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초보 위성우 감독이 대형사고를 쳤다.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감독 데뷔시즌에 대형사고를 쳤다. 위 감독은 21일 청주 KB와의 원정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우리은행을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만의 정상에 올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우리은행은 더 이상 지난 네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약체가 아니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에 패배의식을 걷어내고 승리 DNA를 이식했다.
위 감독은 지난 2011-2012시즌까지 안산 신한은행에서 임달식 감독을 7년간 보좌했다. 임 감독 뒤에서 혹독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철두철미하고 완벽주의자인 임 감독의 장점을 흡수했다. 수비와 체력, 투지를 중시하는 스타일도 빼다 박았다. 사실 자신의 현역 시절 모습이기도 했다. 위 감독은 SBS, 오리온스에서 수비 전문 식스맨이었다. 그리 유명하지도 않았고, 감독의 출전 지시만 떨어지면 곧바로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잡초였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 선수들이 그런 근성을 닮길 바랐다. 작년 봄 부임 이후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우리은행 장위동 체육관에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시간과 양은 중요하지 않았다. 수비와 체력 훈련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식사 시간도 미루고 훈련을 시켰다. 숙소 식당 아주머니들이 퇴근을 하지 못해 위 감독에게 볼멘소리를 했다는 우스개소리도 들렸다.
지난 4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한 우리은행 선수들에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봤다. 기술도, 투지도 부족해 늘 좋은 경기를 하고도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혹독한 훈련만이 답이었다. 고아라가 FA자격을 얻어 삼성생명으로 이적해 전력은 더 떨어진 상황.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었던 우리은행은 와신상담했다. 선수들에게 오기를 심어줬다. “억울해서라도 올 시즌 잘 한다”라는 선수들의 말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시즌이 개막됐다. 승승장구했다. 시즌 중반까지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임영희를 축으로 이승아-박혜진의 백코트와 양지희-배혜윤의 인사이드진. 여기에 WNBA를 경험하고 WKBL까지 섭렵했던 베테랑 외국인선수 티나 톰슨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위 감독의 훈련을 받은 선수들은 기량이 급성장했고, 티나가 해결사 노릇을 했다. 위 감독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때로는 칭찬으로, 때로는 따끔한 질책으로 선수들을 다뤘다. 그 결과 신한은행, KB, KDB생명 등을 연파하고 선두를 질주했다. 만년 최하위 우리은행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위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했다. 기자들은 비결이 뭐냐며 물었지만, 그 때마다 위 감독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선수들이 잘 해줬다”라며 허허 웃었다. 감독 초보로서 그 역시 부담이 막중했으나 선수들에겐 티 한번 내지 않았다. 꼼꼼한 전주원 코치는 선수들의 멘탈을 잘 관리했고, 숭의여고에서 여자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이 많은 박성배 코치는 위 감독을 잘 보좌했다. 자신을 낮추는 리더십을 선보인 위성우 감독은 정규시즌서 당당히 주연으로 거듭났다.
위 감독의 우리은행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이날 전까지 4연패 포함 2승 5패로 부진했다. 그 사이 신한은행은 5연승을 기록하며 우리은행을 1경기 차까지 쫓아왔다. 위 감독은 15일 KDB생명과의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앞두고 “3kg 빠졌다. 매직넘버가 5가 됐을 땐 잠을 자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 데 그게 더 부담이 되는 것 같다”라고 실토했다.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은 것이다. 위 감독은 선수들을 믿었다. 무리하게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고 버티면서 기를 살려줬다.
결국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위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이 역시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만의 도전이다. 당시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을 3승 1패로 꺾고 우승컵에 입을 맞췄었다. 결코 쉬운 승부는 아닐 것이다. 3대3 트레이드 후 전력을 가다듬은 디펜딩 챔피언 신한은행과 부상자들과 베테랑들이 속속 복귀한 삼성생명, 외국인선수를 바꿔 전력을 보강한 KB까지. 만만한 상대가 없다. 위 감독은 이들을 물리쳐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아직 위 감독은 명장은 아니다. 이제 다른 감독들이 막내 감독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도전한다. 그걸 넘어선다면 감독 위성우의 성공시대도 활짝 열릴 것이다.
[위성우 감독.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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