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만 타이중 김진성 기자] “훈련이 고되고 힘들었다.”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마지막 공식훈련을 치른 WBC 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대표팀 역대 최강의 훈련이란 말이 나왔다. 얼굴은 시커멓게 탔고, 살은 쪽 빠졌다. 몸도 마음도 편하지 않다. 컨디션이 뚝 떨어졌다. 이는 고스란히 연습경기 부진한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최종 평가전까지도 반전은 없었다. 어느덧 네덜란드와의 1라운드 B조 첫 경기를 치르는 2일이다. 지금 류중일호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 연습경기 최악의 경기력, 강훈련 때문이다?
대표팀은 지난 12일부터 2주간 도류구장에서 지옥의 전지훈련을 치렀다. 류중일 감독이 직접 펑고 배트를 들고 야수들의 수비 훈련을 독려했다. 파트별 코치에게도 많은 훈련양을 주문했다. 선수들의 몸이 녹초가 된 상황에서 곧바로 NC와의 4차례 연습경기, 대만 군인-실업 올스타와의 2경기를 치렀다. 연습경기 중간에 휴식일도 있었으나 강훈련도 병행했다.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6경기서 2승 1무 3패. 단 13득점에 그칠 정도로 공격력이 빈약했다. 타자들의 방망이가 좀처럼 팽팽 돌지 못했다. 투수들은 대량 실점하지 않았으나 결과와는 별개로 구속과 제구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 마디로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지칠대로 지친 선수들이 영 힘을 쓰지 못했다. 강도높은 훈련이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악으로 떨어뜨렸고, 연습경기 부진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경문 감독이 이끌었던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이나 조범현 감독이 이끌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훈련양이었다. 시즌 중, 시즌 후에 치렀던 대회라 선수들의 몸 상태가 지금보다 훨씬 좋았고 훈련보단 컨디션 조절에 의미를 뒀다. 심지어 김인식 감독이 이끌었던 1~2회 WBC와도 비교할 수 없는 풍경. 물론 당시엔 스타플레이어가 많았다. 지금보다 전력이 강했다.
▲ 시기에 맞는 강훈련, 단지 실전 경기가 빨리 닥쳤을 뿐
류중일호는 역대 야구대표팀 최악의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류 감독은 전력의 약세를 훈련으로 메웠다. 개개인의 실력 향상, 그리고 선수단의 긴장감 조성으로 팀워크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현 시점에선 아무런 소득이 없다. 하지만, 선수들도 이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강훈련을 하는 게 당연하다는 의미다.
이대호는 “예년 같으면 시즌 개막을 1달 앞둔 시점이다. 원래 이 시기는 강훈련을 하는 시기다. 단지 실전 경기가 1달 앞당겨진 것일 뿐이다. 공은 보이지만, 방망이가 잘 안 돌아가는 상태”라고 했다. 어차피 대표팀 선수들은 WBC 이후 소속팀으로 돌아가서 시즌을 치러야 한다. 국제대회를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오히려 훈련을 적게 할 경우 시즌을 치르는 데 힘겨울지도 모른다. 예년처럼 시즌을 준비하는 것인데, 단지 대표팀에서 실전경기를 코앞에 둔 것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 컨디션 바닥 찍은 선수들, 올라갈 일만 남았다
강훈련으로 인한 연습경기 부진이 본 경기에선 약이 된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태균은 “연습경기 부진이 약이 됐다. 본 경기서 긴장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이건 류 감독이 바라는 바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은 연습경기 부진에 더욱 똘똘 뭉친 상태다. 본 경기서 집중력을 바짝 끌어올릴 태세다.
연습경기서 최악의 컨디션을 보였던 선수들이 본 경기 들어선 좋은 컨디션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사람의 몸은 사이클이 있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의 컨디션은 최저점을 찍은 상태다. 적절한 긴장감과 휴식이 병행될 경우 경기력은 언제든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다. 투수들도 마지막 훈련을 마친 뒤 “손에 공이 감기는 맛이 좋았다.” “어제보다 스피드가 더 나왔다”라며 희망찬 발언을 쏟아냈다.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는 징조다.
류 감독의 유례 없는 강훈련에 선수들이 녹초가 됐고, 이게 연습경기 부진으로 이어진 건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류 감독은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부적인 결집력만 생기고, 사이클만 위로 올라가면 WBC에서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고 개개인의 정규시즌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이제 곧 뚜껑이 열린다. 류 감독의 계산이 맞아떨어질 것인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훈련을 하는 WBC대표팀.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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