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할리우드라는 이질적 공간에서 한국의 명감독들이 그려내는 세계관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할리우드라는 상업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가장 발전된 공간에서도 한국의 내로라하는 명감독들은 여전히 최대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것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김지운 감독에 이어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원제 Stoker)를 공개했다. 이미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돼 공개된 바 있는 이 작품은 “매혹적인 스릴러”라는 외신의 호평을 받았기에 기대치도 높았다.
19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진행된 ‘스토커’ 언론시사회를 통해 마침내 공개된 영화는 박찬욱 식의 연주법은 국경을 넘어서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박찬욱 영화에는 항상 여배우가 빛난다. ‘올드보이’의 강혜정,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박쥐’의 김옥빈 등이 이들이다. 이 여배우들은 그녀들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특별한 작품을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선사받았는데, 미국의 유망주 미아 바시코브스카 역시도 이 전철을 밟았다.미아 바시코브스카가 연기한 인디아는 18세, 아이와 여인의 경계선에 있는 소녀다. 18세 생일을 맞은 특별한 날, 그녀와 사냥을 자주 나가던 다정한 아버지는 죽고 존재조차 알지 못한 삼촌이 찾아온다. 그리고 평소 인디아가 그리 정붙이지 못했던 엄마의 행동은 이상해진다.
영화는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인디아와 삼촌, 엄마 세 사람의 관계 속 긴장감을 그리는 것에 할애한다. 그러나 그 중심축은 늘 인디아에게 머물러있다. 경계선에 서 있는 소녀의 아슬아슬함과 예민함을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기묘하며 아름답게 자신의 그림을 완성했다. 삼촌 역의 매튜 구드와 엄마 역의 니콜 키드만과 비교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 존재감은 이 배우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국내에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이지만, 박찬욱이 그녀를 연주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또 그 연주가 제법 훌륭했다는 사실에 힘입어 국내에서 그녀의 인지도는 꽤 올라갈 것이다.또 하나 특기할만한 점은 이 영화는 결코 잔혹하지 않은 스릴러라는 점이다. 영화는 유혈낭자한 잔혹성 대신 각 인물들 사이 팽팽한 긴장감을 조였다 풀며 스릴러의 미덕을 살렸다. 더없이 아름다우면서 스산한 영화가 완성된 것이다.
‘스토커’는 28일 개봉된다. 청소년관람불가.[영화 '스토커' 스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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