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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KBL이 결국 칼을 뽑았다. 25일 KBL 센터에서 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연다. 10개 구단 관계자들과 KBL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주요 안건은 신인드래프트 추첨방식 개선 논의. 직장 선택의 자유라는 기본 취지가 무색한 FA 제도 역시 시정이 필요하지만, 이번만큼은 신인드래프트 확률추첨 방식이 더 크게 다뤄질 전망이다.
최근 확실히 논란이 잠잠해졌다. 2월 초,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팀이 고의로 패배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해 7~10위권으로 떨어져 차기 시즌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 확률을 1.5%에서 23.5%로 끌어올려보겠다는 얄팍한 상술이란 소리가 들렸다. 소문만 무성하던 차에 몇몇 경기서 짙은 의혹이 포착됐고, KBL은 급기야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후속 작업으로 본격적으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 N분의 1? NBA 사례? 어떤 게 괜찮을까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KBL은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두 팀을 제외한 8팀에 동일한 1순위 추첨 확률을 부여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N분의 1 전략. 파격적이다. 쉽게 말해서 정규시즌 3위를 하든, 최하위를 하든 차기 시즌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 가능성을 동일하게 열어두겠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고의적으로 패배해 나쁜 성적을 낼 이유가 없어진다. 올 시즌과 같은 논란은 확실히 잠잠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전력평준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직전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차기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기량을 지닌 신인들을 싹쓸이 해갈 경우 팀간 전력 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때문에 NBA 신인드래프트 추첨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NBA는 포스트시즌에 참가하지 못한 14팀에 신인 선발 우선권을 부여한다. 1~3순위 로터리픽은 승률 하위팀에 가장 높은 확률을 부여하고, 4~14순위는 철저한 추첨으로 실시한다. KBL의 현 방식과 N분의 1방식을 교묘하게 섞은 것이다.
▲ 올 가을 신인드래프트부터 바뀐 방식 곧바로 적용?
또 하나. 신인드래프트 추첨 방식을 바꿀 게 확실하다면, 그 적용 시기를 언제부터 하느냐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올 시즌 고의 패배 논란을 낳은 팀들이 혜택을 볼 수 없도록 당장 제도를 바꿔 올 가을 신인드래프트에 바뀐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한 시즌 유예기간을 둘 경우 고의 패배 논란을 낳은 팀들이 차기 시즌 신인드래프트서 이득을 본 뒤 그 다음 시즌에 바뀐 제도 속에서 또 다시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는 나머지 팀들에는 2배의 손해라는 설명.
딜레마가 있다. 신인드래프트 추첨 방식을 어떻게 바꾸더라도 장, 단점이 있는데, 섣불리 제도를 개선할 경우 혹시 모를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건 프로농구의 혼란만 부추기는 모양새다. 때문에 KBL도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단 25일 이사회가 열리면, 당장 개선책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도출하기보다 각 구단 관계자의 생각부터 들어볼 요량이다. 결코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한 농구관계자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구단에 따라서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새로운 추첨 방식을 결정한 뒤 올 여름에 적용시기를 결정하면 된다. 그러면 아직 3~4개월 정도는 결정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KBL은 구단들의 말을 잘 들어보고, 구단들도 KBL에 협조를 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럴 때일수록 농구계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신인드래프트 추첨 논의는 곧 한국농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
[KBL 한선교 총재(위), KBL 로고(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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