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만 타이중 김진성 기자] “선발투수가 그렇게 알고 싶어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류중일 감독이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1라운드 선발로테이션이다. 류 감독은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교묘하게 대답을 피해간다. 류 감독이 시원스럽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건 나름대로의 철학과 이유가 숨어있다. 타선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마운드 운영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 류 감독은 1일 오후 공식기자회견에서 2일 네덜란드전 선발투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 네덜란드전 윤석민? 호주-대만전은
대표팀 에이스는 윤석민이다. 그는 19일 첫 연습경기 NC전과 24일 NC전에 선발로 나서면서 컨디션을 점검했다. 류 감독은 NC와의 4경기서 윤석민-장원삼-서재응-윤석민 순으로 선발투수를 내세웠고, 27일과 28일 대만 군인-실업올스타전서는 장원삼-송승준을 선발로 내세웠다. 공식 평가전서 윤석민은 등판하지 않았다. 이 순서대로라면 윤석민이 2일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 나서는 게 딱 맞아떨어진다. 네덜란드에 정교하고 한 방이 있는 타자가 고루 포진한 걸 감안하면 윤석민이 제격이다. 첫 경기의 중요성도 감안해야 한다.
4일 호주전과 5일 대만은 누가 선발로 나설 수 있을까. 장원삼, 서재응, 송승준 등 단 1번이라도 선발로 나선 투수가 후보다. 그러나 장원삼은 직구최고구속이 130km대 후반에 머무른 게 걸리고, 서재응과 송승준도 아직 구위와 제구력이 시즌 때만큼은 아니었다. 누구를 내더라도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선발투수로 누구를 내느냐에 따라서 그 경기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 류중일 감독은 알고 있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 류 감독은 이미 마음 속으로 1라운드 선발투수들을 결정했다. 류 감독은 지난달 28일 대만 실업올스타전을 앞두고 “이미 투수들에게 선발로 나갈 것인지, 구원으로 나갈 것인지 통보를 했다. 1주일 정도 됐다”라고 했다. 류 감독이 투수들에게 미리 보직을 통보함으로써, 투수가 해당 보직에 맞게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생겼다.
류 감독은 “개막전, 한국시리즈 1~2차전 등 선발로테이션과 크게 상관없는 경기, 혹은 매우 중요한 경기는 미리 해당 선발투수에게 통보를 해줘야 체계적으로 준비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삼성에서도 지난 2년간 그렇게 했다. 2일 네덜란드전 선발. 이미 해당 투수에게 통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호주전과 대만전 역시 선발투수를 각각 결정해서 통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호주전 혹은 대만전에 나서는 2명의 선발투수에게 사실을 통보한 뒤 상황에 따라 순서만 바뀔 수 있다고 언질을 줬을 것이다.
▲ 상대팀에 정보 흘러나가면 좋을 리 없다
류 감독의 평소 성격은 시원시원하다. 좀 민감하다 싶은 내용도 거침없이 솔직 화법을 선보이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서도 미리 1~2차전 선발을 공개했다. 그런 류 감독에게도 국제대회 선발투수 공개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류 감독은 “내가 미리 얘기를 해버리면 다른 나라들도 미리 알잖아”라고 껄껄 웃었다.
선발투수를 공개하면 상대에 분석 시간만 벌어주게 된다. 류 감독은 “나도 상대팀 선발을 예상만 하고 있지”라며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카드를 공개할 이유는 없다. 국내에서 시원스러운 화법으로 정보를 공개한 이유는 국내 팀들은 서로 전력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류중일호는 1일 오후 4시 30분(한국시간)부터 6시까지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마지막으로 공식연습을 한다. 공식연습 이후엔 1라운드 B조에 속한 네 팀이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2일 네덜란드전 선발투수가 발표된다. 4일 호주전 선발은 3일 저녁에 발표된다.
[류중일 감독.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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