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만 타이중 김진성 기자] 류중일호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한국야구 팬들의 눈높이. 높아질 만큼 높아져있다. 2006년 WBC 4강신화에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과 2009년 WBC 준우승으로 절정에 올라갔다. 이제 한국야구는 국제대회서 최소 4강, 결승전에 올라가야 본전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돌입했다. 국민의 기대 속에서 2일 시작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첫 판부터 한 수 아래로 여긴 네덜란드에 굴욕적인 패배를 맛봤다.
지금 류중일호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팬들의 기대치는 높은데 그걸 충족하기가 버거운 눈치다. 그럴 수밖에 없다. 류중일호는 출범할 때부터 삐걱거렸다. 류현진,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진출과 이적으로 인한 팀 적응이 필요했다. 봉중근, 김광현, 임창용은 부상으로 인한 재활. 그리고 7차례의 멤버교체까지.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류 감독은 그래도 목표를 우승으로 잡았다. 지난달 12일부터 대만 전지훈련을 시작하면서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시기가 관건일뿐, 결국 경기력과 단결력이 살아날 것이란 계산이었다. 시기가 아직 찾아오지 않을 것일까. 연습경기서 부진했던 경기력이 실전에서도 이어졌다. 오히려 연습경기 막판 들어 실책 남발과 타격 페이스 저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국제대회서 보여줬던 겁 없는 패기가 안 보인다.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걸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그럼에도 팬들의 기대치는 높다. 대표팀으로선 악순환이요, 딜레마다. 누구도 마지막 최종 두 차례의 평가전과 네덜란드전서 보여진 경기력이 대표팀의 본 실력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멤버 구성이 최상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심지어 네덜란드 뮬란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라고 할 정도였다. 어차피 두 팀 모두 100% 상태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결국 어떻게든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현재 대표팀은 지나친 부담감 혹은 긴장감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런 현실은 딜레마를 부추긴다. 1패를 떠안은 대표팀은 4일 호주전과 5일 대만전에 더 큰 부담감을 안고 나서게 됐다. 2승을 하더라도 자력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녹록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확실히 호재보단 악재가 많다. 대만과 호주는 만만찮은 전력을 드러냈다. 류 감독도 “대만은 원래 한국과 라이벌이다”라며 대만의 좋아진 경기력을 예상하고 있었고, 심지어 “호주도 방망이가 좋은 선수가 있다”라고 경계심을 발동했다. 다만, 경기 후 류 감독은 “내일 호주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는데, 분위기를 바꾸겠다. 하루만에 바뀔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며 팀 분위기 추스르기에 총력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상대 파악보다 내부 정비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의 수준은 여전히 높다. 네덜란드전 패배로 한국야구의 퀄러티가 완전히 떨어졌다고 보는 것도 성급한 발상이다. 국내 야구팬들은 류중일호가 환골탈태하길 바란다. 그 부담을 이겨내야 하는 게 대표팀의 숙명이다. 지금 안고 있는 기대와 부담의 딜레마만 해결하면 반전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류 감독의 말대로 단 하루의 시간이 주어졌다.
[WBC 대표팀.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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