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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혹독한 데뷔전을 치렀더라.”
고양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 슬며시 알 듯 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21일 청주 KB에서 감독 데뷔전을 치른 서동철 감독 얘기가 나오고서다. 추 감독은 23일 부산 KT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혹독한 데뷔전을 치렀더라”며 서 감독과 최근 전화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이미 알려졌듯이 서 감독이 시즌 중 남자농구팀 수석코치에서 여자농구팀 감독으로 간 건 추 감독의 배려가 결정적이었다.
서동철 감독은 사실 준비된 감독이었다. “코치들 중에선 가장 고참급일 것”이라는 추 감독의 말에서 보듯, 코치로 잔뼈가 굵었다. 1995년 은퇴 후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에서 정태균 감독을 모셨고, 이후 남자프로농구 삼성에서 안준호 현 KBL 경기이사, 오리온스에서 추일승 감독을 모셨다. 모두 개성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였다. 서 감독은 10년 넘게 이들의 장점을 체득하면서 자신의 지도자 철학을 만들어나갔다.
추 감독은 “1주일만에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갔던데 사실은 1달 전부터 말이 있었다. 서 감독은 훌륭한 인재다. 감독으로 손색이 없다”라고 치켜세웠다. 추 감독은 서 감독이 정중하게 KB의 오퍼를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기꺼이 서 감독을 보내주기로 했다. 오리온스 구단에 따르면 추 감독이 쿨하게 서 감독을 보내주자 부담 없이 보내줄 수 있었다고 한다.
추 감독은 서 감독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지도자라면 아무리 초보더라도 자신만의 철학 한 가지는 있어야 한다. 선수들 중에서도 지도자를 하고 싶다면 그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라며 서 감독은 일찌감치 준비된 감독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선수들 중에서도 가르쳐보면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선수가 눈에 보인다. 우리팀의 경우 조상현이 그렇다. 자신만의 농구 철학이 이젠 보인다”라고 했다.
재미있는 점 한 가지. 기자와 추 감독의 대화를 바로 옆에서 김병철 신임코치가 듣고 있었다. 21일 서울 삼성전서 프로 코치 데뷔전을 치른 김 코치는 이날 홈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했다. 유소년팀 감독을 맡고 있었으나 프로에선 아직 초보 코치. 결국 추 감독이 말하는 내용이 김 코치에게도 해당되는 셈이었다. 김 코치는 유소년팀을 가르쳐보면서 성인 지도자 준비를 착실히 했었다. 김 코치는 “그저 열심히 해야죠. 이겨야 됩니다”라고 짧은 소감을 남겼다.
추 감독이 서 감독을 KB로 보내줄 수 있었던 건 한편으로 김병철이라는 확실한 미래의 감독감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리온스는 서 감독을 KB에 보내주자마자 곧바로 김병철 유소년팀 감독을 수석코치에 선임했다. 오리온스에서만 13년간 선수생활을 해온 프렌차이즈스타 김 코치야 말로 사실 오리온스 벤치에 늦게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추 감독 역시 김병철 코치에게 지도자의 모든 걸 전수해줄 계획이다.
오리온스는 올 시즌 내내 생각만큼 성적이 나질 않는다. 추일승 감독은 그 어떤 감독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팀을 꾸려가는 것과는 별개로 후배 지도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시즌 중 서 감독을 보내주기로 결정한 것과 김 코치를 받아들이기로 한 건 전적으로 두 사람의 개인적인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 추 감독의 배려가 모처럼 농구판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추일승 감독과 서동철 KB 감독.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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