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만 타이중 김진성 기자]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류중일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첫 경기서 네덜란드에 무너졌다. 꽉 막힌 타선은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수비에서의 연이은 실책과 미숙한 주루. 게다가 믿었던 중간계투진의 부진까지.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모든 게 잘 안 됐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4일 호주, 5일 대만에 모두 승리하더라도 2라운드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지금 류중일호는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 선수선발 잡음… 후속 대책엔 문제 없었나
이번 WBC 대표팀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애당초 불참이 유력했던 류현진과 추신수의 합류를 기다리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후 부상을 이유로 7차례나 멤버 교체가 발생했다. 그 와중에 대체 멤버로 들어간 선수가 또 한번 교체되는 일도 벌어졌다. 김광현, 봉중근 등의 결장까지. 이번 대표팀이 최상의 멤버가 아닌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대표팀이 후속 대책을 올바르게 세웠는지 짚어볼 때다. 대표팀은 일찌감치 대만 전지훈련을 선택했다.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1일까지 18일간 연습경기 6차례를 치렀다. 류중일 감독은 강훈련을 선택했다. 잡음 속에 탄생한 대표팀의 결속을 다지고, 개개인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나아가 정규시즌 준비의 연장선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섞여 있었다.
그 외엔 특별히 다른 대책을 세운 건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최상의 코칭스태프를 꾸렸고, KBO는 최선을 다해 선수단을 지원했다. 매일 한식을 먹였고, 인적이 드문 도류구장에서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김인식 기술위원장을 비롯해 전력분석원들도 부지런하게 상대 분석을 했고 자료를 대표팀에 제공했다.
▲ 역대 최고 강도 전지훈련, 얻은 건 무엇이었나
결국 초점은 지난 18일간의 장기 전지훈련에 둘 수밖에 없다. 대표팀 선수들은 입을 모아 “역대 최고 강도의 훈련”이라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강훈련으로 선수들이 녹초가 됐고,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의 컨디션이 저하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으나 연습경기서 오락가락하던 컨디션, 네덜란드전서 나타난 최악의 졸전은 이런 영향이 반영된 결과일수도 있다.
분명 장기적인 안목에선 강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대회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강하게만 밀어붙인 훈련이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대표팀이 갑작스럽게 4일 호주전과 5일 대만전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일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냉정한 결과론이 지배할 뿐이다.
▲ 공수주 총체적 난국, 기본으로 돌아가라
류중일 감독은 네덜란드전을 앞두고 “야구라는 게 작은 실수라도 있어선 안 된다. 수비가 안정돼야 한다. 선발투수가 65구 내에서 잘 막아주고 1~2번 테이블세터가 루상을 흔들어주고 중심타자들이 한 방을 쳐줬으면 좋겠다. 집중력을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류 감독의 말은 몇 시간 뒤 거짓말이 됐다. 대표팀은 류 감독의 말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선보였다.
류 감독이 강조한 건 결국 야구의 기본이다. 따지고 보면 승리하는 데 필요한, 가장 원론적인 말이었다. 그렇다면, 대표팀 선수들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개인별로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한 뒤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4실책, 실종된 팀베팅 등을 개선하는 게 숙제다. 기본으로 돌아간다면 호주는 물론이고 홈팀 대만도 넘지 못할 상대가 아니다. 지난 1~2회 대회서도 기본이 지켜졌기 때문에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왔고, 이변을 연출했다. 4일 호주전까진 이제 하루 남았다. 꼬여버린 매듭을 풀고 기본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WBC 대표팀 선수들.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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