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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또 다시 사극이었다. 배우 지진희가 사극 '대장금', '동이'에 이어 이번에는 '대풍수'로 돌아왔다. '대장금'을 끝으로 한동안 사극을 하지 않을거라고 했던 그가 '동이'를 거쳐 이번엔 '대풍수'의 이성계로 돌아오게 됐다.
"사실 사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득이 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독이 되는 부분도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흥행이 돼서 그 이미지를 갖게 되면 연기자로서는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대장금'이 끝나고 나서 코미디를 했죠. 앞으로 가려면 다양한 시도를 해야하지 않느냐 싶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동이'에 출연했다. 그가 맡았던 '깨방정' 숙종 캐릭터는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수평적인 느낌을 가진 왕이었다. 색다른 지도자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덕분에 지진희의 사극 속 이미지는 한층 굳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또 다시 '대풍수'를 선택했다.
"이성계는 지도자가 될 인물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에 의해 바뀌어나가요. 사냥하고 술마시는 걸 좋아하며 자기 자신을 모르고 살았던 사람이 자기의 능력을 깨닫고 그걸 발휘하게 되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사실 장르만 같은 뿐 사극 속 지진희가 맡았던 인물들은 다들 달랐다. '대장금'의 민정호, '동이'의 숙종, '대풍수'의 이성계는 사극이라는 틀 안에 있을 뿐 캐릭터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이는 지진희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기도 했다. 그는 새로움과 도전, 두가지 키워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간 코믹, 멜로, 스릴러,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왔다.
"어떤 것에 도전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고 생동감을 느껴요. 나이가 들다보니까 힘들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이겨내지 않으면 안주하게 되잖아요. 그럴 때마다 노력해요. 내 앞에 또 다른 것들이 있을 것이고 그걸 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만이 무기이자 힘이 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는 연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해 '깨방정'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사실 예능프로그램을 많이 봐요. 다 본다고 할 수 있죠. 케이블에서 하는 것도 많이 보고. 케이블에서 하는 '코미디 빅리그', KBS '개그콘서트'도 봤어요."
그는 죽마고우인 이종혁이 출연 중인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도 본 적이 있다. "자식이랑 그렇게 상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아니라고 봐요. 하하. 농담이고요. 이종혁 씨는 그 아들이랑 완전히 친구같은 사람이에요. 같이 야구를 하는데 아기도 데리고 오고 하거든요. 친구처럼 노는걸 보고 좋은 아빠라고 생각해요. 저번에 빙어튀김하는 걸 봤는데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실제 지진희는 두 아들의 아빠이기도 하다. 그는 어떤 모습의 아빠일까? "아빠. 그건 끊임없이 고민해야될 부분인것 같아요. 아버지가 되니까 옛날에 아버지들이 왜 그랬을까 이해도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싫어했던 부분을 아이들에게 하진 않나 고민도 해요. 친구같은 아빠가 되고싶지만 너무 풀어주는게 아닌가 고민되기도 하고. 그래도 분명한 것은 내가 최선을 다해서 사랑을 줘야하는 것 같아요."
그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가진다. 그 중의 하나가 레고다. 지진희는 아이와 몇년째 레고 만들기를 하고 있다. 문패도 레고로 만들 정도로 푹 빠져 있다고.
"워낙에 만지고 하는 걸 좋아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진을 찍기 전까지의 행위들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세팅하고 조작하는 행위들이 좋았어요. 굉장히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 같아요. 잠을 안 자도 졸리지 않은. 주변에서는 아이들 장난감이 아니냐고 하는데. 얼마 전에 '소년의 마음을 가진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글이 있더라고요.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 같아요."
이밖에도 지진희는 사진, 여행, 공예 등에 푹 빠져있다. 특히 공예는 2년째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할 정도로 열성이다. "잘 만들어서 한 것은 아니예요. 우리나라 손 기술을 세계 최고거든요. 그래서 그 쪽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했어요. 그렇게 공예 진흥원에서 홍보대사를 하게 됐고 그냥 홍보대사만 하는게 아니라 매년 작품을 내겠다고 해서 이렇게 2년째 작품을 내고 있어요."
여러 곳으로 외도도 하지만 연기는 여전히 그의 운명이다. "연기자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있지만 운명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때 공예를 했고 대학교때 디자인을 하고 취업하면서 사진작가를 했어요. 그런데 여기까지 오게됐어요. '왜 내가 이걸 하고 있지' 해도 답이 안 나와요. 이건 운명처럼 거스를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 연기적으로 퇴보하지 않는 게 꿈이다. 2000년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로 데뷔하고 난 후부터 꾸준히 여러 작품들에 출연해오면서 조금씩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저는 요즘 아이돌처럼 젊어서 연기를 시작한게 아니라 30대 즈음에 사회생활을 하다가 시작 했잖아요. 그게 굉장한 도움이 됐어요. 그런 과정이 없이 스타가 됐다면 아마 저는 굉장히 건방진 물불 안가리는 사람이 되어 있을수도 있겠죠. 저는 천천히 전진할 생각이에요. 후퇴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배우면 배울수록 늘 수밖에 없잖아요. 빠르게 올라갈수록 떨어지면 즉사니까 올라가면서 나를 다져가면서 가자고 생각해요. 그래서 맨 마지막 작품이 연기적으로 가장 좋은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배우 지진희.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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