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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배우 이윤지는 환한 웃음과 친근감 있는 성격이 기분좋은 에너지를 던져주는 배우다. 그런 그녀가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에서 야망을 위해 왕의 아이를 낳았지만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 반야를 연기했다.
지난 2003년 MBC 시트콤 '논스톱4'로 데뷔한 후 연기자의 길을 차곡차곡 걸어온 이윤지는 파란만장한 반야의 삶을 치열하게 표현해 냈다.
"'대풍수'로 '사람'을 얻었어요."
최근 기자와 만난 이윤지는 '대풍수' 속 반야의 여운을 가지고 있었다. 홀가분해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불과 몇달 전 촬영을 위해 추위, 잠과 싸우며 고생한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더위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에요. 산은 정말 추워요. 추워서 고생했지만 정신이 바짝 든다는 장점도 있었어요. 오히려 NG가 안 났어요(웃음). 힘든 점도 있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행복하게 찍었어요."
힘들게 촬영한 만큼 얻는 것도 많았다. 특히 올해 서른, 데뷔 10년차라는 의미있는 한 해를 맞은 이윤지에게 '대풍수'라는 작품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10년을 마무리 한다고 봤을 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쉬움이 남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해볼거 다해본 느낌이라 시원한 마음이 더 커요. 원래 작품을 하면 그 작품에 대한 생각만 하는데 이번에는 지난 10년 동안 어땠는지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들었어요."
'대풍수'는 방송 초반 200억 대작 사극으로 주목받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비판 의견도 거셌다. '대풍수'는 조선 건국 과정에 있던 인물들의 개성, 실감나는 역사 묘사, 이성계의 재발견 등 장점도 있었지만 시청률 면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초반에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도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시청률은 전혀 상관없다고는 말 못해요. 그래도 지성, 지진희 같은 출연 배우들이 경력이 있다보니 의연하게 대처하더라고요. 선두에 서 있는 배우들이 우직하다보니 흔들림 없이 찍을 수 있었어요."
이윤지의 말처럼 시청률 부진은 오히려 배우들에게 전화위복으로 다가왔다.
"제가 반야로 고생했다고 하더라도 사극 전체를 봤을 때 지성, 지진희 같은 배우들이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이 많아. 힘내'라고 먼저 말해줬어요. '대풍수'에서는 사람을 얻었어요. 감독, 배우 모두 카톡하고 문자하면서 훨씬 더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이윤지는 어느덧 데뷔 10년차 배우가 됐다. 이윤지를 지금까지 이끈 것은 특유의 '뚝심'이다. 이윤지는 10년 동안 한 번도 작품을 쉰 적이 없다. 한 해 최소 두 작품 이상 소화한 그녀이기에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일년에 적어도 두 작품은 해왔어요. 열심히 하다보니 그렇게 됐는데 지나고 나니 어마어마 하네요. 저는 쉬면서 충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휴대폰 배터리 하나를 다 쓰면 충전해 놓은 것을 쓰지만 전 쓰고 있는 배터리를 계속 충전해요. 한 작품이 끝날 때면 다음 계획이 세워져 있어요. 한편으로는 전원을 다 내리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 무엇인가를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윤지란 배우가 이렇게 치열하게 달려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참 욕심이 많은 배우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학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중앙대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공부했다.
"2월에 수료에요. 5학기 만에 졸업하는거고 논문은 올해 안에 쓰는게 목표에요. 대학원 다니면서 정말 좋았어요. 촬영장 아닌 강의실에서 카톡도 해보고, 졸기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많은 꿈을 꾸고 있어요. 해야 할 일이 떨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고싶은 일이 떨어지는 것이 무서워요."
연기와 학업 병행, 꾸준한 작품활동. 이윤지는 정신적, 육체적 한계에 부딪힐만도 했지만 즐겁게 일했다. 그녀의 지난 10년은 그야말로 전력질주였다.
"가장 싫은 상황은 작품도 안 하는데 학교까지 방학한 순간이에요. 그럴 때면 학원이라도 끊어놓는 성격이에요. 약간의 규율이 있는 생활 속에서 안정감을 찾는 편이죠."
열심히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서른이란 나이가 됐다. '서른즈음'이란 노래가 있듯이 서른이란 나이는 누구에게나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계획하는 시기다.
"20대에는 마음이 급했어요. 서른이 되기 전에 무엇인가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자의 서른과 남자의 서른은 확실히 달라요. 여자의 서른은 더 빨리 와요."
이윤지는 서른이 됐어도 예쁘다. 오히려 데뷔 초기보다 지금 예쁘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점점 더 예뻐지는 비결은 무엇일까.
"젖살이 사라졌겠죠(웃음). 그때는 왜 그렇게 '둘리'처럼 나오나 했었는데 돈 주고도 못사는 젖살이란걸 이제는 알겠어요. 나이에 맞는 얼굴이 있어요. 얼굴이 변해가는 것처럼 경력이 쌓일수록 속도 다듬어져요. 저도 원래 날카롭고 겁 많은 성격이었는데 사람들을 만나고 연기하는 인물이 많아지다 보니 부드러워졌어요. 연기도 더 편하게 임할 수 있어요."
나이와 경력 등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이윤지의 사랑, 결혼이 궁금해졌다. 다행히 연애를 안 해보진 않았다며 활짝 웃는 이윤지의 결혼관은 지극히 평범했다.
"제가 배우이다 보니 연애도 중요한 부분이에요. 결혼에 대한 생각은 물론 있어요. 내 일을 하면서 가정도 잘 꾸리고 싶어요. 감정을 밀당(밀고 당기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연애해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평범한 여자로서의 삶을 살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연기자로서 감정도 얼마나 풍부해질까요."
"이제는 '명성황후' 역할이 탐나요."
이윤지는 지난 10년 동안 매력적인 성과를 거뒀다. 2006년 KBS 연기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은 그녀는 이후 조연상과 우수상까지 수상했다. 연기자로서 신인상, 조연상, 우수상을 모두 받았다는 사실은 연기 활동의 다양성을 입증하는 결과다.
"정말 감사해요. 특히 '드림하이'(KBS 2TV)로 조연상을 받았는데 '조연'을 함부로 감초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라는걸 느꼈어요. 조연도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느꼈어요. 주연은 기회도 많고 몰입하기도 수월하지만 조연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밖에 없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이미연 선배의 '나 가거든' 뮤직비디오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당시 명성황후로 나오는데 '내가 조선의 국모다'라는 대사가 잊혀지지 않아요. 창피해서 말은 못했지만 반야가 죽기 전 했던 대사도 이미연 선배의 명성황후를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반야 이후에 오는 사극에서는 명성황후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가 기대되요."
[배우 이윤지.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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