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김광현은 2009시즌 평균자책점왕에 올랐다. 2.80을 기록하며 전병두(SK·3.11)와 아퀼리노 로페즈(당시 KIA·3.12)를 여유있게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2009년 8월 2일 잠실 두산전. 김광현은 특유의 와일드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었다. 3회 마운드에 오른 가운데 선두타자는 김현수. 볼카운트 1B 2S에서 4구째 김현수의 배트가 돌았고 그가 때린 타구는 김광현의 손가락을 직격했다. 결과는 손등골절. 김광현은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결국 SK는 에이스의 부재 속 2009시즌을 준우승으로 마쳤다. KIA와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김광현 역시 힘이 되지 못한 채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 '부상' 김광현, 또 한 번 좌절시킨 FA 규정
김광현을 좌절시킨 것은 부상만이 아니었다. 규정에 다시 한 번 눈물 흘렸다. 평균자책점왕에 올랐음에도 FA 요건에 있는 '한 시즌'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균자책점이란 타이틀에서 보듯 김광현은 규정이닝(133이닝·해당시즌 경기수와 동일)을 넘겼다. 시즌 중반 이탈했지만 21경기에서 경기당 6⅔이닝을 던지며 138⅓이닝을 소화했다.
이는 송은범(149⅓이닝)에 이은 팀내 두 번째 많은 이닝이다. SK를 넘어 프로야구 전체를 보더라도 규정이닝을 채우는 투수는 한 시즌 20명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실제로 김광현의 그 해 전체 투구이닝 순위는 15위였다.
그럼에도 '2009시즌 평균자책점왕' 김광현은 FA 자격 취득 조건에서 규정한 한 시즌을 채우지 못했다. 야구규약 17장 제156조 자격취득조건 때문. 2007년 입단한 김광현이 '한 시즌'을 인정 받기 위해서는 1군 엔트리에 145일 이상 등록돼 있어야 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2009시즌 4월 8일부터 8월 3일까지 119일간 1군 엔트리에 등록돼 있었고 요건인 145일에 26일 부족했다.
▲ FA 규정, 2006년 이후 신인에게 다른 잣대 적용
김광현에게 더욱 억울한 점은 모든 선수가 이러한 규약을 적용받지는 않는다는 것. 제156조 1항 3호에 보면 2006년 신인선수부터는 등록일수로만 산정한다고 돼있다.
만약 2005시즌 이전 입단한 선수가 김광현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무런 문제없이 FA 자격 연한 한 시즌을 추가할 수 있었다. 1998년부터 2005년 사이 입단 선수의 경우 등록일수 혹은 규정 이닝의 3분의 2이상 중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근 FA 규약은 점차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 모든 선수가 9년이었던 규정에서 대졸 선수는 8년으로 바뀌었으며 보상 선수 규정도 완화됐다. 등록일수도 150일에서 145일로 줄었다.
하지만 이를 본다면 FA 제도가 역행한 부분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수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2006년 이후 입단 선수의 경우 경기수나 이닝수는 상관없이 등록일로만 산정하는 것으로 바꿨다. 팀에 대한 공헌도는 살펴보지 않고 단순한 등록일로만 이를 계산하고 있다. 날짜 며칠 줄이는 것과 성립 요건 하나를 줄이는 것을 맞바꾼 것이다.
선수들에게 FA는 곧 희망이다. 물론 선수에게 명예도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금전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FA 제도가 있다.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FA를 앞두고 'FA로이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맹활약을 펼친다.
그런 가운데 김광현은 FA 자격 요건 1년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조건을 못 채운 다른 시즌과 합쳐 적용은 가능하지만 손해를 피할 수는 없다. 평균자책점왕에 오르는 등 규정이닝을 채우면서까지 팀에 공헌한 선수가 자격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DL(부상자 명단)에 오르더라도 등록일수가 인정된다. 반면 한국은 1군에 있는 시기에만 FA 규약에 있는 조건을 채울 수 있다. 비단 미국을 보지 않더라도 2006년 이전 선수들의 경우 투구이닝 혹은 등록일수 하나만 충족하면 됐다.
역행하는 FA 규약 속 2005년 이전 데뷔한 선수들과 FA 자격 조건이 다른 2006년 이후 입단 선수들의 상대적 박달감은 더욱 커져간다.
[2009시즌 평균자책점왕에 오르고도 FA 규약에서 규정한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한 김광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