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이제 춘추전국시대다.
여자프로농구 안산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 그녀들의 노력과 성과는 대단했다. 누구도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 그러나 그녀들의 행보와는 별개로 여자농구는 흥미가 떨어졌다. 일각에선 지루하다는 말까지 했다. 신한은행이 6년 연속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을 휩쓰는 동안 우리은행은 4년 연속 최하위를 도맡았다. 나머지 팀들은 누구도 신한은행을 넘지 못했다. 일종의 넘사벽이었다.
지난해 여름 최경환 총재가 WKBL에 새롭게 부임했다. 과감하게 제도에 메스를 댔다. 5년만에 외국인선수 재도입을 결정했다. 국내 유망주들의 설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 속에서도 볼거리 강화 및 흥미진진한 순위판도 유발이라는 강점을 높게 평가했다. 최 총재의 노력은 성공으로 귀결됐다. 올 시즌 여자농구 순위판도는 대혼전이었다. 져주기 파문으로 뒤숭숭한 남자농구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했다.
그 중심에 춘천 우리은행이 있었다. 우리은행은 21일 청주 KB와의 원정경기서 승리하면서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만에 정규시즌 우승에 골인했다. 아울러 지난 네 시즌 연속 최하위의 굴욕도 훌훌 털어냈다. 최하위에서 단숨에 정상까지 오른 우리은행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여자농구 뉴스 메이커다.
우리은행이 결국 신한은행을 쓰러뜨렸다.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을 보좌했다. 한솥밥을 먹었던 가족이 한 시즌만에 적으로 돌변했고, 청출어람을 일궈냈다. 멤버 구성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으나 혹독한 훈련과 할 수 있다는 투지가 살아난 우리은행은 여자농구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신한은행은 매너리즘에 빠졌다. 베테랑들이 은퇴한 뒤 젊은 선수들 위주로 우승을 차지했으나 올 시즌은 예전같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이 잔부상도 있었고, 약간의 방심도 있었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다. 영원한 왕좌는 없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의 빈틈을 파고 들었다. 신한은행은 시즌 중반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팀 분위기 반전에 나섰고, 최근 5연승으로 효과를 보고 있으나 이미 자신들을 따돌린 우리은행을 뛰어넘지 못했다.
지난해 우승팀과 최하위팀의 처지가 뒤바뀌었다. 중위권도 요동쳤다. KDB생명은 감독이 바뀌면서 팀 전체가 삐걱거렸다. 지난 2년 연속 신한은행을 괴롭혔던 그들은 올해 포스트시즌서는 탈락의 쓴맛을 봤다. 삼성생명과 KB는 외국인선수의 활약과 퇴출 희비가 엇갈리면서 안정적인 시즌을 보내지는 못했다. 하나외환은 신세계 해체 이후 훈련이 부족해 결국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6팀의 행보, 시즌 판도 자체가 예년과는 확연히 달랐다. 올 시즌처럼 전체 판도가 요동친 시즌이 없었다.
여자프로농구에 춘추전국시대가 개막했다. 우리은행이 정규시즌 우승에 성공했으나 진정한 강자로 평가를 받은 건 아니다. 진정한 승자는 포스트시즌에서 갈린다. 우리은행이 단기전, 나아가 향후 몇 년간 꾸준히 정상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검증된 건 아니다. 이제 우리은행을 끌어내리기 위해 신한은행을 비롯해 삼성생명과 KB가 엄청난 노력과 땀을 쏟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은행도 정상을 수성하기 위해 또 다시 뛸 것이다.
그 사이에 여자농구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면 그 보다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다.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이후 침체했던 여자농구는 변화가 필요했다. 용병제도의 도입과 우리은행의 정규시즌 우승으로 드디어 꿈틀대기 시작했다. 팬과 언론의 관심이 더해질 경우 올 시즌은 여자농구 발전의 새로운 원년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우리은행의 정규시즌 우승. 여자프로농구의 춘추전국시대 개막을 의미한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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