 하니 당연히 한정된 엔트리 속에서 2,3루 요원보단 유격수 요원을 넉넉히 뽑을 수밖에 없었다. 유격수 요원들이 2,3루 실전감각이 좀 떨어져 있더라도 2,3루 요원들이 유격수 실전감각을 익히는 데보다 적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계산이다. 류 감독은 손시헌, 강정호, 김상수에게 2,3루 수비를 직접 지도하고 있다.
▲ 2-3루 백업, 기대 반 걱정 반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류 감독의 지론에는 상황과 환경의 특수성은 배제됐다. 2,3루 백업을 맡아야 할 손시헌, 강정호, 김상수가 남은 전지훈련 기간에 최대한 2,3루 실전감각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막상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을 국제대회 WBC. 장소는 국내에 비해 낯선 대만 인터콘티넨탈 구장. 나아가 일본 도쿄돔 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까지. 국내 포스트시즌보다 큰 부담을 받을만한 상황과 환경이다.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개개인의 멘탈도 강해야 한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정근우와 최정이 건강한 몸으로 대회기간 내내 2,3루를 지키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야구라는 스포츠, 특히 단기전과 국제대회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손시헌, 강정호, 김상수 모두 수비 센스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적응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일말의 걱정을 기대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 내달 2일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 13일 남았다.
[WBC 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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